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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크롬' 사수의 의미는?…'최악' 피하자 '최상' 보인다

SBS Biz 임선우
입력2025.09.05 10:57
수정2025.09.05 11:19

[앵커]

자칫 쪼개질 운명에 처했던 구글이 법원 판결로 일단 완전체는 유지할 수 있게 됐습니다.



독점적 지위 남용에 책임이 없다는 것이 아니고, 시대 변화에 따라 굳이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인데요.

어든 최악의 상황은 피했다는 반응이지만,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임선우 캐스터와 자세히 짚어보겠습니다.

법원 판결부터 다시 보죠.



크롬 매각은 필요 없지만, 경쟁사들에게 문을 열어야 하는 부담이 생겼어요?

[캐스터]

이번 판결의 핵심만 간략히 정리해 보면,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보시는 것처럼 크롬의 매각 여부, 독점적 계약, 데이터 공유, 이렇게 정리해 볼 수 있는데, 먼저 가장 중요한 크롬 이슈부터 살펴보면요.

미국 워싱턴 DC 연방법원은 구글이 크롬과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매각하지 않아도 된다 판단했습니다.

이로써 구글은 전 세계 검색 점유율 90%를 유지할 수 있게 하는 핵심 기반들을 지켜낼 수 있게 됐고요.

또 애플과 삼성 등 스마트폰 제조사에 구글 제품을 사전 탑재하도록 수백억 달러의 대가를 지급한 부분에 대해서도, 중단하지 않아도 된다 판결했습니다.

여기까지가 구글에게 굿뉴스라면, 배드 뉴스는 일부 검색 데이터를 경쟁사와 공유해야 합니다.

방대한 사용자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광고 타깃팅 검색 알고리즘이 구글만의 차별점이었는데, 데이터를 공유하게 되면 광고주 입장에선 반드시 구글을 이용해야 할 이유가 없게 됩니다.

구글 입장에선 타격이 불가피하죠.

또 구글 제품을 독점적으로 사용하도록 강요하는 계약 또한 금지되면서, 이번 판결이 절반의 승리라는 평가도 나옵니다.

[앵커]

크롬 매각 명령이 나올 것이란 예상도 있었는데, 왜 팔지 않아도 된다는 결론이 나온 건가요?

[캐스터]

법원은 인공지능이 검색 환경을 바꾸고 있다는 점을 판단 근거로 들었습니다.

생성형 AI가 등장하면서, 구글의 검색 엔진이 더 이상 '절대 강자'가 아니고, 따라서 독점 체제도 유지할 수 없다고 본 겁니다.

실제 최근 몇 년 사이 오픈 AI와 퍼플렉시티 등이 AI 챗봇을 활용해 검색 시장에 뛰어들면서 시장 파이가 쪼개지고 있습니다.

[앵커]

그런데, 시장은 상당히 큰 의미를 부여했어요?

[캐스터]

법원은 AI가 시장 경쟁을 누그러뜨리고 있다, 생태계가 바뀌고 있다 봤지만, 크롬이야 말로 구글이 인공지능 경쟁에서, 검색 왕좌를 지켜낼 수 있게 해주는 황금열쇠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크롬은 현재 전 세계 이용자의 3분의 2가 이용할 만큼 막강한 장악력을 갖고 있는데요.

온라인 검색의 관문 역할도 하지만, 더 큰 역할은 엄청난 양의 데이터 저장고 역할도 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인공지능 시대로 접어들면서 결국 경쟁은 AI 모델을 구축하고 성능을 끌어올리기 위한 데이터 경쟁이 될 수밖에 없는데, 구글은 크롬을 통해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많은 데이터를 확보하면서, 경쟁사들보다 훨씬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고요.

또 넘쳐나는 이용자들 덕분에, 광고를 비롯해 다양한 수익모델을 끼워 넣어 천문학적인 매출도 올리고 있습니다.

실제로 구글 연간 매출의 75%가 크롬을 바탕으로 한 광고 수익에서 나올 정도입니다.

[앵커]

그러니까, 크롬은 미래를 위한 데이터 텃밭이고 동시에 현금 흐름을 보장하는, 말하자면 황금알을 낳는 오리 같은 존재군요?

[캐스터]

맞습니다.

데이터는 AI 산업의 연료고, 브라우저는 이를 캐는 광산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웹 자체에서 데이터를 주고받는 모든 과정이 브라우저를 거치는 만큼, 브라우저를 확보하는 게 AI 기업들의 주요 과제가 될 수밖에 없는데, 이 때문에 오픈 AI와 퍼플렉시티 등 검색 시장 주도권을 노리는 경쟁사들은, 판결이 나오기도 전부터 크롬을 인수하겠다 돈다발을 들고 나서기까지 했던 걸 생각하면, 구글이 크롬을 지켜냈다는 것만으로도, 이번 판결이 갖는 의미가 얼마나 큰 지 알 수 있습니다.

