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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만년부장 '김낙수' 언제 상무될까?…확률보니 0.82%

SBS Biz 안지혜
입력2025.11.11 11:04
수정2025.11.11 15:10

[JTBC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부장 이야기' 일부 (JTBC 제공=연합뉴스)]

최근 TV드라마 '서울 자가 대기업 김부장 이야기'이 '중년판 미생'이란 평가를 받으며 많은 직장인의 공감을 얻고 있습니다. 대기업 재직 25년 차, 부장 6년 차인 김낙수는 첫 화부터 상무 승진에 몸이 달은 '웃픈' 모습으로 열연하는데요. 극중 김 부장이 현실에서 임원으로 승진할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요? 



11일 기업분석전문 한국CXO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100대 기업에 다니는 일반 직원이 임원 명함을 새길 확률은 1%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나 올해는 지난해보다 임원 문턱이 더 높아졌습니다. 지난해 100대 기업에서 직원 119명당 1명꼴로 임원으로 활약했다면, 올해는 122.5명당 1명으로 늘었습니다. 임원으로 오를 수 있는 산술적 확률이 1년 만에 0.84%에서 0.82%로 더 낮아졌다는 뜻입니다. 

이번 조사는 상장사 매출액 100대 기업(2024년 별도 기준)을 대상으로 직원과 임원수를 비교한 결과입니다. 조사 대상 임원은 사내 및 사외이사 등기임원을 제외한 미등기임원(이하 임원)으로 한정했고, 전체 직원 수는 반기보고서에 명시된 인원이 기준입니다. 직원에는 미등기임원도 포함됐습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반기보고서 기준 100대 기업 전체 직원 수는 86만 1천76명으로 집계됐습니다. 1년 전(84만 9406명) 보다 1만 1670명(1.4%↑) 늘었습니다. 반면 같은 기간 미등기임원은 7천135명에서 7천28명으로 줄었습니다. 1년 새 임원 자리는 107곳(1.5%↓) 사라졌습니다. 직원은 늘고 임원 자리는 줄다 보니 올해 100대 기업 전체 직원 중 임원은 122.5대 1 수준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렇게 되면서 올해 100대 기업 직원 중 임원이 차지하는 비중은 0.82%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산술적 확률로 100대 기업에서 일반 직원이 임원으로 오를 가능성은 여전히 1%에도 못 미친다는 뜻입니다. 2011년 당시 0.95%였던 임원 진입 가능성은 이후 2015년(0.94%)→2018년(0.8%)→2019년(0.78%)→2020년(0.78%)→2021년(0.76%)까지 하락했습니다. 그러다 2022년(0.82%) 0.8%대로 반등한 이후 2023년(0.83%), 2024년(0.84%)에 이어 올해(0.82%)까지 4년 연속 0.8%대 수준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다만 올해는 임원 등용문이 지난해보다 미세하게 더 좁아졌습니다.
 


100대 기업 중에서도 회사별로 임원 승진 가능성은 천차만별입니다. 'KB금융'은 임원 1명당 직원 수가 6.2명으로 다른 기업들에 비해 임원 자리에 오를 기회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는데, 지주사 특성상 계열사 등에서 임원을 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 한 요인으로 꼽힙니다. 

현대코퍼레이션도 직원 13.4명(7.45%)당 임원 1명 수준으로 다른 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임원 비율이 높은 편에 속했고, 이외 ▲키움증권(20.2명, 4.95%) ▲LX인터내셔널(21.2명, 4.72%) ▲SK가스(25.3명, 3.96%) ▲미래에셋증권(25.4명, 3.93%) ▲미래에셋생명(26.2명, 3.81%) ▲삼천리(28.1명, 3.56%) 등 순이었습니다.

반면 유통 분야는 직원 330.5명당 한 명 정도만 임원 명패를 단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유통업의 특성상 매장 직원이 상대적으로 많다 보니 일반 직원으로 입사해 임원까지 오를 수 있는 가능성 역시 상대적으로 다소 낮은 것으로 풀이됩니다. 이외 ▲에너지(188.2명) ▲조선중공업(166.2명) ▲자동차(147.1명) ▲운송(140.3명) ▲전자(136.6명) ▲금속철강(114.7명) ▲정보통신(102.5명) 업종 등도 산술적인 임원 승진 경쟁률이 100대 1 수준을 넘었습니다.

재계를 대표하는 국내 주요 4대 기업의 임원 1명당 직원 수도 달랐습니다. 미등기임원이 많은 기업 순으로 살펴보면 ▲삼성전자(지난해 110.3명→올해 117명) ▲현대자동차(143명→151.6명) ▲LG전자(116.1명→116.2명) ▲SK하이닉스(163.9명→165.6명)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주요 4대 기업 모두 올해 임원으로 진입하는 문턱이 지난해 대비 모두 소폭 높아진 겁니다.

이처럼 임원 문턱은 높아졌는데, 퇴장문은 더 넓어졌습니다. 세대교체가 빨라지면서 국내 대기업 임원의 평균 재임 기간은 2년 남짓에 불과합니다. 극중 김낙수 부장이 임원으로 승진하더라도 3년 내 퇴임 가능성이 높은 만큼 상무로서 또다른 생존경쟁을 시작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오일선 CXO연구소장은 "향후 정년 65세 연장이 현실로 이어지면 기업들은 인건비 부담과 조직 효율화 차원에서 임원 자리를 지금보다 더 축소하고, 핵심 직무 중심의 인력구조 재편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면서 "일반 직원도 임원 승진 경쟁보다는 전문 분야 역량을 지속적으로 축적하는 것이 중장기 생존 전략에 더 유리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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