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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 현금이 많아서 문제"…올해만 26조 투자 약속

SBS Biz 임선우
입력2025.12.05 04:41
수정2025.12.05 06:12


엔비디아가 올해 들어 초대형 투자를 잇따라 발표하며 현금부자 면모를 과시하고 있다고 CNBC가 현지시간 5일 보도했습니다.



최근 반도체 설계기업 시놉시스에 20억달러(약 2조9천억원)를 투자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노키아 10억달러, 인텔 50억달러, 앤트로픽 100억달러 등 굵직한 지분 투자만 4건, 총 180억달러(약 26조5천억원)에 달합니다. 벤처 투자는 별도입니다.

여기에 가장 큰 거래로 꼽히는 오픈AI 지분 1천억달러 매입 계획도 남아 있습니다. 엔비디아는 아직 '최종 합의에 이르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지만, 사실상 추진 의지를 드러낸 상황입니다.

이 같은 막대한 투자 여력은 급증한 현금에서 비롯됩니다. 지난 10월 말 기준, 엔비디아가 보유한 현금 및 단기투자금은 606억달러로 집계됐습니다. 챗GPT가 처음 공개된 2023년 1월 당시 133억달러였던 것과 비교하면 1년 10개월 만에 4.5배 증가한 셈입니다.

세계 시가총액 1위 기업으로 올라선 엔비디아는 이제 단순 GPU 제조사를 넘어 AI 생태계 전체를 좌우하는 투자자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실적 발표에서 "이 정도 규모로 성장한 기업은 역사상 없었다"며 "우리가 가진 자금을 어떻게 활용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시장조사업체 팩트셋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올해만 968억달러의 잉여현금흐름(FCF)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향후 3년 누적 FCF는 5760억달러에 달합니다.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엔비디아가 벌어들이는 현금의 규모에 비해 자사주 매입이 충분치 않다"며 보다 공격적인 매입을 주문했습니다.

올해 엔비디아 이사회는 자사주 매입 한도를 600억달러 증액했고, 올해 1~3분기 동안만 370억달러어치를 매입·배당으로 지출했습니다. 젠슨 황 CEO는 "주주환원은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엔비디아가 현금을 무분별하게 쓰지 않는 이유도 있습니다. 코렛 크레스 엔비디아 최고재무책임자(CFO)는 "가장 중요한 목표는 차세대 제품을 제때 공급하기 위한 충분한 자금 확보"라며, 폭스콘·델 등 주요 제조 파트너들이 생산설비 확충과 재고 관리를 위해 상당한 운전자본 지원을 요구한다고 설명했습니다.

황 CEO는 "우리가 갖춘 견고한 재무구조는 고객과 공급망이 엔비디아를 신뢰하게 만드는 핵심"이라며 "앞으로의 물량을 확실히 납품할 수 있는 기업이라는 평판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엔비디아는 그동안 인수 대신 지분 투자를 택해왔습니다. 실제 엔비디아는 이미 82억달러 규모의 비상장 기업 투자를 마쳤으며, 이들 대부분이 AI 소프트웨어 '쿠다(CUDA)' 생태계 확장에 기여하는 기업들입니다.

황 CEO는 "우리가 투자한 모든 기업이 결국 AI 수요, 그리고 엔비디아 칩 소비를 확대한다"며 "특정 기업에 엔비디아 제품 사용을 의무화하진 않지만, 결과적으로 모두 사용하게 된다"고 말했습니다.

엔비디아는 2020년 70억달러 규모의 멜라녹스 인수 이후 수십억달러급 인수합병(M&A)을 진행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같은 해 ARM 인수(400억달러)가 미·영 규제 당국의 반대로 무산된 뒤, 대형 M&A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크레스 CFO는 "매력적인 대형 인수 건을 찾기 어렵고, 규제 환경도 녹록치 않다"며 "가능하다면 하고 싶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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