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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우려' 키운 오라클 실적…엔비디아는 중국 '골머리'

SBS Biz 임선우
입력2025.12.12 10:47
수정2025.12.12 11:17

[앵커]

걱정이 커지느냐, 걱정을 더느냐, 그 결과가 상당히 중요했던 오라클의 실적이 결국 실망감으로 이어졌습니다.

올해 가장 공격적인 투자로 주목받은 기업이 바로 그 대규모 투자로 인해 리스크가 커졌다는 분석입니다.

이런 가운데 엔비디아는 고성능 AI칩의 중국 수출길이 드디어 열렸지만, 이를 반길 줄만 알았던 중국의 반응이 새로운 고민거리가 됐죠.

'산 넘어 산'인 AI 업계 상황, 임선우 캐스터와 짚어보겠습니다.

오라클 실적부터 보죠.

뭐가 문제였나요?

[캐스터]

수치는 나쁘지 않았는데, 시장의 기대와 눈높이가 워낙 높았던 것이 문제라면 문제였던 것 같습니다.

주당순이익도 예상치를 뛰어넘었고, 잔여수행의무도 430% 넘게 폭증한 5천230억 달러를 찍었습니다.

그런데 매출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바로 이 점이 발목을 잡았는데요.

정규장에서 소폭 상승으로 마감한 오라클의 주가는 실적 발표 직후 시간외거래에서 미끄러지기 시작하더니 순식간에 11%나 급락했고, 폭락세는 다음날 정규장까지 이어졌습니다.

[앵커]

이렇게까지 주가가 흔들릴 성적인가요?

이걸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캐스터]

요즘 월가에선 과도한 AI 인프라 투자의 미래가 곧 오라클이라는 말이 나옵니다.

전례없이 높은 부채비율에, 신용부도스와프 CDS 스프레드가 가파르게 확대됐기 때문인데요.

오라클의 부채비율은 460%를 넘기면서, 50% 이하인 구글과 아마존, 메타 등 주요 클라우드 기업들보다 월등히 높은데, 이로 인해 AI 버블의 주범으로 몰리고 있습니다.

주가도 지난달 20% 넘게 빠졌습니다.

S&P글로벌이 신용등급 하향 기준을 완화해 더 많은 차입이 가능하도록 길을 열어놨다고는 하지만, 무려 180억 달러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하면서, 신용등급은 BBB로 최하단에 머물고 있고, 이마저도 지키기 힘들 것이란 전망까지 나오고 있는 마당에, 실망스러운 성적까지 더해져 불안감을 키우고 있습니다.

[앵커]

시장이 오라클에 기대를 걸었던 이유가 앞서 짚어주신 잔여수행의무, 그러니까 앞으로 반영될 매출 때문이었잖아요.

전 분기보다 더 잘 나왔는데, 반응은 달랐어요.

이유가 뭔가요?

[캐스터]

오라클의 잔여수행의무, RPO는 9월 기준 360% 폭증해 4천500억 달러를 넘었고, 10월에는 5천억 달러까지 돌파했는데요.

이게 무슨 의미냐면, 계약은 됐지만 서비스 제공이 이뤄지지 않아서 아직 매출로 잡히지 않은 금액이 그만큼 늘었다는 겁니다.

월가에선 "이 계약이 실제 매출로 이어질 수 있는가"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습니다.

계약이 취소되거나, 인프라 사용량이 예상보다 적으면, 오라클만 막대한 설비투자 부담을 떠안게 되기 때문입니다.

가뜩이나 부채비율이 치솟고 있는데, 수익성이 확인되지 않으면 시장의 걱정은 계속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앵커]

오라클의 자금 사정이 얼마나 심각한가요?

[캐스터]

최근 12개월 자유현금흐름은 60억 달러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데요.

회사가 사업을 통해 벌어들인 현금에서 설비투자 등 필수 지출을 제외하고 실제로 손에 남는 현금을 의미하는데, 이 값이 마이너스라는 건 회사가 사업을 돌릴 수록 오히려 현금이 줄어들고 있다는 뜻이고요.

모건스탠리는 오라클의 총부채와 리스부채가 3년 안에 2천9백억 달러, 우리 돈 약 427조 원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이번 실적 발표에서 투자자들이 오라클의 매출에 민감하게 반응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이같은 상황은 오라클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체 AI 업계가 안고 있는 고민인데요.

빅테크 기업들의 빚투 문제가 이번 오라클의 실적 발표로 다시 고개를 들었습니다.

[앵커]

엔비디아로 넘어가 보죠.

문제가 풀렸다고 좋아했는데, 그 속에 또 다른 난제가 기다리고 있었어요?

[캐스터]

"규제가 풀린다 한들 중국이 사줄지 의문이다"라고 말한 젠슨 황 CEO의 고민이 현실이 됐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엔비디아의 고성능 AI칩, H200의 중국 수출을 허용하겠다 발표했지만, 정작 중국의 반응은 시큰둥합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미국의 수출 승인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해당 제품에 대한 접근을 제한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는데, 논의 과정에서, 구매자는 "국산칩으로 대체가 어렵다"는 사유서를 제출하고, 정식 승인을 받도록 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고, 아직 규제안이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공공부문에선 H200 사용을 전면 금지하는 방안까지도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수출을 풀면서 유화책을 쓰는 것 같지만, 중국을 영원한 2등으로 묶어두면서 돈은 돈대로 벌겠다는 트럼프의 속내를 모를 리 없기 때문이겠죠.

