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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거품'은 꼭 나쁜걸까?…"승자 가리는 필연적 과정"

SBS Biz 정광윤
입력2025.12.19 10:53
수정2025.12.19 11:11

[앵커]

과도한 빚투에 과도한 기대감, 여기에 너무 가파르게 오른 주가까지, AI 거품론을 형성하는 요소들이죠.

도대체 언제쯤이면 거품인지 아닌지 판가름 날까요?

한 가지 분명한 건, AI는 더 이상 꿈이 아니고 현실이라는 겁니다.

이 현실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초반 경쟁이, 빚을 내서라도 뛰어들어야 한다는 압박감을 키웠고, 결과적으로 거품론도 키웠다고 볼 수 있겠죠.

결국 질문은 거품이냐 아니냐에서, 누가 승자로 올라서느냐, 패자로 소멸되느냐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데, 정광윤 기자와 분석해 보겠습니다.

잠시 소강상태를 보이는 것 같더니, 이번 주 또 AI 우려가 시장을 흔들었습니다.

오라클이 문제였죠?

[기자]

그렇습니다.

오라클의 데이터센터 구축이 난관에 봉착했다는 파이낸셜타임스 기사가 직격탄을 날렸는데요.

그간 오라클 자금줄이던 핵심 투자 파트너, 블루아울 캐피털이 미시간주 데이터센터 건설에 투자하지 않기로 했다는 소식이었습니다.

투자 규모는 100억 달러, 우리 돈 14조 원이 넘는데요.

오라클과 블루아울 간 협상이 결렬되며 더 이상 계획에 제동이 걸린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오라클의 부채 규모가 지난달 말 기준, 1050억 달러, 약 155조 원에 달하는데, 이 때문에 불안해진 대출기관들이 돈을 끌어오는 블루아울에 더 높은 금리를 요구했고, 결과적으로 수익성이 떨어지자, 투자 철회로 이어진 겁니다.

[앵커]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가던 오라클에는 상당히 당황스러운 상황이겠군요?

[기자]

맞습니다.

비유하자면 오라클이 'AI'라는 자전거를 타고 달리다 페달이 갑자기 멈춘 겁니다.

자전거가 넘어지지 않으려면 투자가 현금수익으로 돌아올 때까지 다시 페달을 쉬지 않고 밟아야 합니다.

오라클이 블랙스톤 등 새 파트너를 물색하면서 "예정대로 계획에 따라 진행 중"이라고 강조한 건 이 때문입니다.

문제는 기존 투자 파트너, 잡은 고기도 놓치는 마당에 새 고기를 잡기도 쉽지 않아 보인다는 겁니다.

오라클은 이미 건전성 우려에 자금조달 비용이 오르고, 그래서 다시 건전성이 악화되는 악순환 문턱에 서있는데요.

이번 투자협상 결렬이 그 문턱을 넘는 계기가 될 수도 있습니다.

[앵커]

오라클이 실제로 넘어질 수 있는 상황인가요?

[기자]

오라클의 신용등급은 지난 2022년부터 BBB로 투자적격에 턱걸이하는 수준입니다.

S&P는 올 하반기 들어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조정하면서 등급이 더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는데요.

이미 현금흐름 상황이 좋지 않고, 앞으로도 2~3년간 더 악화될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신용등급이 지급보다 두 단계 더 떨어지면 투기등급으로 내려갑니다.

[앵커]

아예 부도 가능성에 베팅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고요?

[기자]

오라클의 신용부도스와프, CDS 가격은 지난 2009년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입니다.

CDS는 업체가 부도나면 돈을 받는 일종의 보험입니다.

이때 투자위험 분산 목적으로는 여러 기업 CDS를 한데 묶는 게 일반적입니다.

다만 본인만 대상으로 삼는 보험과 달리 CDS엔 '남의 집 무너진다'는데 돈 거는, 공매도 투자 목적도 있습니다.

이 경우 리스크가 큰 특정 기업들에 베팅하려는 수요가 생기는데, 미국 채권 시장에선 최근 이런 개별 CDS 거래가 눈에 띄게 늘고 있습니다.

[앵커]

다른 AI 업체들 분위기는 어떻습니까?

[기자]

메타에 대한 불안감이 두드러집니다.

신용등급이 AA-로 우량한 수준이라 올초까지만 해도 CDS 수요가 거의 없었는데요.

지난 10월 AI투자를 위해 300억 달러, 우리 돈 약 44조 원 규모 회사채를 발행하면서 메타에 대한 CDS 시장이 새로 형성됐습니다.

