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거품론은 현재 진행형?…하이퍼스케일러 회사채 스프레드 '적신호'
SBS Biz 임선우
입력2025.11.12 04:22
수정2025.11.12 13:11
['매그니피센트 7'의 로고(CI). (왼쪽 위에서부터 시계 방향으로)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엔비디아, 구글, 테슬라, 메타.]
'AI 거품론'이 불거진 가운데 빅테크들이 데이터센터 건설에 필요한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채권시장으로 몰리는 상황에서 관련 회사채의 리스크 프리미엄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어 주목됩니다.
데이터센터 버블 논란이 가열되는 상황과 맞물려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회사채 시장으로 옮겨 붙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채권 매도 움직임이 AI 낙관론에 힘이 실리는 주식시장과 대조적이라는 의견도 나왔습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현지시간 11일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의 데이터를 인용해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 오라클 등 대규모 데이터센터 구축에 뛰어든 이른바 하이퍼스케일러들의 회사채 스프레드가 최근 몇 주 동안 큰 폭으로 상승했다 짚었습니다.
미국 국채 대비 해당 채권 바스켓의 스프레드가 0.78%포인트까지 뛰었습니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4월 관세 발표로 금융시장을 뒤흔든 이후 최고 수준입니다. 수치는 9월 0.5%포인트에서 가파르게 올랐습니다.
FT는 스프레드 확대가 AI 인프라 투자 자금 조달을 위한 빅테크의 회사채 발행에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고조되는 상황을 드러내는 단면이라고 전했습니다.
웰링턴 매니지먼트의 브리지 쿠라나 채권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FT와 인터뷰에서 "최근 2주 사이 금융시장이 깨달은 사실은 대규모 현금 자산을 보유한 빅테크들이 채권시장에서 돈을 빌려야 할 정도로 AI 인프라 투자 자금이 부족하다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메타는 570억달러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했고, 알파벳과 오라클이 각각 250억달러와 180억달러 규모로 채권을 발행했습니다.
JP모건은 앞선 보고서에서 AI 인프라 구축에 5조달러 이상의 자금이 소요될 전망이고, 공개 자본시장은 물론 사모 신용과 대체 자본 제공자, 심지어 정부 참여까지 필요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실제로 메타는 지난달 핌코와 블루 아울 캐피탈을 포함한 투자자들과 루이지애나의 하이페리온 데이터센터 개발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270억달러 규모의 사모 채권 거래를 체결했습니다.
구글과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메타는 AI 인프라 구축에 올해 3500억달러 이상 지출한 데 이어 2026년 투자 규모가 4000억달러를 넘어설 것이라고 예고했습니다.
거대 기술 기업들이 막대한 현금을 보유하고도 AI 확장을 위해 채권시장에서 자금을 차입하는 상황에 투자자들은 불편한 표정입니다.
JP모건은 "하이퍼스케일러들이 총 350억달러의 유동 현금 및 투자금을 보유하고 있고, 2026년 7250억달러의 영업현금흐름을 창출할 전망이지만 신용시장에 신규 회사채 공급을 확대하는 움직임"이라고 전했습니다.
최근 몇 주 사이 메타와 알파벳, 오라클은 만기가 40년에 달하는 장기물 채권 패키지로 금융시장을 공략하기도 했습니다.
미국을 벗어난 채권 발행도 꼬리를 뭅니다. 알파벳은 11월 초 250억달러의 회사채를 발행했는데 이 가운데 175억달러를 미국에서, 75억달러를 유럽에서 조달했습니다.
애널리스트는 오라클의 회사채가 최근 몇 달 동안 특히 커다란 타격을 받았다고 지적했습니다. 업체는 텍사스 주의 애빌린에 위치한 오픈AI의 스타게이트 데이터센터를 포함한 인프라 임대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9월 180억달러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한 바 있습니다.
FT가 과거부터 거래되는 오라클 채권을 추적해 작성한 지수는 9월 중순 이후 5% 하락했습니다. 우량 IT 업체들의 회사채를 추적하는 ICE 데이터 서비스의 바스켓이 1% 내린 점을 감안할 때 눈길을 끄는 대목입니다.
AI 버블 논란 속에서도 빅테크의 주가는 연초 이후 시장을 아웃퍼폼하는 상황. 회사채 시장이 상대적으로 커다란 경계감을 드러내는 데 대해 시장 전문가들은 두 가지 자산의 수익 구조가 다르기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주식의 경우 주가 상승에 제한이 없지만 채권은 원금과 이자를 제공하는 데서 그칩니다. 상방이 제한적인 반면 최악의 경우 투자자들이 떠안아야 하는 리스크는 파산까지 포함됩니다.
기업의 부채가 늘어나도 이익이 늘어나면 주가가 오르는 반면 채권은 부채 증가로 인해 레버리지가 상승하고, 신용 등급이 하락하면서 자산 가치가 떨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오라클이 960억달러의 부채를 짊어지고 있다는 사실이 주주들보다 채권 투자자들에게 훨씬 더 무겁게 다가온다는 설명입니다.
최근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오라클의 소수 AI 기업 의존도를 위험 요인으로 지적했습니다. 오라클은 데이터센터를 건설해 오픈AI에 임대하기로 하고, 채권 발행으로 180억달러를 조달했습니다.
오픈AI로부터 5년간 3000억달러의 임대 수입을 창출한다는 계산이지만 무디스는 이익을 못 내는 오픈AI가 재정난으로 계약을 취소하거나 파산하는 사태가 벌어질 때 '빚투'의 쓴맛을 보게 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한편에서는 하이퍼스케일러들의 대규모 회사채 발행 후 '팔자'가 건전한 시장 반응이라고 주장합니다.
비스포크 인베스트먼트 그룹의 조지 피어크스 매크로 전략가는 FT와 인터뷰에서 "점차 커지는 리스크가 가격에 반영되는 것은 긍정적인 신호"라며 "AI 부채 사이클은 아직 초기 단계"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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