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만 찍으면 '누구집 댕댕이' 확인…규제에 무용지물 ['절제'의 미학, '착한' 규제 리포트]
SBS Biz 정광윤
입력2025.09.24 17:51
수정2025.09.25 08:03
시장경제에서 규제는 참 말이 많은 화두입니다. 공정, 안전 등을 위한 장치지만, 성장의 발목을 잡는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습니다. 보는 시각에 따라 무엇을 더 우선시 해야 할지에 대한 저마다의 의견도 다양합니다. 규제는 긍정적 효과를 기대하며 만들어지지만 시행한 뒤에는 예상하지 못한 부작용을 낳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정작 규제를 만드는 주체인 정부 내에 '규제개혁위원회'를 두고 있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저희는 규제를 통해 발생한 '결과적인 상황'을 거꾸로 되짚어 보며, 의도했던 목적과 '기대했던 가치'를 가늠해 보고자 합니다. 규제가 의도했던 결과로 이어지는 '좋은' 규제도 있습니다. 이 또한 어떤 것인지? 찾아 보고자 합니다. 이번 기획의 시작과 접근은 이미 이런 문제의식을 가지고 다양한 고민을 진행해 온 전문가들의 모임 '(사)좋은규제시민포럼'과 함께 합니다. 공동기획 : (사)좋은규제시민포럼
[앵커]
효용성이 떨어진 낡은 규제에 대해 대안을 고민하는 연중기획 시간입니다.
국민 10명 중 3명이 반려동물을 키우는 시대지만 일종의 주민등록증인 반려견 등록제도는 10년 전 도입 당시 수준에 머물러 있습니다.
스마트폰을 이용한 기술로 쉽고, 효율적인 등록 관리가 가능한데도 규제 때문에 혁신기술이 활용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정광윤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강아지 코에 스마트폰을 갖다 대자 이름과 등록번호 등 정보가 뜹니다.
사람마다 다른 '지문'처럼, 개마다 제각각인 '비문'을 분석하는 겁니다.
[오민석 / 서울 서대문구 : 내장형 (칩)으로 하는 것보다 좀 더 간단하고 목걸이 같은 경우 아무래도 강아지들이 거부감 느낄 수도 있으니까. 그런 면에서 코에 스마트폰 찍어서 하면 훨씬 간편하겠죠. ]
그러나 비문 인식 등록 기술이 개발된 지 3년이 지났지만 아직 상용화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현행 규정에 따라 생후 두 달 이상 반려견은 의무적으로 등록해야 하는데, 이때 식별장치로 허용되는 건 몸에 심는 내장형 칩이나 외장형 목걸이뿐입니다.
내장형 칩은 작지만 반려견에게 삽입시술을 해야 하는 만큼 거부감이 적지 않고, 목걸이형은 분실 우려가 커 실효성이 낮다는 지적입니다.
[강상수 / 경기도 양평군 : 목걸이는 몸에 붙어있는 게 아니잖아요. 만약에 얘를 잃어버렸을 때 목걸이가 빠져버리거나 그러면 그 자체가 인식이 불가하잖아요. 목걸이를 바꾸거나 할 때마다 조치를 하기가 어려우니까.]
이런 단점들을 보완할 수 있는 비문 인식 등록 기술은 3년 전 세계 최대 IT박람회인 CES에서 최고혁신상까지 받았지만 국내에선 실증특례 단계에 머물러 있습니다.
[임준호 / 반려견 비문등록업체 '펫나우' 대표 : "연 20억 정도의 계속 적자를 보게 되면서 스타트업으로서는 이제 살아갈 수 있는 시간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데…. 실증특례를 완수하게 되면 스타트업으로서는 많은 시간과 비용을 쓰는 건데 정말 법제화에 많은 도움이 될지에 대해서는 사실은 굉장히 의문입니다.]
관련 법 개정안은 지난 21대 국회에서 발의됐지만 별다른 논의 없이 폐기됐고, 이번 국회에서도 지난 6월 발의됐지만 아직 상임위 상정조차 안돼 해를 넘길 가능성도 있습니다.
주무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는 법이나 시행령을 개정하기 위해선 각계 의견수렴과 등록시스템 표준화 등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지난해 주인을 잃은 반려견 가운데 집으로 돌아온 경우는 열에 한 마리밖에 안됩니다.
우리나라 반려동물 인구는 1546만 명, 국민 10명 중 3명이 반려동물과 함께 생활하고 있는데요.
그에 걸맞은 제도적 정비가 시급해 보입니다.
SBS Biz 정광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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