AI 업계 전반적으로도 CDS 거래량이 지난 9월 이후 약 90% 급증했습니다.

올 상반기까진 돈 잘 버는 빅테크들이 AI투자금을 자체 조달했지만 액수 경쟁 양상이 되면서 본격적으로 빚이 불어났는데요.

메타, 아마존, 알파벳, 오라클은 회사채 발행으로 올 하반기에만 총 880억 달러, 우리 돈 약 130조 원을 조달했습니다.

JP모건은 이들 업체들이 AI 투자 목적으로 빌리는 금액이 오는 2030년까지 총 1조 5천억 달러, 우리 돈 2천216조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앵커]

걱정이 커지는데 투자는 왜 더 늘어나는 겁니까?

[기자]

"신산업 분야가 투자거품 없이 합리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게 오히려 비현실적인 가정이다" 이렇게 설명드릴 수 있습니다.

아마존의 창업자 제프 베조스는 지난 10월 "사람들이 오늘날처럼 인공 지능에 대해 매우 흥분하면 모든 실험에 자금이 지원된다"며 "투자자들은 이 흥분 속에서 좋은 아이디어와 나쁜 아이디어를 구분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고 말했습니다.

미래를 예측할 수 없으니 결국 이쪽저쪽 다 찔러봐야 하고 여기엔 결국 최적의 비용이 아니라 그 이상이 투입되는 게 불가피하다는 겁니다.

베조스는 또 "산업적인 버블은 그다지 나쁘지 않으며, 먼지가 가라앉고 누가 승자인지 알게 되면 사회가 혜택을 보기 때문에 오히려 좋을 수도 있다"고 말했는데요. 결국 거품도 승자를 가리는 과정이라는 얘깁니다.

[앵커]

'거품이 꼭 나쁘진 않다'는 건데, 결과론적인 얘기 아닌가요?

[앵커]

'빅쇼트' 등 버블붕괴를 묘사한 영화를 돌이켜보면 그럴 수밖에 없긴 합니다.

이를 계기로 주목받은 마이클 버리가 최근 AI 버블을 문제로 지적한 당사자기도 한데요.

다만 이번에도 재앙이 닥칠 것이라고 단정 짓기 전에 두 가지 측면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첫째로 버블은 취약한 기업들부터 대거 무너뜨리지만 생존자들에게 비옥한 거름을 남긴다는 점입니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지금 AI 경쟁 최전선에 있는 빅테크들이 산 증인입니다.

AI버블과 많이 비교되는 닷컴버블 당시 미국 내 8천만 마일, 세계적으론 그 이상의 광섬유 케이블을 매설됐지만 지난 2001년 사용률은 5% 수준에 불과했습니다.

구글은 파산한 통신사들로부터 이를 헐값에 대거 사들였고, 덕분에 이용료를 지불하는 대신 자체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었습니다.

이는 현재 구글 인프라 핵심인 글로벌 전용망의 시초가 됐습니다.

아마존도 마찬가집니다.

파산한 경쟁사들이 남긴 설비와 서버를 저가에 인수해 물류와 컴퓨팅 능력을 확장했고, 적은 비용으로 아마존웹서비스 사업모델의 기틀을 다졌습니다.

[앵커]

그럼 나머지 하나는 뭡니까?

[기자]

베조스는 버블이 나쁘지 않다는데 "금융은 예외"라고 단서를 달았습니다.

지난 2008년 경험했듯 금융버블은 패자가 도태되고, 관련 투자자만 손해 보는데서 끝나지 않습니다.

도미노처럼 경제시스템 전체를 무너뜨릴 수 있는데요.

이 때문에 AI버블이 금융시장을 통한 과도한 부채 돌려 막기와 불투명한 위험전가로 이어지지 않도록 경계하는 게 중요합니다.

이 점에 비춰볼 때 최근 AI 투자금 조달이 어렵다는 건 역으로 말해 금융리스크 관리가 되고 있다는 얘깁니다.

이와 관련해 IMF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AI 투자 붐이 폭락으로 이어질 수는 있지만 미국이나 세계 경제를 붕괴시킬 만큼 시스템적 사건은 아닐 것으로 봤습니다.

즉, 투자자 일부는 평소보다 훨씬 큰 손해를 볼 수 있지만 누구는 벌고 누구는 잃는 일반적인 양상에서 크게 벗어나진 않을 거라는 얘깁니다.

[앵커]

정광윤기자,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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