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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합의는 했지만…'숨은 부채' 부담 여전

SBS Biz 정보윤
입력2025.10.30 15:35
수정2025.10.30 18:45

[앵커]

한국 정부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한을 계기로 교착 상태에 빠졌던 관세협상을 극적으로 타결했습니다.



일단 큰 고비는 넘겼지만 해마다 200억 달러를 마련해야 하는 현실적 부담이 새 과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정보윤 기자와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우선 관세협상 내용부터 전해주시죠.

한미 정상회담 이후 극적 타결에 성공했죠?



[기자]

한미는 총 3천 500억 달러의 대미 투자금 중 2천억 달러를 현금 투자하되 연간 한도는 200억 달러로 제한하기로 합의했습니다.

지난 8월 워싱턴 회담 이후 두 달 만에 이뤄진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에서 세부 합의가 급물살을 탔습니다.

[김용범 / 대통령실 정책실장 : 대미 금융투자 3,500억 달러는 현금 투자 2,000억 달러와 조선업 협력 1,500억 달러로 구성됩니다. 일본이 미국과 합의한 5,500억 달러 금융 패키지와 유사한 구조입니다. 다만 중요한 점은 우리는 연간 투자 상한을 200억 달러로 설정했다는 점입니다.]

나머지 1,500억 달러는 이른바 '마스가 프로젝트'로 불리는 조선업 협력에 할당됐습니다.

상호관세 세율은 지난 7월 합의한 대로 15%를 유지하기로 했고, 자동차 관세 역시 25%에서 15%로 인하됩니다.

의약품·목재 등은 최혜국 대우를 받고, 항공기 부품·제네릭 의약품·미국 내에서 생산되지 않는 천연자원 등에는 무관세가 적용됩니다.

특히 반도체의 경우 주된 경쟁국인 대만과 대비해 불리하지 않은 수준의 관세를 적용받기로 했습니다.

여기에 양측이 대미 투자에 대한 '상업적 합리성'을 문건에 명시하기로 하는 등 원금 회수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안전장치도 확보했습니다.

원리금 상환 전까지 수익은 5대 5로 배분하기로 했고, 20년 이내에 원리금을 전액 돌려받지 못하면 수익 배분 비율을 조정하기로 했습니다.

[앵커]

양국이 막판까지 이견을 좁히지 못했던 부분이 현금 투자 비율이었잖아요?

[기자]

협상 과정에서 미국은 매년 250억 달러씩 8년간 2천억 달러 투자를 요구한 반면, 한국은 70억 달러씩 10년간 총 800억 달러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연간 투자 규모는 우리 경제가 감내할 수 있는 수준으로 낮추되 기간은 늘려 총 투자 규모를 미국 측 요구와 맞춘 셈입니다.

우리 정부가 국가 경제에 큰 부담 없이 감당할 수 있는 외화 규모는 년에 150억~200억 달러 수준.

무리한 합의는 아니라는 게 정부의 설명입니다.

[김용범 / 대통령실 정책실장 : 우리 외환시장이 감내할 수 있는 범위에 있으며 외환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외환시장의 불안이 우려되는 경우 납입 시기와 금액의 조정을 요청할 수 있는 별도의 근거도 마련했습니다.]

[앵커]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지지부진했던 관세협상이 결국 매듭지어졌는데, 전문가들 평가는 어떤가요?

[기자]

대체로 '선방'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입니다.

특히, 우리 경제를 억눌러온 '불확실성'이라는 악재를 상당 부분 소멸시킨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주력 수출품인 반도체와 자동차 부문에서 경쟁국보다 불리하지 않은 합의를 얻어낸 점도 긍정적으로 꼽았는데요.

현금 투자의 상한이 연간 200억 달러로 낮아진 점을 비롯해 각종 안전장치가 마련된 점 등 일본보다 개선된 합의라는 평가입니다.

