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 일변도 끝나나…대형 운용사들 기술주 발뺀다
SBS Biz 임선우
입력2026.01.07 04:25
수정2026.01.07 05:43
미국 인공지능(AI) 열풍을 이끌어온 기술주를 둘러싸고 글로벌 자산운용사들의 경계심이 뚜렷해지고 있습니다. 일부 대형 운용사들은 밸류에이션이 "비이성적(insane)" 수준에 이르렀다며 미국 기술주 비중을 줄이거나 파생상품을 활용한 방어 전략에 나섰습니다. 닷컴 버블 이후 최대 거품이 될 수 있다는 경고도 잇따르고 있습니다.
현지시간 6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유럽 최대 자산운용사 아문디의 빈센트 모르티에 최고투자책임자(CIO)는 "AI 관련 주식시장에서 과열이 존재하는지는 더 이상 논쟁의 대상이 아니"라며 "문제는 어떤 기업이 패자가 될지, 그리고 그 조정이 언제 올지 판단하기 어렵다는 점"이라고 말했습니다. 아문디는 시장이나 개별 종목을 직접 매도하는 대신, 주가 하락에 대비한 파생상품을 통해 포트폴리오를 방어하고 있습니다.
미국 증시를 주도해 온 '매그니피센트 세븐'(엔비디아·메타·테슬라·애플·마이크로소프트·아마존·알파벳)은 지난해 약 21% 상승했습니다. 하지만 밸류에이션 부담은 빠르게 커지고 있습니다. 엔비디아는 지난해 10월 고점 대비 조정을 받았음에도 주가수익비율(PER)이 46배에 달하고, 애플 역시 37배 수준입니다. AI 인프라 투자 경쟁이 격화되면서 일부에서는 2000년대 초 닷컴 버블과의 유사성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실제 일부 운용사들은 미국 빅테크에서 발을 빼고 있습니다. 17억 파운드 규모의 블루웨일 그로스 펀드는 지난해 2·4분기 마이크로소프트와 메타 지분을 전량 매도했습니다. 블루웨일의 스티븐 유 최고투자책임자(CIO)는 "펀드 출범 이후 8년 넘게 보유했던 마이크로소프트를 매도한 것은 매우 중대한 결정이었다"며 "거품이라고 보지는 않지만, 일부 기업의 투자 대비 수익과 밸류에이션은 지나치게 높다"고 설명했습니다. 현재 블루웨일이 보유한 매그니피센트 세븐 종목은 엔비디아가 유일합니다.
1660억 달러 이상을 운용하는 GQG파트너스도 매그니피센트 세븐에서 완전히 철수했습니다. 라지브 자인 회장 겸 CIO는 "AI의 현금 소모는 여전히 막대한 반면, 수익성은 제한적"이라며 "AI 관련 매출 기반은 250억 달러에도 못 미치고, 스타트업들이 대형 클라우드 기업을 영원히 떠받칠 수는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공격적인 자본지출과 회계 처리 등 경고 신호가 확산되고 있다"며 "닷컴 버블이 '강화된(steroids)' 형태로 재현되는 모습"이라고 평가했습니다.
국제통화기금(IMF), 국제결제은행(BIS), 영국 중앙은행(BOE), 유럽중앙은행(ECB) 등 주요 국제기구와 중앙은행들도 잇따라 밸류에이션 위험을 경고하고 있습니다. 다만 시장 전반의 투자 심리는 여전히 강세입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의 최근 설문조사에 따르면 글로벌 자산운용사들의 현금 보유 비중은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습니다. 월가 주요 은행들은 올해도 미국 증시가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AI 거품론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T로우프라이스의 팀 머레이 자본시장 전략가는 "닷컴 버블 당시와 달리 현재 AI 선도 기업들은 높은 수익성을 확보하고 있다"며 "밸류에이션 상승은 자기자본이익률(ROE) 개선을 반영한 측면이 크다"고 말했습니다. 부채 수준이 낮고 신용시장에도 스트레스 신호가 없다는 점에서, 공격적인 헤지나 비중 축소는 필요 없다는 판단입니다.
다만 변동성 확대 가능성에는 이견이 없습니다. 블랙록의 헬렌 주얼 글로벌 주식 부문 CIO는 "현재가 거품 국면이라고 보지는 않지만, 투자자들은 2026년에 상당히 험난한 장세를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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