더군다나 미국의 오랜 규제로 중국은 기술굴기에 올인하면서 이제는 엔비디아 없이도 가능하다는 자신감을 보이고 있습니다.

여기에 미 의회는 여전히 강경한 태도를 유지하면서 중국 수출을 막는 법안을 발의하는 등, 여전히 이슈가 있는데요.

H200칩이 중국에서 실제 판매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업계는 H200 수출 허용을 어떻게 보고 있나요?

[캐스터]

두 고래의 AI 패권경쟁에 득이 될지, 실이 될지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데요.

일단, 엔비디아 입장에선 기존 독주 체제를 공고히 할 수 있는 소식은 맞습니다.

중국 매출 없이도 이미 시장의 80~90%를 먹고 있는데, 여기서 파이를 더 키우면, 엔비디아 실적이 퀀텀 점프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지만, 시선을 더 넓혀서 보면, 연초 '딥시크' 트라우마를 다시 떠올리게 할 만한 사건이라는 평가도 나옵니다.

가뜩이나 기술력 끌어올리기에 열중하고 있는 중국 레드테크들이 엔비디아 칩까지 '합법적으로' 확보할 수 있게 되면, AI 업계 '판'이 뒤집힐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는데요.

막대한 보조금과, 저렴한 전력 인프라가 고성능 H200 칩과 만나면, 그 효과는 엄청날 것이란 분석입니다.

[앵커]

이 틈에서 우리 기업들에겐 어떤 영향이 있을까요?

[캐스터]

엔비디아의 중국 수출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우리 반도체 기업들에게는 악재보다 호재가 더 많습니다.

AI 산업의 필수인 고대역폭메모리, HBM 강국인 한국이 숨은 승자라는 평가도 나오는데요.

도마에 오른 H200은 메모리 먹는 하마로까지 불리는 데다, 중국 수출길이 열리면 공급과잉 우려도, 안정적 수요처를 확보해 누그러뜨릴 수 있고요. 특히 수요가 급증하게 되면, 삼성전자의 엔비디아 공급망 진입에도 청신호가 될 수 있습니다.

[앵커]

투자 관점에서 봤을 때, AI 거품론은 계속 걱정해야 하는 이슈인가요?

[캐스터]

넘치는 뉴스만큼이나, 월가에서도 의견이 분분합니다.

먼저 낙관론부터 보면, 글로벌 주요 자산운용사 중 대다수는 내년에도 글로벌 증시가 AI를 중심으로 강세장을 지속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국과 유럽, 아시아 지역 글로벌 운용사 37개 중 30개사가, 내년 증시 전망에 대해 리스크온, 위험 선호 시각을 유지한다고 답하면서, 응답자 열에 여덟 이상은 AI 핵심 대형주의 밸류에이션이 과도하게 높지 않다, 펀더멘털이 주가 수준을 뒷받침하면서, 새로운 산업 사이클이 시작되는 것이다 밝혔고요.

스태그웰이 글로벌 대기업 CEO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응답자의 95%가 AI를 변혁적 기술로 평가했고, 또 열에 여덟 이상은 AI가 거품이 아닌 건전한 성장 단계에 진입했다고 답할 만큼, 랠리를 기대하는 시각은 여전합니다.

[앵커]

우려의 시각도 짚어보죠.

[캐스터]

AI 열풍이 주도한 기술주 랠리로 투자자들의 자산 포트폴리오 위험도가 '경고' 수준에 도달했다는 분석이 나오는데요.

비대해진 기술주 비중을 덜어내고, 채권과 가치주로 자산을 리밸런싱해 변동성에 대비해야 할 '골든타임'이라는 지적입니다.

뱅가드는 "AI가 전기만큼이나 혁신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이란 강세론자들의 주장이 맞다면 시장은 계속 성장할 것"이라면서도, "미국의 불어나는 부채와 재정 적자가 AI의 긍정적 파급력을 약화할 가능성이 있어, 향후 몇 년은 AI와 적자 간의 힘겨루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고요.

6대4 법칙이 붕괴된, 포트폴리오 불균형을 조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들립니다.

현재 S&P500의 12개월 PER은 스물두 배를 넘기면서, 10년 평균인 18.7배를 크게 웃도는 만큼, 기술주를 줄이고 S&P500내 종목을 동일한 비율로 담는 동일가중 ETF나, 배당 매력이 높은 다우 관련 ETF 등, 중소형주나 가치주, 해외주식, 또는 주식 비중을 줄인 자리를 채권으로 채우는 전략도 유효하다는 의견이 나올 만큼, 혼란한 시장만큼이나 월가 전망도 극명하게 갈리고 있습니다.

[앵커]

임선우 캐스터,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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