"국세청, 고액 체납자에 특혜"…에르메스·로마네콩티 몰래 돌려줬다
SBS Biz 이한나
입력2026.01.12 13:00
수정2026.01.13 18:32
국세청이 누계 체납액 수치를 인위적으로 낮추기 위해 체납을 임의로 소멸시켜, 고액 체납자들의 세금 1조 4천억 원을 걷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감사원은 오늘(12일) ‘국세 체납징수 관리실태’ 감사 결과를 통해, 국세 채권 관리와 체납징수 운영 등에서 21건의 문제점이 나타났다고 밝혔습니다.
국세청은 지난 2020년, 누계 체납액을 100조 원 미만으로 낮추라는 목표를 세운 뒤 전산상에 몇 년 전에 푼 것처럼 압류 해제 날짜를 허위 입력했습니다.
그 결과, 5천 3백여 명의 세금 1조 4천 억 원이 ‘시효 만료’로 처리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특히, 명단 공개나 출국 금지 등 강력한 규제를 받던 핵심 체납자 289명도 포함됐는데, 이들의 세금만 2,685억 원에 달합니다.
실례로 서울지방국세청은 지난 2015년 소득세 등 209억 원(2022년 기준 446억 원)을 체납한 무기상 A 회장과 그의 아들을 출국금지하고 명품가방 30점과 로마네꽁띠 등 시가 48억 원 상당의 와인 1005병 등을 압류했습니다.
그런데 2019년 5월, 서울청 담당자는 명품가방이 '여성용'이어서 A씨의 배우자 소유로 추정된다며 압류를 해제해줬습니다. 지난 2022년 12월에는 와인 1005병에 대해서도 압류를 풀어줬습니다. 관련법상 제3자가 압류된 재산 소유권 주장할 경우, 근거를 면밀히 검토해야 합니다. 담당자가 입증 자료가 부실하다고 보고했지만, 서울청 징세관은 이를 무시했습니다.
반면, 이번 감사에서 체납액 500만 원 미만인 소액 체납자 56만 명의 실태를 점검한 결과, 부동산 등을 압류당한 채 5년 이상 방치된 사례가 17,545건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특히, 500만 원 미만의 소액 체납자들은 팔아도 남는 게 없는 재산조차 압류를 풀지 않아 최장 37년간 체납자로 방치됐다고 감사원은 밝혔습니다.
감사원은 국세청이 누계 체납액 100조 원 돌파에 따른 대외 비판을 의식해 체납액 축소를 인사 평가에 반영했고, 이 과정에서 내부의 위법성 우려에도 불구하고 체납액을 시효 만료 처리하는 방식의 통계 축소가 이뤄졌다고 지적했습니다.
감사원은 징수권을 포기하고 위법한 업무 처리를 주도한 관련자들에 대해 중징계를 요구하고, 전직 국세청장들을 포함한 책임자들의 비위 기록을 인사혁신처에 통보해 공직 인사 자료로 남기도록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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