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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만원 돌반지, 20만원 은수저…내년에 더 오를까?

SBS Biz 정광윤
입력2025.12.26 10:55
수정2025.12.26 11:13

[앵커]

올해 금이나 은에 투자하신 분들, 지금쯤 큰 미소를 짓고 계시겠죠?



사상 최고가를 기록한 올해는 지난 1979년 이후 가장 가파른 연간 상승률을 기록할 전망인데요.

내년에도 이 추세가 이어질지, 이어진다면 도대체 어디까지 오를지, 정광윤 기자와 함께 전망해 보겠습니다.

먼저 금값부터 보죠.

지금 얼마인가요?



[기자]

뉴욕상품거래소에서 현지시간 24일, 2월 물 금 선물가격은 트로이온스당 4천502달러에 마감했습니다.

앞서 장중 4천555달러를 넘어서며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는데요.

올해 2천641달러에서 시작했으니까 70% 넘는 상승률입니다.

연중 흐름을 보면, 지난 10월 중순 4천350달러를 돌파한 뒤 과열 우려가 커지면서 4천 달러 아래로 떨어지기도 했지만, 곧바로 우상향 흐름을 재개하면서 결국 사상 최고치를 새로 쓰는 모습입니다.

[앵커]

올해 금값이 이렇게까지 오른 배경이 뭔가요?

[기자]

무엇보다 시장에 불확실성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직후 관세 이슈가 불안감을 키웠고 지정학적 리스크도 이어졌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날 기미가 안 보이는 상황에서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도 위기감을 키웠는데요.

최근엔 미국이 베네수엘라에 봉쇄 조치를 내리고 유조선을 나포하는 등, 카리브해의 군사적 긴장감 역시 고조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불안해진 투자자들이 안전자산인 금으로 몰리고 있는 겁니다.

[앵커]

금리 인하도 원인으로 지목되죠?

[기자]

금리와 금값은 반대로 움직이는데, 올해 미 연방준비제도를 비롯해 각국 중앙은행들이 금리를 인하했습니다.

최근 보셨듯이 금리인하 기대감이 커질수록 금값이 올라갈 여건이 마련됩니다.

돈이 풀리면서 달러 가치가 하락할 것에 미리 대비하는 건데, 가치를 저장하는 대표적인 수단이 금이기 때문입니다.

쉽게 설명드리면 자장면값이 오늘(26일) 만원에서 내일(27일) 만천 원으로 오르는데 현금 만원을 그대로 쥐고 있으면 내일부터 자장면을 못 먹겠죠.

대신 오늘 만 원어치 금을 사두면 내일 다시 팔아서 자장면을 사 먹을 수 있다는 얘깁니다.

[앵커]

중앙은행들이 금 매수에 나서는 것도 큰 요인이죠?

[기자]

그렇습니다.

모건스탠리 보고서에 따르면 주요국 중앙은행들은 지난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 매년 1000톤 이상 금을 사들였습니다.

보시다시피 그전 10여 년간 해마다 사들인 물량의 두 배 가까이 되는 걸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여기서 금 매수가 본격화된 2022년은 바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시점입니다.

당시 유럽은 역내 러시아 자산을 동결했죠.

돈 떼인 러시아는 물론이고, 전 세계적으로 타국 정부 영향에 노출된 외환, 채권 등에 대한 경계심이 고개를 들었습니다.

믿을 건 직접 쟁여둔 금뿐이라는 겁니다.

여기에 올해 트럼프 대통령이 기름을 부었습니다.

관세분쟁을 거치며 유럽 등 기존 동맹국들마저 미국을 불신하게 됐고, 특히 중국은 미국 자산에 대한 노출을 줄이기 위해 금 매집에 열을 올렸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금리인하 압박도 안전자산으로서 달러와 미 국채의 지위를 흔들었는데요.

이와 관련해 블룸버그는 "달러화에 대한 위험이 커지는 세상에서 금이 궁극적인 '불확실성 헤지 수단'으로 떠올랐다"며 "불확실성이 줄어들 때까지 금값 상승세는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앵커]

가장 중요한 질문이죠.

내년에도 오를까요?

[기자]

월가에선 내년에도 상승세가 유지될 것이란 전망이 많습니다.

내년 4분기 기준 모건스탠리가 온스당 4800달러, JP모건은 5055달러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모건스탠리는 보고서에서 중앙은행 수요가 올해 950톤, 내년 900톤으로 둔화될 것으로 내다봤는데요.

