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군함 명칭 전통 깬 '트럼프급 전함'
SBS Biz 이정민
입력2025.12.24 07:24
수정2025.12.24 07:28
[2025년 12월 22일 미국 플로리다주 팜비치 소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마러라고 자택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트럼프 급' 전함 건조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팜비치 (미국 플로리다주) AFP=연합뉴스)]
미국 해군이 만들기로 한 신형 전함에 현직 대통령인 도널드 트럼프를 따라 '트럼프급 전함'(Trump-class battleships)이라는 이름을 붙이기로 한 결정이 여러모로 전통에서 일탈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트럼프 대통령과 존 필런 미국 해군장관은 22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팜비치에 있는 트럼프의 마러라고 자택에서 열린 행사에서 이런 이름을 발표했습니다.
필런 장관은 첫 트럼프급 전함이 될 'USS 디파이언트'가 "전세계 대양을 통틀어 가장 크고 가장 살상력이 크고 가장 다양한 능력을 갖췄으며 가장 멋있는" 군함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가장 빠르고 가장 크며, 지금까지 건조된 어떤 전함보다 100배 더 강력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3만∼4만t 규모의 트럼프급 전함들이 앞으로 여러 해 동안 건조될 것이라며 결국은 20대에서 25대가 건조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그는 "미국 해군이 이 배들의 설계를 나와 함께 이끌게 될 것이다. 왜냐하면 나는 매우 미적인 (감각이 뛰어난) 사람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전함은 크기에 따라 분류한 현대 군함 등급에서 항공모함보다는 작지만 배수량이 수만t에 달하는 대형 전투함을 말합니다.
미국 해군은 19세기 말부터 제2차세계대전 때까지는 전함을 적극 활용했으나, 최근 수십년간은 전함을 아예 두지 않고 있었습니다.
미국이 전함을 실제 전투에 사용한 것은 이라크를 상대로 한 걸프전 당시인 1991년이 마지막이었으며, 마지막 전함인 'USS 미주리'는 1992년에 퇴역해 하와이의 진주만 항에서 박물관으로 보존돼 있습니다.
트럼프급 전함을 나타내는 로고에는 2024년 7월 암살 시도를 겪은 직후 현장에서 주먹을 치켜든 트럼프 대통령의 모습이 묘사돼 있습니다.
트럼프급 전함은 아직 설계되지 않았으며, 처음으로 나올 USS 디파이언트는 2030년대 초에 취역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런 방식의 이름 붙이기는 미국 해군이 군함에 이름을 붙일 때 대체로 지켜 온 전통에 여러모로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군함의 급 명칭은 그 급으로 지어진 첫 군함과 똑같은 것이 일반적입니다.
하지만 이번 경우는 '트럼프 급'의 첫 전함 이름이 'USS 디파이언트'가 될 예정이어서 이름이 서로 별개입니다.
현직 대통령의 이름을 군함에 붙이는 것도 전통과 어긋납니다. 미국 해군은 20세기 초부터 한동안 생존 인물의 이름을 군함에 붙이는 것까지도 피하는 정책을 유지해왔으나 닉슨 행정부 때인 1974년부터 정책이 바뀌었습니다.
하지만 현직 대통령이나 현직 장관의 이름을 쓰는 것은 계속 피해 왔습니다. 또 현대에 들어와서는 항공모함에는 퇴직한 전 대통령의 이름을, 전함에는 주 이름을 붙이는 관행을 따르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건조 계약도 체결되지 않았고 설계도 막 시작한 초기 단계인데 군함 이름과 군함 급의 이름을 짓는 것도 흔한 일이 아니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미국 워싱턴DC 소재 싱크탱크 '전략국제연구소'의 국방·안보 선임고문인 마크 캔션은 "기존 설계와 매우 다르고 규모도 이 정도로 큰 선박을 개발하려면 4~6년이 걸릴 것"이라며 결국은 건조 계획이 불발로 끝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그는 현행 구축함을 짓는 데에 척당 28억 달러가 들며 만약 트럼프급 전함이 건조된다면 척당 100억 달러 내지 120억 달러가 들 것이라고 추산했습니다.
이런 계획이 취소돼버린 전례도 있습니다. 1940년대에는 '몬태나급 전함'으로 몬태나, 오하이오, 메인, 뉴햄프셔, 루이지애나라는 이름이 붙은 전함 5척을 건조하려는 계획이 있었으나 단 한 척도 실제로 만들어지지 않고 1943년에 모두 취소됐습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평화연구소'(USIP)의 이름을 '도널드 J. 트럼프 평화연구소'로 바꾸겠다는 방침을 밝히고 12월에는 간판에 본인 이름을 추가했습니다.
또 수도 워싱턴DC의 공연장인 '존 F. 케네디 기념 공연예술센터'의 이름에도 자신의 이름을 앞에 추가해 '도널드 J. 트럼프 및 존 F. 케네디 기념 공연예술센터'로 이름을 변경하고, 새 간판도 달았습니다.
ⓒ SBS Medianet & SBS I&M 무단복제-재배포 금지
많이 본 'TOP10'
- 1."월 160만원을 어떻게 내요"…다급해진 신혼부부 2만8천명 몰렸다
- 2.공무원 인기 부활?…9급 첫 월급 300만원 된다
- 3."1인당 50만원씩 준다"…소득 상관 없이 뿌린다는 곳 어디
- 4.SKT '1인당 10만원' 보상 권고…나도 받을 수 있나
- 5.안 팔기를 잘했네…미쳐버린 금값, 연일 최고치
- 6.65세 넘었다면…문턱 높아지는 '절세통장' 챙기세요
- 7."집 사는 데 노후까지 영끌"…퇴직연금 깨서 집 산 3040
- 8."이래서 나만 못 받았나"…카드 이렇게 긁어야 세금 덜 낸다?
- 9.SKT 1인당 10만원 보상…나도 받을 수 있나?
- 10.어떻게 이런 일이...로또 1등 한곳서 2장, 2등도 5장도 1곳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