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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하면 손해?'…코스피 불장에 '빚투'도 과열

SBS Biz 김성훈
입력2025.10.29 07:26
수정2025.10.29 07:26

한국 증시가 '사천피'(코스피 4000) 시대로 진입하며 이례적 호황을 누리자 불확실성을 무릅쓰고 고수익을 좇는 '리스크 투자' 열풍이 거세지고 있습니다.

오늘(29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빚투(빚내서 투자) 실적인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우상향을 거듭해 27일 기준 24조7천766억원으로 25조원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습니다.



신용거래융자는 이번 달 1일 23조3천458억원에서 1조원 이상 증가한 상태입니다.

신용거래융자는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주식을 사는 행위로 상승장 때 종목 보유량을 부풀려 수익을 늘릴 수 있지만 시장 변동성에 취약해지는 문제가 생깁니다.

이렇게 산 주식은 대출 담보가 되는데, 주가가 도로 하락해 담보 가치가 떨어지면 증권사가 담보 보충을 요구하다 결국 강제로 주식을 매도(반대매매)해 큰 손실을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한국거래소와 금융투자협회는 이번 달 중순 증시 활황을 틈타 무리한 대출을 레버리지(지렛대) 삼는 투자를 감행해선 안 된다고 당부했으나 빚투 열기는 계속 치솟는 상황입니다.



시장 호조가 지속하면 고수익을 받을 수 있는 파생금융 상품인 '주가연계증권'(ELS)도 인기가 날로 뜨거워지고 있습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3분기(7∼9월) ELS 발행액은 12조7천79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5.9%가 뛰었습니다.

ELS는 주가지수나 특정 종목의 주가와 연계해 투자수익을 주는 것이 핵심입니다.

만기까지 지수나 주가가 정해진 수준 아래로 안 떨어지면 원금과 최대 10%대의 이자를 챙길 수 있지만, 반대로 기준점 아래로 가격이 내려가면 손해를 보게 돼 변동성과 투자 난도가 매우 높습니다.

ELS는 증시 호황으로 높은 수익을 챙기는 경우가 최근 많아지면서 가입자가 빠르게 느는 추세입니다.

예탁원에 따르면 ELS의 조기상환 금액은 올해 3분기 6조8천448억원으로 직전분기와 비교해 33.5%나 늘었습니다.

ELS는 특정 시기마다 가격 조건을 충족하면 만기 전에도 일찍 원금과 이자를 뺄 기회를 줍니다. 

이 때문에 조기 상환의 증가는 그만큼 상승장 덕에 일찍 ELS 투자 과실을 받아 간 이들이 많아졌다는 뜻으로 해석됩니다.

올해 3분기의 조기상환 금액은 만기상환액(4조4천87억원)보다 약 55.3%가 많았습니다.

문제는 증시 호조가 앞으로도 계속된다는 보장이 전혀 없다는 겁니다.

대부분의 ELS는 원금을 보장하지 않아 주가가 내려가 '손실 발생 구간'(녹인·knock-in)에 진입하면 수익은커녕 본전이 녹게 됩니다.

ELS의 일종인 ELB(주가연계사채)는 원금 보장 조건이 붙지만 녹인에 들어서면 약속한 이자를 못 받게 되고 중도 해지 시 원금 손실이 발생해 신중한 판단이 필요합니다.

실제 작년 초엔 홍콩 H 지수를 자산으로 삼는 ELS가 전국적으로 대형 손실을 내며 '부당판매' 논란이 일고 상품 인기가 크게 꺾였지만, 현재 ELS 시장은 이런 과거를 잊고 다시 활기를 띠고 있습니다.

시장 움직임을 증폭하는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도 수요가 여전히 높습니다.

금융 데이터 업체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이번 달 개인이 가장 많이 매수한 ETF 2위는 'KODEX 선물인버스 2X'로 3천666억원어치가 새로 유입됐습니다.

이 ETF는 하락장 때 지수가 떨어지는 폭의 2배를 수익으로 돌려주는 것이 골자로, 반대로 상승장이 계속되면 그만큼 갑절의 손실이 발생하게 됩니다.

한 금투업계 관계자는 "이례적 '불장' 때는 리스크에 대한 경계심이 줄고 각종 풍문이 돌면서 테마형 '묻지마' 투자에 대한 유혹도 많아진다"며 "자신의 자산 현황에 대한 철저한 분석과 장세 판단을 토대로 투자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당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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