대신 앞서 말씀드린 금리인하와 달러약세 두 요인이 ETF 투자 등 수요를 꾸준히 끌어모으며 금값을 견인할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현재 시장에선 미 연준이 내년 두 차례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보고 있는 상황입니다.

모건스탠리는 이에 따라 연준·트럼프발 달러 약세가 내년 상반기까지 지속되면서 다른 화폐보유자들에겐 달러로 표시되는 금의 매수 비용을 상대적으로 낮춰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앵커]

은 얘기로 넘어가 보죠.

올해는 금도 금이지만, '은의 해'라고 불러도 될 만큼, 파죽지세로 올랐어요?

[기자]

상승률이 금의 두 배가 넘습니다.

뉴욕상품거래소 은 선물 3월 물은 온스당 71달러 선에서 마감했고, 장중엔 72달러도 넘겼습니다.

29달러대였던 연초와 비교하면 150%가량 급등한 건데요.

올 들어 꾸준한 우상향, 지난 10월 중순 조정 후 반등까지 금과 비슷한 양상을 보입니다.

다만 올 하반기 들어선 은이 금보다 훨씬 가파르게 올랐는데요.

지난 6월까지만 해도 금값이 연초대비 약 28% 오르는 동안 은값은 17% 오르는데 그쳤지만 이후 금이 30% 오르는 동안 은 가격은 두 배 가량 더 폭등했습니다.

[앵커]

은 가격이 더 가파르게 오른 이유가 뭔가요?

[기자]

시장에선 은을 '스테로이드 맞은 금', '로켓 달린 금' '가난한 자의 금'이라고 부릅니다.

금보다 싸면서 귀금속으로 한데 묶이니까 가격이 함께 오르지만 속도가 붙기 시작하면 금보다 빠르게 튀어 오르는 특징을 묘사한 겁니다.

은 시장 규모가 금보다 훨씬 작은 탓에 투자·실물 수요가 늘면 더 빠르고 크게 반응하기 때문인데요.

파이낸셜타임즈는 최근 '은이 새로운 금인가?

'라는 기사에서 "최근 투자심리가 고조되는 가운데 은이 다른 투기성 자산과 달리 실생활에서 유용하게 쓰인다는 점이 개인투자자들을 끌어들이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은 수요의 무려 절반이 태양광과 전기차, 반도체 등 산업용 수요라는 점도 상승폭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한 번 캐면 대부분 쌓아놓는 금과 달리 지속적으로 소모되고, 실물에 대한 고정 수요가 있다는 얘기입니다.

산업계에선 최근 몇 년째 은 공급 부족 우려가 있었는데, 올해 미국발 관세 우려로 대규모 사재기까지 겹치며 수급불균형이 심각해졌습니다.

게다가 백악관이 지난달 은을 전략물자로 공식 지정하면서 유동물량이 더 모자랄 수 있다는 위기감이 가격 상승을 부채질했습니다.

[앵커]

그럼 내년 은 가격은 어떨까요?

[기자]

모건스탠리는 이달 중순 내놓은 보고서에서 내년 평균 전망치로 온스당 57달러를 제시했습니다.

올해 연간 평균 가격 전망치인 39달러보다 높긴 하지만, 70달러를 넘어선 현재 가격보다 훨씬 낮은데요.

앞서 지난 10월 뱅크오브아메리카는 내년 전망치가 온스당 65달러라고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은값은 금보다 예측도 어렵고, 시장서 내놓는 전망치도 상대적으로 드문 편입니다.

이에 대해 모건스탠리도 '적정' 은가격 산출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은값 과열 수준을 보여주는 지표인 금은비율이 지난 지난 2021년 이후 최저 수준인 67배까지 내려갔다는 이유입니다.

이 지표가 낮을수록 금 대비 은 과열 우려가 크다는 건데, 보시다시피 올 하반기 급격히 하락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수차례 발생한 유동성 압박, 이에 따른 단기 가격 발작이 내년에도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입니다.

트레이더들이 은을 '악마의 금속', '과부 제조기' 등으로 부르는 것도 급격한 등락이 흔하기 때문인데요.

당장은 금값 랠리에 편승해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이지만, 조정이 시작되면 매우 큰 변동성을 보일 수 있어 유의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앵커]

정광윤 기자,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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