[허윤 / 서강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 : 일본에 비해서는 우리가 분납구조를 가지게 됨으로써 외환시장이나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줄였다…]

다만, 총 2천억 달러라는 대미 투자액 자체가 여전히 큰 규모여서 우리 경제에 부담은 불가피하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허정 / 서강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 어떻게 보면 한숨 돌렸다고 보는데 문제는 여전히 (대미 현금 투자액) 규모가 크거든요. 대규모 투자가 10년 이상 이뤄지는 거기 때문에 외환위기는 오지 않는다 하더라도 우리나라에 굉장히 고환율이 정착될 가능성이 있거든요.]

[앵커]

정부는 대미 현금투자를 연 200억 달러 상한으로 나눠서 내기 때문에 외환시장 영향이 없을 거라는 건데 이 돈을 어떻게 마련한다는 구상인 것인가요?

[기자]

정부의 설명은 연 200억 달러 규모의 자금을 국내 외환시장에서 신규 조달하지 않고 외화자산의 운용수익을 활용하겠다는 건데요.

모자란 부분은 정부보증 해외채권을 발행해 충당한다는 계획입니다.

하나씩 따져보면, 우선 현 상황에서 외화운용수익으로 감당 가능합니다.

지난 9월말 기준 외화자산을 운용하는 국부펀드인 한국투자공사의 운용자산은 2276억 달러, 연간 수익률은 11.73%인데요.

올해 기준으로는 200억 달러를 외화자산 운용 수익으로 조달할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다만, 이것이 지속되리란 보장은 없습니다.

[이정환 / 한양대학교 경제금융학부 교수 : 수익률 장담은 안되죠. (외환보유고 4천억 달러 기준) 거의 5% 수준이 나와야 되는데 200억 달러 만드려고 그러면. 그 정도 수익 내기가 쉽지 않죠, 국채 투자를 해야 되는데.]

반대 급부로, 정부가 해외에서 벌어들인 이자와 배당을 대미 투자 재원으로 쓰면, 그만큼 다시 굴려 얻을 수 있는 복리 수익이 줄어듭니다.

정부로 들어오는 국고 납입금이 감소하고, 외환보유액이 늘지 않아 위기 때 달러 방어 능력도 약해질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앵커]

결국 정부보증 해외채권 발행이 불가피해 보이는데요.

결국 빚인 거잖아요?

[기자]

산업은행이나 수출입은행 같은 국책은행이 정부 보증을 받아 해외에서 달러 채권을 발행하는 방식인데요.

정부가 아닌 별도 법인 명의로 특수목적법인을 만들어 출자하는 형식이라 국가채무로는 잡히지 않습니다.

다만, 투자 손실이 날 경우 1차적으로 산업은행이나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들의 건전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또, 금액이 쌓이면 채권 수급에 영향을 미쳐 채권 금리, 즉 이자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권혁준 / 순천향대학교 경제금융학과 교수 : 금액이 가중하게 되면 이 금액이 전체 국채, 우리가 갖고 있는 채무 금액에, 전체 어마운트에 영향을 주게 되죠. 그 어마운트로 계산할 거에요. 외국인 투자자들은.]

만약 투자 손실이 발생할 경우 결과적으로 재정부담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앵커]

이번 관세협상안은 바로 적용이 되는 건가요?

이후 진행 상황은 어떻게 될까요?

[기자]

한미가 극적인 협상 타결에 성공했지만 최종 투자 MOU 서명을 위해선 특별법 제정과 국회 동의가 필요합니다.

소급 적용은 되겠지만 자동차 관세 인하도 국회 절차가 마무리되는 걸 전제로 하는 건데요.

더불어민주당은 대미 투자펀드 기금 신설을 위한 특별법 제정과 관련해 "국회가 초당적으로 후속 조치를 뒷받침해야 한다"며 야당의 협조를 요청했는데요.

국민의힘은 "이번 협상은 국민에게 중대한 재정적 부담을 지우는 사안"이라며 우려를 표하고 있습니다.

합의내용을 설명하는 팩트시트와 이를 더욱 자세하게 담은 MOU를 확인해야 구체적인 비준절차에 들어갈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네,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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