[앵커]

사실, 오픈 AI가 워낙 이슈가 되다 보니까 구글의 AI는 존재감이 그리 크지 않은 것 같아요.

지금 어디 있나요?

[캐스터]

오픈 AI의 등장 이후 AI 챗봇이 검색 엔진을 대체해 구글 왕국에 균열을 낼 것이란 우려가 꾸준히 제기돼 왔는데, 구글은 진즉부터 체질강화에 힘써왔습니다.

지난해 선보인 AI 오버뷰 기능을 검색 전반으로 확대하며 방어 전략을 펼치고 있는데, 월간 사용자 수만 20억 명까지 확대했고요.

또 챗봇과 직접 경쟁하기 위한 AI 모드도 도입하며 입지를 넓히고 있습니다.

외부 조사에서도 구글의 AI 검색 전략이 효과를 내고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는데, 브라이트엣지가 최근 공개한 보고서를 보면, 구글이 AI 오버뷰 기능을 도입한 이후 1년 동안 클릭 여부와 상관없이 검색 결과에 표시되는 링크 수인 '검색 노출 수'가 49% 증가했고, 이러한 추세는 전체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검색 광고 사업으로 그대로 이어지면서, 2분기 12% 늘어난 75조 원이라는, 사상 최대 매출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구글 왕국의 성벽을 뚫어 볼 수 있겠다는 업계의 기대, 혹은 이미 뚫리기 시작했다는 시장의 우려와 달리, 구글이 여전히 검색 트래픽을 성공적으로 수익화하고 있다는 점이 확인된 셈인데, 향후 방어 전략에 활용할 막대한 현금도 두둑히 쌓아두고, 올해 자본지출을 100억 달러 늘어난 850억 달러, 우리 돈 120조 원까지 확대하는 등 미래 시장에 철저히 대비하고 있고요.

여기에 수문장 격인 크롬까지 품 안에 둘 수 있게 되면서, 단순히 검색 왕국을 지켜내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AI 환경에서도 주도권을 쥐기 위한 모습을 갖추고 있습니다.

[앵커]

시장도 이 점에 주목하고 있는 것 같아요.

반응이 아주 뜨거웠죠?

[캐스터]

현지시간 2일, 법원 판결이 나오자마자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의 주가는 시간외거래에서 급상승했고, 다음날 정규장에서 9%나 뛰면서 최고가를 찍었습니다.

시총은 하룻밤 사이 무려 2천300억 달러, 우리 돈 300조 원 넘게 늘었습니다.

월가에선 이번 판결을 두고 "몬스터급 승리다" "홈런 같은 판결이다"라는 환호성이 터졌습니다.

목표 주가도 잇따라 상향 조정됐는데요.

뱅크오브아메리카의 경우, 기존 217달러에서 252달러로 올려 잡으면서 그 근거로 두 가지 요인을 지목했는데요.

첫째, 구글이 이번 판결로 트래픽 확보 비용을 파트너사에 계속해서 지불해, 검색 시장의 유통 구조를 지킬 수 있게 됐다는 점을 꼽았습니다.

구글 검색의 압도적인 수익성을 고려할 때, 파트너들이 계속해서 관계를 유지할 것이다 내다봤고요.

둘째, 구글의 AI 성장성을 꼽았는데, 제미나이가 알파벳 주식의 가치평가 배수까지 확장되는 것을 이끌 수 있다 봤습니다.

JP모건은 이보다 더 높은 260달러를 제시했는데요.

법원이 AI를 판결 근거로 든 점에서, 구글이 개발한 그 인공지능 기술이, 역설적으로 더 이상 독점이 아니다, 법정에서 증언해 준 셈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제재에 대한 기준선이 높아졌을 때도 8월 주가가 사상 최고치를 찍었으니 월가가 흥분할 수밖에 없다, 결론적으로 구글의 완승이다 평가했고요.

이밖에 니드햄과 키뱅크를 비롯해, 웨드부시의 댄 아이브스도 잇따라 목표가를 높여 잡으면서, "구글 검색 사업의 장기 내구성에 대해, 더 건설적인 견해를 갖게 됐다", 앞으로의 미래가 기대된다 장미빛 전망을 제시했는데, 이 같은 긍정적 평가는 월가 전반에 퍼져 있습니다.

현재까지 알파벳에 투자의견을 낸 월가 애널리스트 21명 중 9명이 강력 매수를, 11명이 매수를 제시하고 있고요.

매도 의견은 없습니다.

[앵커]

임선우 캐스터,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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