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美 제련소 투자, '불리한 계약' 논란 실체는?
SBS Biz 조슬기
입력2025.12.17 14:56
수정2025.12.17 15:02
[고려아연이 미국 테네시주에 11조원 규모의 통합 비철금속 제련소를 건설한다. 고려아연은 지난 15일 이사회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미국 제련소 투자안을 의결했다. 사진은 16일 서울 종로구 고려아연 본사 모습. (사진=연합뉴스)]
고려아연이 미국 국방부·상무부와 손잡고 추진하는 74억3천200만 달러, 우리 돈 약 10조9천억 원 규모의 비철금속 제련소 투자를 두고 지나치게 '불리한 계약'을 맺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미 국방부가 최대 주주(40.1%)로 참여하는 만큼 미국 정부와 사실상 동격인 한미 합작법인(Crucible JV, LLC)에 대한 고려아연 지분이 9.99%에 불과해 실질적인 경영권이나 지배력을 행사하기 어려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 11조 원에 달하는 투자금 대부분 JV 차입으로 조달하는 과정에서 연대보증을 서는 고려아연의 재무적 부담이 상당하다는 점도 부담 요인으로 꼽힙니다.
한미 동맹과 경제 안보 측면에서 필수 불가결한 선택이라는 명분에도 대규모 국책급 사업 안정성에 대한 우려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지만, 전략적 사업 확장을 위해 고려아연이 내린 결단이라는 평가도 적지 않습지다.
미 전략자원 공급망 재건의 핵심 파트너로 기업 경쟁력과 주주가치가 한 차원 끌어올릴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라는 이유에서입니다.
1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지난 15일 이사회를 열고 미국 국방부(전쟁부)·상무부 및 현지 전략적투자자(SI)와 함께 합작법인을 설립하는 안건을 의결했습니다.
고려아연이 약 1조 원, 미 국방부·상무부와 방산전략기업이 약 3조2천억 원을, 미국 정부와 JP모건이 나머지 7조 원을 차입해 조달하되 고려아연이 연대 보증하는 식입니다.
합작 법인(JV)은 고려아연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지분 약 10%를 확보하게 되는 반면, 고려아연은 JV 지분 9.99%만을 보유하게 됩니다.
이처럼 한국 기업 역사상 전례 없는 기업 지배 구조가 마련됐지만, 미국이 설계한 구조 위에서 실익은 미국이 챙기고 리스크는 한국 기업이 짊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적지 않습니다.
이에 대해 고려아연 측은 "4년의 공사 기간을 포함해 긴 시간에 걸쳐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이고, 차입금도 대부분이 저리의 미 정부 정책 자금이라 재무적인 충격을 우려할 정도는 아니다"라며 "미 제련소 건설 프로젝트는 미국 시장 진출과 핵심 광물시장 선점, 수요 흡수라는 엄청난 사업적 기회를 다른 기업에게 뺏기는 것은 큰 손해"라고 밝혔습니다.
미 제련소 투자 결정은 어디까지나 순수한 사업적 기회로 보고 내린 결정이며, 불리한 계약 논란 또한 역할에 따른 리스크 배분 구조가 반영돼 있다는 설명입니다.
업계에서도 미국 정부가 주요 주주에 오를 경우 고려아연은 단순한 사기업을 넘어 미국의 안보자산으로 분류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한 산업계 관계자는 "미국 정부가 최대 주주인 합작 법인은 단순 채권자가 아니라 실질적 리스크 완충 주체"라며 "해당 제련소가 안티모니(방산 핵심 소재)와 고순도 황산(반도체 공정 필수) 공급망과 직결된 미국 안보·산업 핵심 인프라라는 점에 비춰볼 때 프로젝트 위기 발생 시 규제·허가·정책 측면에서의 리스크 완충 가능성을 높이는 요소"라로 설명했습니다.
이어 "미국 정부는 보조금 지급, 정책금융 투입, 장관급 공개 지지 발언, 우선 접근권 설정을 통해 정책적·정치적 커밋먼트를 이미 제공했다"며 "빚보증 논란 역시 특정 프로젝트 한정, 실물자산 기반, 미국 정부 전략 이해관계 존재, 단계적 현금창출 구조를 갖는 전략 프로젝트 측면에서 바라봐야 하는 만큼 무차별 차입 확대와는 성격이 다르다"라고 덧붙였습니다.
고려아연 입장에서도 최근 지분을 인수한 캐나다 해저 자원기업 TMC(The Metals Company)와 연계해 북미 현지 채굴→현지 제련→미국 시장 공급으로 이어지는 탈(脫)중국 밸류체인(공급망)을 완성할 수 있습니다.
아울러 이번 프로젝트가 단순한 해외 공장이 아니라 미국 공급망의 빈자리를 메우는 전략적 인프라로 설계돼 있고, 희소금속 제련 기술 역시 단기간에 따라잡을 수 없는 산업이자 인허가·환경·기술·인력까지 동시에 맞물려 있어 단순히 금융의 논리로 재단할 성격은 아니라는 시각도 적지 않습니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단기적으로는 초기 재무 부담과 보증 규모 확대에 따른 지표 변동성이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미국 핵심광물·방산 공급망의 사실상 고정 파트너 지위, 안티모니·희소금속 전략적 가치 및 가격 결정력 강화, 미국 반도체 산업 성장에 따른 부산물 수요 구조적 확대, 경쟁사가 진입하기 어려운 정책·안보 기반 진입장벽 확보 등의 리워드가 기대된다"라고 평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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