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Biz

[단독] 백수 회계사 사태…'조절 실패' 금융위, 공기관에 채용 '읍소'

SBS Biz 오수영
입력2025.12.12 15:45
수정2025.12.12 17:29

공인회계사 신규 합격자 수와 유관기관 수요 예측 조절에 실패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금융위원회가 최근 공공기관에 회계사 채용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오늘(1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는 지난달 10일 모든 정부 부처와 경찰청 등 산하 기관, 공공기관 등 총 100여개 기관에 공문을 보냈습니다.



이 공문에는 "귀 기관의 회계 관련 업무 전문성 제고 등을 위해 회계전문인력이 필요한 분야에 수습 공인회계사 채용을 적극 검토해줄 것을 요청한다"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금융위는 "회계법인뿐만 아니라 정부부처, 공공기관, 일반 기업 등 비회계법인의 공인회계사 채용 수요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지난 9월 2일 1200명의 수습 회계사를 선발했는데 올해 선발된 수습 회계사 중 상당수는 아직 취업처를 찾지 못했다"며 "지난 10월 27일 금융위 종합 국정감사에서 '정부부처 등이 수습 회계사들을 적극 활용해 달라'는 취지의 질의가 나온 바 있다"는 내용도 담았습니다. 

국정감사에서 국회의원들은 "캄보디아발 불법 자금세탁 조사, 범죄수익 조사 등 관련해 경찰청 등 관련 부처가 수습 회계사를 적극 활용할 것"을 제언한 바 있습니다. 

금융위가 뽑아놓고…채용은 타 기관이 해줘라?


금융위가 이렇게 공공기관에 회계사 채용을 읍소한 데는 2023년부터 백수 회계사가 급증했기 때문입니다. 

회계사 합격자는 회계법인이나 일반 기업에서 2~3년 가량의 수습 기간을 거친 뒤에야 정식 공인회계사로 등록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8대 전문직 중 하나인 회계사에 합격하고도 수습 생활을 할 기관에 취직하지 못해 편의점 아르바이트 등에 임시로 종사하는 '미지정 회계사'가 최근 급증했습니다.
 

이처럼 '노는 회계사'가 많은 데 대해 업계에선 정부의 수요 예측 실패를 원인으로 꼽습니다.

2018년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 표준 감사 시간제를 골자로 한 외부감사법 전면 개정 이후 회계사 수요가 늘어나면서 금융위는 합격자 수를 점진적으로 늘려 왔습니다.

게다가 2024년 8월엔 감사원이 "비회계법인의 감사 분야 회계사가 부족해 공급 확대가 필요하다"고 지적하면서 선발 인원이 1250명까지 늘어났습니다.

그러나 작년부터 업황이 나빠지며 회계법인들의 채용이 줄었습니다. 일부 법인은 인공지능(AI)를 도입하며 신입에 대한 수요가 더 줄었습니다.

이에 금융위는 지난 4일 내년 선발 예정 인원을 올해보다 50명 줄인 1150명으로 정했으나, 회계사 수급 불균형이 해소되기엔 역부족이란 지적이 나옵니다.

금융위원회가 앞장서서 미취업 회계사들을 채용할 수는 없는지에 대해 금융위 관계자는 "금융위에는 이미 회계사들이 포진돼 있어 어려운 측면이 있다"면서 "인건비 문제상 회계사 추가 채용이 사실상 불가능하기도 하다"고 밝혔습니다.

이런 가운데 금융위는 오늘 오전 한국공인회계사회에서 금융감독원 등 유관기관과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공인회계사 선발·수습 개선 TF'를 발족하며 킥오프 회의를 개최했습니다.

이번 TF는 내년 1분기까지 운영해서 '공인회계사 선발 및 수습 관련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하고, 내년 상반기 중 공인회계사 자격·징계위원회에 상정하겠다는 계획입니다.

ⓒ SBS Medianet & SBSi 무단복제-재배포 금지

오수영다른기사
제2의 루멘 대표 막는다…FIU, 내년 자금세탁 검사 대폭 강화
[단독] 백수 회계사 사태…'조절 실패' 금융위, 공기관에 채용 '읍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