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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보 특사경' 두고 의료계 반발…"잘못된 방법"

SBS Biz 오정인
입력2025.12.18 10:36
수정2025.12.18 12:12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국민건강보험공단 특별사법경찰(특사경)에 대해 "필요한 만큼 (인원을) 지정하라"고 지시한 데 대해 의료계가 반발하고 나섰습니다. 

요양기관에 대한 현지확인 등 현행 제도 하에서도 충분히 부당·불법 문제를 적발할 수 있는데, 공단에 특사경을 도입하는 것은 "잘못된 방법"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오늘(18일)부터 의료계는 국회의사당 앞에서 '건강보험공단 특사경 권한 부여 저지 1인 시위'에 들어갔습니다. 지난 16일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진행된 보건복지부와 관련 기관 업무보고에서 건보공단에 특사경 도입에 대한 논의가 나온 데 따른 조치입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6일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보건복지부(질병관리청)·식품의약품안전처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업무보고 당시 이 대통령은 정기석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이 '진료비 자료를 엉터리로 청구해 처벌받는 사례가 많지 않냐'고 물었고 정 이사장은 "특사경이 없어 수사 의뢰를 하면 평균적으로 수사 기간이 11개월 정도 (오래) 걸린다"고 답했습니다. 특사경 필요 규모를 묻자 정 이사장이 "40명 정도 필요하다"고 말했고, 이 대통령은 "법무부가 (지정을) 안 하는데, 비서실이 챙겨서 해결해주도록 하라"고 지시했습니다.

특사경은 전문 분야의 범죄 수사 효율을 높이기 위해 관련 행정기관 공무원에게 제한된 범위의 수사권을 부여하는 제도입니다. 건보공단에 특사경이 도입되면, 불법 개설 의료기관, 이른바 '사무장 병원' 수사를 공단이 직접 수행하게 됩니다.



공단은 사무장 병원으로 인해 조 단위로 건보 재정이 새고 있지만 긴 수사 기간을 틈타 범죄자들이 수익을 은닉해 징수율이 낮다고 호소해 왔습니다. 평균 11개월에 달하는 경찰 수사 기간을 약 3개월로 대폭 단축해 범죄자들이 재산을 빼돌리기 전에 신속하게 동결하고 환수하는 것이 특사경의 핵심 목표입니다.
 
[좌훈정 대한의사협회 부회장이 18일 오전 국회의사당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SBS Biz)]

이에 의료계는 즉각 입장문을 냈고, 이후 오늘부터 릴레이 1인 시위를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1인 시위에 나선 좌훈정 의협 부회장은 "지난 16일 대통령께서 말씀하시는 걸 들었는데, 아마 건보공단의 일방적 주장만 듣고 사실관계를 오인하신 것 같다"며 "이미 지금도 건보공단은 요양기관 현지확인 제도를 통해 요양기관을 조사하고 있으며, 보건복지부도 별도 현지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요양기관의 불법·부당 청구, 사무장 병원 등 문제를 현행 제도 하에서도 충분히 확인하고 조치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좌 부회장은 "(특사경을 둔) 금융감독원의 예를 들었는데, 금감원은 특수법인이고 건보공단과는 성격이 전혀 다르다"며 "이미 현행 제도를 통해 요양기관을 충분히 조사하고 있는데, 특사경을 도입한다고 해서 얼마나 더 해결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앞서 의협은 어제(17일) 입장문을 통해 "사무장 병원은 근절돼야 한다"면서도 "하지만 개설 후 단속보다 개설 전에 차단해야 한다. 효과적인 사전예방 법안도 논의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대통령은 부정청구와 사무장 병원 척결을 동일 선상에 놓고 지시했지만 이 둘은 엄연히 다르다"며 "(건보공단의 특사경 도입 주장은) 명백한 과잉 권한 위임"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의협은 "건보공단은 금감원 사례와 달리 의료기관과 수가계약을 맺는 당사자이며, 진료비를 지급 및 삭감하는 이해관계자 지위에 있다"며 "여기에 강제수사권까지 더해진다면 의료인의 정당한 진료권을 심각하게 위축시키고, 방어적 진료를 양산해 종국에는 국민 건강에 위해가 될 우려가 크다"고 강조했습니다.

의료계는 정부 정책 추진과 관련해 이해당사자들, 국민들과의 충분한 소통이 필요하다고 호소했습니다.

좌 부회장은 "직간접적으로 여러 의견을 드리고 있다. 다만 이번 사안은 사실관계를 오인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소통이 잘 돼야, 지난 정부에서 있었던 의정 갈등 등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좌 부회장은 "대통령께서 대통령이 되기 전부터 의료계와 많이 소통하신 걸로 알고 있고, 이번에도 의료계가 문제점을 제기한 데 대해 많이 받아주실 거라 생각한다"며 "탈모약 논란도 대통령께서 그만큼 의료계에, 국민들이 필요로 하는 의료 문제에 관심이 많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전문가들의 목소리에도 좀 더 귀를 기울이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건보공단은 재정 누수를 방지하기 위해 특사경 도입이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사무장 병원 등 불법 개설 기관의 부당 청구 금액은 지난해 9월 기준 3조500억원에 달하지만, 징수율은 7.86%(2399억원)에 불과합니다.

건보공단 특사경을 도입하기 위해선 법 개정이 필요합니다. 건보공단에 특사경 권한을 주는 사법경찰직무법 개정안은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입니다.

이와 관련해 정경실 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6일 업무보고 사후 브리핑에서 "정해진 법령과 절차에 따라 검토하고 불법 사무장 병원에 초점을 두고 진행할 것"이라며 "(의료계에서) 염려하시지 않도록 관리하고 진행해 나가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법사위에 법안이 상정된 지 꽤 오래 됐다. 국회 논의를 통해 법 개정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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