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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춰선 관세협상, 애타는 기업들

SBS Biz 우형준
입력2025.10.02 14:11
수정2025.10.09 18:25

[앵커] 

한미 관세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져 있습니다. 



지난 7월 큰 틀에서 합의를 발표했지만 3500억 달러 투자 방식을 두고 이견이 좁혀지지 않고 있습니다. 

그 사이 우리나라 최대 대미 수출품목인 자동차는 일본, 유럽 경쟁사보다 불리한 관세율을 적용받으면서 업계의 부담은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관세협상 관련해 대통령실 출입하는 우형준 기자와 자세한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먼저, 지난 7월부터 현재까지 진행되고 있는 협상 현황부터 살펴보죠. 



[기자] 

지난 7월 31일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미국과 관세 협상에 대해 포괄적으로 타결됐다는 소식을 전했을 때만 해도 금방 마무리가 될 것 같았습니다. 

곧바로 그다음 달인 8월 25일 한미 정상회담 때 모든 세부 협상이 타결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었는데요.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줄 곧 기자들에게 통상협상과 안보협상, 모두 아우르는 '패키지딜'을 강조하면서 대통령실 내부에선 실무진단에서 세부적인 논의를 마무리하고 한미정상회담에서 양정상이 서명만 할 수 있도록 하는 그림을 목표로 삼았습니다. 

하지만 협상 결과는 그렇지 못했습니다. 

한미 정상회담 직후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렇게 말했죠. 

[강유정 / 대통령실 대변인 : 합의문이 굳이 필요 없을 정도로 서로 이야기가 잘 된 회담이었습니다.] 

하지만 관세협상을 총괄하고 있는 김 실장의 지난 7월과 한미 정상회담 직후 브리핑 모습과 발언만 봐도 사뭇 다른 분위기를 감지할 수 있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 역시 취임 100일 기자회견 당시 관세 협상과 관련해 직접 입장을 밝히기도 했는데요. 

[이재명 / 대통령 (취임 100일 기자회견, 지난달 11일) : 협상의 표면에 드러난 것들은 거칠고, 과격하고, 과하고, 불합리하고, 비상식적이지만 최종 결론은 합리적으로 귀결될 것이다. 또 그렇게 만들어야 되겠죠. 후속 협상이 어떻게 되고 있느냐. 결론적으로 말씀드리면 열심히 협상하고 있습니다.] 

이 대통령은 또 지난달 외신과의 인터뷰에선 "미국의 요구를 그대로 받아들였다면 탄핵당했을 것"이라고 수위 높은 언급을 한 것으로 봤을 때 당시 협상상황을 짐작해 볼 수 있습니다. 

[앵커] 

관세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진 주된 요인은 뭔가요? 

[기자]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지난 7월에 합의한 3500억 달러를 놓고 투자 방식에 대한 이견이 첨예하게 엇갈리고 있습니다. 

뉴욕에서 열린 유엔총회 브리핑에서 관련 얘기들이 나왔는데요. 

김 실장 발언 잠시 들어보시죠. 

[김용범 / 대통령실 정책실장(지난달 25일, 뉴욕) : 론일 수도 있고, 개런티일 수도 있고, 투자일 수도 있고. 미국이 말하는 캐시플로우를 자세히 들여다보고, 그들이 말하는 내용을 들어보면 상당히 에쿼티에 가깝게 주장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3500억 불의 기한이라든지 이런 내용을 볼 때는 우리가 예상했던 내용과는 상당히 다른 내용을 말하고 있는 것을 알았고…] 

다시 말해 우리는 3500억 달러 지원을 수출입은행이나 무역보험공사에서 하는 대출, 보증 개념으로 접근한 반면, 미국 측은 전액 현금을 요구하고 있는 겁니다. 

사실 이에 앞서 한미 정상회담 당시 우리 기업들이 미국에 공장을 짓기로 하는 등 1500억 달러를 추가로 대미투자하겠다는 발표도 하고 했는데요. 

우리 측 입장에서 봤을 땐 일종의 선물 보따리였습니다. 

이 금액까지 합치면 5000억 달러기 때문에 사실상 지난해 우리나라 GDP 1조 8700억 달러의 약 5분의 1 수준으로 비율만 놓고 보면 GDP 대비 13.7%인 5500억 달러 투자를 약정한 일본보다도 높은 수준입니다. 

[앵커]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투자금이 '선불'이라고까지 얘기하는 등 압박 수위를 더 높이고 있죠? 

[기자] 

정확히 'up front' 우리말로 선불이란 표현을 섰는데요. 

이를 놓고 여러 해석들이 나왔는데, 위성락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한 말이 우리 정부가 발신한 메시지를 다 소화하고 우리 입장을 알고서 나온 말인지, 그렇지 않고 나온 말인지 확신할 수 없다"라며 "기본적인 입장을 얘기한 것으로 추정한다"라고 말했습니다. 

여기에 더해 무역 협상을 이끌고 있는 러드닉 상무장관 역시 우리나라가 일본 수준인 5500억 달러에 가깝게 투자액을 더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는데요. 

만약 우리 외화보유액의 80%가 넘는 3500억 달러를 현금으로 투자하게 되면 '제2의 IMF 사태에 직면할 수 있다' 이런 위기감에 구윤철 경체부총리가 유엔총회 차 뉴욕 방문 당시 배선트 미 재무부 장관에게 통화 스와프를 요청한 상태지만 이 또한 큰 진전은 없는 상황입니다. 

위성락 실장은 "통화스와프만 된다고 다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라고 밝혔는데요. 

통화스와프 자체를 관철하기도 쉽지 않지만, 관철되더라도 관세협상에 있어 해결해야 할 숙제들이 적지 않다는 게 위 실장의 진단입니다. 

[앵커] 

협상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결국 애만 타는 건 우리 기업일 수밖에 없을 거 같은데요? 

[기자] 

시간을 지체할수록 불리해지는 쪽은 우리 기업인데요. 

일본과 EU는 이미 관세 15%로 공식 발효된 상황에서 미국에서 토요타나 폭스바겐 같은 기업과 경쟁하는 우리 자동차 업계의 부담은 더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항구 / 한국자동차연구원 자문위원 : 대미 수출이 당연히 아무리 현대차가 현지 생산을 좀 천천히 늘리더라도 결과적으로는 수출이 줄 수밖에 없는 거고 또 수익성은 굉장히 악화되겠죠.] 

[앵커] 

한미간에 의견 차이가 너무 큰 상황인데, 과연 합의를 도출할 수 있을까요? 

[기자] 

3500억 달러에서 통화 스와프를 체결해 우리가 감당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선 일부 현금 지원을 하고 나머지 금액에 대한 지원방식을 대출과 보증 방식으로 가져간다면 협상 타결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잠시 들어보시죠. 

[전광우 /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전 금융위원장) : 관세 협상을 우리도 뭔가를 투자를 한다고 했으면 거기에 상응한다고 할까요? 거기에 우리로서 챙길 부분을 적극적으로 찾는 건 중요하고 2008년에도 그랬고 그렇게 극복한 경험이 있는데 이걸 원천적으로 상시 통화 스와프 체제를 갖추자고 우리가 주장해 볼 만하고 앞으로 내고할 수 있는 그런 여지가 있다…] 

이달 말 경주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에선 한미정상이 만날 가능성이 큽니다. 

따라서 이번 APEC 정상회담이 한미 관세협상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우형준 기자,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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