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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자산 '미끌'…코인 비축기업도 '몸살'

SBS Biz 임선우
입력2025.11.11 04:27
수정2025.11.11 13:17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등 가상화폐 가격이 최근 급락하면서 가상화폐 비축 기업(CTC·Crypto Treasury Company)들도 큰 타격을 입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현지시간 9일 보도했습니다.



가상화폐 비축은 소규모 소프트웨어 업체였던 '스트래티지'(옛 마이크로스트래티지)가 개척한 경영 전략입니다.

이 회사는 2020년 공동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 마이클 세일러의 주도로 비트코인 투자 전문기업으로 탈바꿈해 기업 가치를 크게 키웠습니다.

하지만 최근 가상화폐 가격이 하락하자 스트래티지를 비롯해 가상화폐 비축 전략을 취한 기업들은 큰 폭의 주가 하락에 직면했습니다.

스트래티지의 시가총액은 지난 7월 약 1,280억 달러(약 186조 원)로 정점을 찍었지만, 지금은 약 700억 달러(약 102조 원)로 거의 반토막 났습니다.



지난 한 달 새 비트코인 가격이 15% 하락한 가운데 스트래티지 주가는 26% 빠졌습니다.

스트래티지의 수익률을 2배로 추종하는 ETF(MSTU)는 50%나 폭락했습니다.

MSTU를 운용하는 매슈 터틀은 "가상화폐 비축 기업은 기본적으로 레버리지를 한 가상화폐 자산이기 때문에 가상화폐가 하락하면 더 크게 떨어진다"라고 말했습니다.

'페이팔' 창업자로 잘 알려진 억만장자 투자자 피터 틸도 가상화폐 비축 전략을 택한 기업들에 투자했는데 주가가 크게 하락하면서 타격을 입었습니다.

틸이 투자한 이더리움 비축 기업 '비트마인 이머전 테크놀러지'는 한 달 새 30%, 바이오테크 기업에서 이더리움 비축 회사로 변신한 'ETH질라'는 23% 주가가 빠졌습니다.

그럼에도 세일러 CEO는 여전히 낙관적입니다.

그는 소셜미디어에 '비트코인이 할인 중'이라고 썼습니다.

반면 가상화폐 비축 기업들의 주가가 보유 기초자산의 가치보다 더 높은 가격에 거래돼 왔다며 조정을 예상했던 회의론자들은 "그럴 줄 알았다"라는 반응입니다.

시장조사 업체 스펙트라 마켓의 브렌트 도널리 사장은 "내게는 (가상화폐 비축의) 개념 자체가 말이 안 된다. 1달러 지폐를 2달러에 사는 것"이라며 "그 프리미엄은 결국 찌부러진다"라고 말했습니다.

가상화폐 비축 기업은 초기에만 해도 이 자산에 투자하기 어려운 기관투자자들에게 간접 투자의 길을 열어줬습니다.

하지만 최근 2년 새 등장한 가상화폐 상장지수펀드(ETF)는 똑같은 역할을 제공합니다.

가상화폐 시장은 친(親)가상화폐 정책을 내세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들어 줄곧 상승세를 이어왔지만, 지난달 10일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의 희토류 통제 강화에 맞서 대중국 추가 관세를 발표하면서 투매를 촉발했습니다.

또 사상 최장기 기록을 쓰고 있는 미 정부의 셧다운(일시 업무정지),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정책을 둘러싼 불확실성도 가상화폐 가격을 짓눌렀습니다.

WSJ은 가상화폐 비축 기업 중 다수는 보유한 가상화폐의 가치가 유지되는 한 단기적인 위기에 직면하지는 않을 것 같다면서 충분한 현금을 확보한 일부 회사는 저가 매수에 나서거나 경쟁사를 인수할 수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손실을 본 기업의 경우 주식을 팔아 가상화폐를 사들이기 어려울 수 있고, 이는 잠재적으로 가상화폐 가격에 하방 압력이 될 수 있다는 애널리스트들의 우려도 있다고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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