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Biz

많이 듣던 '입찰 담합·공사비 부풀리기' 홍콩 화재 이면

SBS Biz 송태희
입력2025.12.03 14:52
수정2025.12.03 15:16

[28일(현지시간) 불이 완전히 꺼진 홍콩 북부 타이포의 고층 아파트 단지 웡 푹 코트의 건물 바깥에 타다 만 대나무 비계와 안전그물이 붙어있다.(사진=연합뉴스)]

최소 156명이 사망한 홍콩 아파트 화재 참사의 근본적인 배경으로 입찰 담합과 공사비 부풀리기 등이 만연한 홍콩의 노후 아파트 보수(리노베이션) 공사 시장의 부패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홍콩매체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현지시간 3일 전직 업계 관계자와 전문가들을 인용해 이번 화재로 탐욕스러운 홍콩 보수공사 업계의 공공연한 비밀이 드러났다면서 이같이 보도했습니다. 

홍콩에서는 노후 건물을 의무적으로 보수하도록 하고 있으며, 당국은 매년 30년 이상 된 건물 600곳가량에 대해 전문 컨설턴트를 고용해 점검하고 도급업체를 통해 보수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홍콩은 보수공사 연한이 도래한 낡은 고층건물이 많아 공사업자들에게 '노다지' 수준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상황입니다.  2022년 말 기준 전체 민간 빌딩의 20% 이상인 9천600채가량이 50년 이상이었던 걸로 전해집니다. 

이번 화재는 보수공사 중이던 32층짜리 아파트 '웡 푹 코트' 7개 동에서 발생했으며, 당국은 비계(고층 건설 현장의 임시 구조물)에 쓰인 그물망 일부가 방염 기준 미달이었다고 밝힌 상태입니다. 


 
 업체 측이 태풍 피해 이후 비용을 아끼기 위해 일부 그물망을 방염 기능이 없는 '반값' 제품으로 교체했다는 것입니다. 

내부 문건에 따르면 화재가 난 아파트의 보수공사 예산은 2023년 9월 초기 입찰 분석 당시 1억5천200만 홍콩달러(약 287억원)였지만, 최고급 옵션 추가 등에 따라 지난해 최종 금액은 3억3천600 홍콩달러(약 634억원)로 대폭 늘어났다는 게 SCMP 설명입니다. 

'반(反) 입찰담합 부동산소유자연맹' 관계자는 컨설턴트 업체가 저가로 계약을 따낸 뒤, 도급업체와 공모해 실제 비용보다 훨씬 높은 가격에 보수 프로젝트를 맡는 방식이 보수 공사에서 흔한 위법행위라고 설명했습니다. 

 '킹 밸류' 부동산투자 컨설턴트의 리키 웡은 입찰 담합에 대해 업자들이 다른 회사를 여럿 세워 응찰하는 관행이 10∼20년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한 관계자는 "모두가 최저가를 위해 싸우다 보니 전체 시장이 썩었다"면서 "1만 홍콩달러가 적절한 작업을 8천500 홍콩달러에 수주하면 어떻게 하겠는가. (기준 미달) 자재를 쓰거나 절차를 무시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 SBS Medianet & SBSi 무단복제-재배포 금지

송태희다른기사
엔비디아 출신 中 AI칩 업체, 상장 첫날 5배 올라
넷플릭스, 할리우드 접수 초읽기…"워너와 단독 인수협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