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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은 디지털 라부부 인형일뿐"…뱅가드 경고

SBS Biz 임선우
입력2025.12.16 04:35
수정2025.12.16 05:45


비트코인 가격이 고점 대비 큰 폭으로 하락한 채 횡보 국면에 접어든 가운데, 세계 2위 자산운용사 뱅가드의 고위 임원이 비트코인을 인기 장난감인 ‘라부부(Labubu)’에 비유하며 가치를 평가절하해 시장의 이목이 쏠리고 있습니다.

현지시간 14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존 아메릭스 뱅가드 퀀트 주식 부문 글로벌 책임자는 최근 뉴욕에서 열린 ‘블룸버그 ETF 인 뎁스’ 컨퍼런스에서 “비트코인은 생산적인 자산이라기보다 투기적 수집품으로 이해하는 것이 낫다”고 밝혔습니다.



아메릭스 책임자는 특히 비트코인을 최근 품절 대란을 일으킬 정도로 인기를 끈 아트토이 캐릭터 ‘라부부’에 빗대어 “근본적인 기술이 지속적인 경제적 가치를 제공한다는 명확한 증거가 없다면, 비트코인은 나에게 ‘디지털 라부부’ 그 이상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강조했습니다.

뱅가드가 장기 투자처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이자 수익, 복리 효과, 현금 흐름 등의 속성이 비트코인에는 전무하다는 지적입니다.

이러한 발언은 비트코인이 최근 롤러코스터 장세를 보이는 와중에 나왔습니다. 비트코인은 지난 10월 사상 최고치인 12만 6000달러에 육박했으나, 현재는 8만 6000달러대까지 밀려난 상태입니다.

주목할 점은 뱅가드의 최근 행보입니다. 12조 달러(약 1경 7200조원)를 굴리는 뱅가드는 그동안 가상자산에 대해 보수적인 입장을 고수해왔으나, 이달 초 자사 플랫폼에서 고객들이 비트코인 현물 ETF를 거래할 수 있도록 허용했습니다. 이는 지난 1월 비트코인 현물 ETF 출시 이후 시장이 어느 정도 안착했다는 판단에 따른 것입니다.

하지만 아메릭스 책임자는 이에 대해 확대 해석을 경계했습니다. 그는 “고객이 원한다면 플랫폼에서 ETF를 사고보유할 수 있도록 허용했지만, 이는 전적으로 고객의 재량”이라며 “우리는 비트코인을 매수해야 할지, 매도해야 할지 조언하지 않을 것이며 이는 현재로서 우리가 할 일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플랫폼은 개방했지만, 뱅가드의 하우스 뷰 자체는 여전히 가상자산에 대해 회의적임을 재확인한 셈입니다.

다만 뱅가드 측은 블록체인 기술의 효용성과 시장 구조 개선 가능성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입장을 덧붙였습니다.

아메릭스 역시 “고물가 환경이나 정치적 불안정 시기에 비트코인이 가치를 가질 가능성은 있다”면서도 “아직은 역사가 너무 짧아 포트폴리오 내 역할을 논하기엔 이르다”고 평가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전통 금융권의 거물인 뱅가드가 ETF 거래를 허용한 것은 전향적이지만, 비트코인의 내재 가치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구심을 표하고 있다”며 “최근 가격 급락과 맞물려 투자 심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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