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 나면 큰일인데…데이터센터, 전기차 의무화 예외 없다 ['절제'의 미학, '착한' 규제 리포트]
SBS Biz 오정인
입력2025.11.26 17:35
수정2025.11.26 19:38
시장경제에서 규제는 참 말이 많은 화두입니다. 공정, 안전 등을 위한 장치지만, 성장의 발목을 잡는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습니다. 보는 시각에 따라 무엇을 더 우선시 해야 할지에 대한 저마다의 의견도 다양합니다. 규제는 긍정적 효과를 기대하며 만들어지지만 시행한 뒤에는 예상하지 못한 부작용을 낳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정작 규제를 만드는 주체인 정부 내에 '규제개혁위원회'를 두고 있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저희는 규제를 통해 발생한 '결과적인 상황'을 거꾸로 되짚어 보며, 의도했던 목적과 '기대했던 가치'를 가늠해 보고자 합니다. 규제가 의도했던 결과로 이어지는 '좋은' 규제도 있습니다. 이 또한 어떤 것인지? 찾아 보고자 합니다. 이번 기획의 시작과 접근은 이미 이런 문제의식을 가지고 다양한 고민을 진행해 온 전문가들의 모임 '(사)좋은규제시민포럼'과 함께 합니다. 공동기획 : (사)좋은규제시민포럼
[앵커]
효용과 수명을 다한 낡은 규제의 개선 방안을 고민해 보는 연중 기획 시간입니다.
오늘(26일)은 데이터센터 관련 규제입니다.
지금으로부터 딱 두 달 전 발생한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 기억하실 겁니다.
정부 시스템이 통째로 멈추면서 국민들의 생활 전반에 미치는 파장도 적지 않았죠.
데이터센터 특성상 화재 위험 가능성을 최소화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한데요.
하지만 이런 상황에도 현행 규정상 의무적으로 갖춰야 하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전기차 충전 시설입니다.
산업계에선 데이터센터만큼은 예외를 적용해달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정부는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오정인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전기차에서 시작된 불이 삽시간에 아파트 5개 동으로 번집니다.
지난해 8월 인천 청라에서 발생한 전기차 화재로 아파트 480가구가 피해를 입었습니다.
[김원기 / 서울 강서구 : 지하주자창에 전기차 충전소가 있잖아요. 주차할 땐 거기서 멀리 주차하고 있죠. 불안하죠.]
[계용면 / 서울 강서구 : 화재 사건 이런 게 너무 무서워요. 괜히 내가 차를 몰다가 그런 일 생길까 봐 (걱정되죠.)]
친환경자동차법에 따라 차량 50대 이상 주차가 가능한 주차장은 전체 주차대수 5% 이상을 전기차 전용으로 하고 충전기를 설치해야 합니다.
데이터센터 주차장도 예외는 아닙니다.
문제는 방대한 정보를 보관하는 데 막대한 전력을 쓰는 데이터센터 특성상, 작은 화재도 엄청난 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겁니다.
때문에 데이터센터들은 법에 따라 전기차 시설을 마련하기도 하지만, 화재를 우려해 사실상 전기차 주차를 금지하거나, 아예 시설을 구축하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황석진 / 동국대 국제 정보보호대학원 교수 :데이터센터는 무정전·무화재가 절대적인 원칙이에요. EV(전기차) 배터리 화재는 진압이라든가 재발화에 대한 부분이 상당히 (우려스럽죠.)]
대한상공회의소는 지난 7월 정부에 제출한 '신산업 규제 합리화 건의서'를 통해 데이터센터는 전기차 시설 의무에서 제외해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국회에선 지난 8월 관련 법 개정안이 발의돼 조만간 논의가 진행될 전망입니다.
[구자근 / 국민의힘 의원 : 2022년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 2025년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에서 볼 수 있듯이 통신망이 잠시만 중단돼도 금융과 물류, 응급의료 등 방대한 분야에 피해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혹시라도 모를 화재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장치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정부는 조심스러워하는 입장입니다.
데이터센터 뿐만 아니라 병원과 학교 등에서도 같은 요구가 잇따르고 있어 예외 범위가 커질까 우려하고 있습니다.
[김필수 /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 : 데이터의 중요성을 봤을 때는 전기차 충전부터 주차에 대한 것들을 데이터센터에서 거리를 멀리 하는 것도 좋은 방법 중 하나거든요.]
[박철완 / 서정대 스마트자동차과 교수 : ESS(에너지 저장장치), UPS(무정전 전원장치), 전기차 충전소·주차장까지 통째로 밖으로 다 빼야죠. 에너지 건물과 데이터 건물을 분리하(는 거죠.)]
전기차 시설 설치 의무는 현재 유예기간으로 내년 1월말부터는 지키지 않으면 제재를 받게 됩니다.
데이터센터 화재가 얼마나 큰 파장을 불러오는지 온 국민이 몸소 체험한 만큼 규제 적용의 지혜가 필요하다는 지적입니다.
SBS Biz 오정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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