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총리 반이민 발언에 일주일째 여론 뭇매
SBS Biz 김종윤
입력2025.10.22 18:12
수정2025.10.22 18:34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 (AFP=연합뉴스 자료사진)]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가 "이민은 도시 이미지 문제"라고 말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으면서, 대규모 규탄시위가 열리는가 하면 보수 진영 내에서도 실언이라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rbb방송에 따르면 21일(현지시간) 베를린 기독민주당(CDU) 당사 앞에서 약 7천500명이 모여 메르츠 총리의 발언을 규탄했고, 이들은 '인종주의가 도시 이미지 문제', '우리가 도시 이미지다' 등 문구를 적은 팻말을 들고 메르츠 총리의 이민정책이 인종차별로 나아가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문제의 발언은 지난 14일 브란덴부르크 주정부를 방문한 자리에서 나왔는데, 메르츠 총리는 1년 만에 이민자 유입을 60% 줄였다고 연방정부 정책을 자평하면서 "하지만 도시 이미지에 이 문제가 여전히 남아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주 배경을 지닌 2천만 시민에 대한 모욕이라거나 나치 독일의 인종주의를 연상시킨다는 지적이 나왔으나, 메르츠 총리는 지난 20일 발언을 취소할 생각이 있느냐는 기자 질문에 "철회할 게 전혀 없다. 오히려 거듭 강조한다"고 답했습니다.
그는 기자에게 자녀가 있느냐고 반문하며 "딸이 있다면 내가 한 말이 무슨 뜻인지 한번 물어보라. 꽤 명확한 답변을 들을 것"이라고 말했는데, 이민자를 잠재적 범죄자로 간주하는 듯한 발언이 논란에 기름을 부었습니다.
CDU 당사 앞 시위를 조직한 활동가 루이자 노이바우어는 "이 나라에 4천만 딸들이 있다. 우리는 차별적, 인종적으로 상처를 주는 발언을 정당화하는 핑곗거리로 이용되길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이디 라이히네크 좌파당 원내대표도 메르츠가 인종주의에 여성을 도구화한다고 비난했습니다.
슈테판 코르넬리우스 연방정부 대변인은 "총리 아닌 CDU 대표로서 한 발언"이라며 진화에 나섰지만 이민 강경책을 주도하는 CDU 내에서도 비판 여론이 적지 않습니다.
CDU 대표를 지낸 아르민 라셰트 연방의회 외교위원장은 "AfD(독일대안당)가 차기 총선에서 도시 이미지가 개선됐는지 반드시 물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민자 대량 추방을 주장하는 극우정당 AfD 지지율이 집권 CDU·기독사회당(CSU) 연합을 추월한 상황에서 전략적으로도 잘못된 발언이라는 이야기입니다.
메르츠 총리는 이민 강경책을 내세워 총선에서 승리한 뒤 지난 5월 총리에 취임했는데, 총선 과정에서 이민정책과 관련해 "왼쪽도 오른쪽도 보지 않는다. 이 문제에 있어서는 앞만 본다"고 말했고, 이 발언으로 정치권 금기를 깨고 AfD와 협력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았습니다.
AfD는 최근 여론조사에서 창당 이래 최고 지지율을 계속 경신하며 집권여당 CDU·기독사회당(CSU) 연합과 격차를 벌리는데, 이 때문에 연방정부가 이민 강경책을 펼수록 AfD가 반사이익을 누린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메르츠 총리는 논쟁적 발언으로 자주 구설에 오르고 있는데, 성소수자 축제 기간인 지난 7월 무지개 깃발 게양에 반대한다며 "연방의회는 아무 깃발이나 걸 수 있는 서커스 천막이 아니다"라고 말했다가 인권단체로부터 비판받았고, 6월에는 핵개발 능력 파괴를 명분으로 한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을 두고 "이스라엘이 우리 모두를 위해 하는 더러운 일"이라고 했다가 전쟁 희생자에 대한 모욕이라는 지적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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