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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0억 손실' 니케이펀드 소송전, KB는 이겼는데 투자자 '줄패소' 왜

SBS Biz 이광호
입력2025.12.12 16:53
수정2025.12.15 10:17


코로나19 사태가 한창이던 지난 2020년, 일본 니케이 지수를 기초로 한 펀드 상품에서 800억원대 손실이 발생해 투자자들이 발칵 뒤집혔습니다. 최근 이 펀드를 둘러싼 개인투자자들의 소송 결과가 속속 나오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결과는 개인투자자들의 줄패소입니다.

오늘(15일) 자본시장업계와 법조계 등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지난달 개인과 법인 포함 총 51명이 판매사인 KB증권을 상대로 제기한 부당이득금 반환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리며 증권사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현재 확인되는 투자자 소송 6건 중 가장 큰 규모의 소송으로, 지난 2022년 소송이 제기된 이후 병합 등을 거쳐 3년 만에 판결이 나왔습니다.

문제의 상품은 일본 오사카 거래소의 ‘니케이225’ 지수를 기초로 결성된 위너스자산운용의 '니케이알파 전문투자형 사모투자신탁' 펀드입니다. 법원은 최근 관련 소송에 대해 연달아 판결을 내리고 있습니다. 지난 9월과 11월, 각각 2건씩 총 4건의 판결이 나왔는데 모두 투자자가 패소했습니다.

재판부 "투자자들, 원금 손실 가능성 알아"
지난해 9월 이뤄진 1심 판결에 따르면 가족 투자자 3명은 약 17억원의 손실을 보고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이들은 판매 직원들이 펀드의 안전성만을 강조했다고 주장했습니다. 특히 펀드가 손실을 볼 때 빠르게 자산을 매도하는 '로스컷' 방식으로 최대 손실이 10%로 제한된다는 설명을 들었다는 게 투자자 측 주장입니다. 펀드의 손실 과정에서 이 로스컷은 실행되지 않았습니다.

1심은 투자자들의 펀드의 위험성과 관련해 원금 손실 가능성을 알고 있었을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펀드 상품설명서에는 "통제하기 어려운 시장위험이나 시스템 리스크의 발생, 운용 전략의 실패로 인해 레버리지 투자한 부분에서 추가 손실이 발생할 경우 펀드 수익의 훼손을 가져올 수 있고, 경우에 따라선 과도한 손실로 펀드가 청산될 수 있다"고 기재됐습니다.

재판부는 "이 사건 펀드 가입 서류 등에서 원고가 직접 서명하거나 기재한 각 부분에 비추어보면, 원고들은 이 사건 펀드의 위험 구조나 원금 손실 가능성 등에 대해서 충분히 인식하고 있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습니다.

로스컷 부분의 문제와 관련해서도 재판부는 "로스컷이 제대로 실행되지 못했다는 사정만으로 처음부터 실행 불가능한 상품을 설계했거나, 관련 결함을 원고들에게 제대로 고지하지 않았다 볼 순 없다"고 판결했습니다. 지난 9월 2심 재판부 역시 이 같은 판단을 유지했습니다.

이 소송은 현재 대법원에 올라 있습니다. 소송을 대리하고 있는 법무법인 주원은 "은행 PB센터 직원의 권유 및 설명을 듣고 상품에 가입했는데, 소송에서 은행 직원이 상품을 설명한 사실이 없다고 한 점을 의뢰인이 억울하게 여겨 상고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일련의 소송에 대해 KB증권 측은 "원고들의 주장과 달리 증권사 직원이 설명 의무를 어긴 것이 없었다는 얘기"라면서 "투자자 화해 및 보상 등의 계획은 없다"고 말했습니다.

기관 간에도 분쟁…KB증권 '승소'
해당 펀드는 니케이225 지수의 옵션을 판매해 수익을 냈습니다. 주로 '풋옵션'을 팔았습니다. 지수를 특정 가격에 매도할 수 있는 권리를 팔았으니까, 매수자가 옵션을 행사한다면 위너스운용이 해당 옵션가에 지수를 사줘야 하는 방식이었습니다.

그런데 2020년 초 코로나19 확산으로 니케이지수가 급락하면서, 대응할 수 있는 영역 이상으로 이미 판매한 풋옵션보다 지수가 크게 떨어졌습니다. 위험이 커지면서 위너스운용의 위탁을 받아 운용 계좌를 보유한 KB증권은 해당 펀드의 옵션 전체를 반대매매해 손실이 확정됐습니다. 이에 위너스운용과 투자자들 모두 손절의 기회를 잃었다며 KB에 반발해 법적 대응을 시작했습니다.

투자자 소송보다 기관 사이 소송이 먼저 결론이 났습니다. 지난 3월 대법원 최종 판결로 KB증권이 승소했습니다. 반대매매에 문제가 없었다는 겁니다. 이에 대해 법무법인 주원은 "(증권사에 제기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책임 중 하나가 없어진 셈"이라면서도 "여전히 원고(투자자) 입장에서 (불완전판매 등의)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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