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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범 반년 넥스트레이드…일일 거래대금 KRX 절반 육박

SBS Biz 조슬기
입력2025.08.31 09:19
수정2025.08.31 12:21

[서울 여의도 넥스트레이드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는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주식시장 복수경쟁 체제 전환을 목표로 문을 연 대체거래소(ATS) 넥스트레이드(NXT)가 다음달 4일 출범 반년을 앞두고 일일  거래대금이 한국거래소(KRX)의 절반에 육박하는 등 복수경쟁체제가 안착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금융투자업계 안팎에서는 당초 3년 내 점유율 10% 달성을 목표로 삼고 출발한 넥스트레이드에 대한 시장 반응은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이라는 평이 나오고 있습니다. 

특히, 개인투자자들의 발길이 대거 몰리면서 불과 몇 개월 만에 70년 가까이 독점 체제를 유지해 온 한국거래소(KRX)의 아성을 위협하는 존재로 발돋움하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3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넥스트레이드의 8월 일평균 거래량은 1억8천125만 주로 같은 기간 국내 증시 일평균 거래량(13억3천52만주)의 13.6% 수준으로 나타났습니다.

8월 일평균 거래대금은 7조2천392억 원으로 한국거래소(15조4천263억원)의 절반(46.9%)에 육박했고, 주식시장 전체 거래대금에서는 31.9%를 차지했습니다.



출범 첫 달 주식시장 거래대금 점유율이 3.8%에 불과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놀라울 정도의 성장으로 평가받습니다. 3월 초 출범 당시 상장종목은 10종에 불과했으나 이제는 800개 가까운 종목이 매매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성과를 낼 수 있었던 데는 프리마켓(오전 8시∼8시 30분)과 애프터마켓(오후 3시 30분∼8시)을 개설, 기존까지 6시간 30분이었던 주식 거래시간을 12시간으로 대폭 늘린 것이 주효했던 것으로 여겨집니다.

정규시장 개장 전 출근길에 스마트폰 등으로 손쉽게 주식을 사고 팔 수 있고, 오후 늦게 퇴근한 뒤에도 여유 있게 거래가 가능하다는 점이 투자자들을 강하게 끌어들였다는 분석입니다.

실제 프리마켓과 애프터마켓이 넥스트레이드 전체 거래량과 거래대금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3.8%와 30.6%에 이릅니다.

특히 프리마켓은 한국 증시에 영향이 큰 미국 증시 마감 상황이나 시장에 충격을 줄 수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결정 등에 한발 앞서 대응할 수 있다는 이유로 상당한 주목을 받았습니다.

최근 3개월간 코스피 시가가 전일 종가보다 0.50% 넘게 오르거나 내린 거래일은 총 29일이고, 해당 일자의 프리마켓 거래량과 거래대금은 전날 대비 평균 7.5%와 15.5% 증가했습니다.

예컨대 밤사이 한미 무역협상 타결 소식이 전해진 지난달 31일에는 프리마켓 거래량과 거래대금이 전일 대비 59.5%와 129.9% 급증했고, 코스피가 사흘 연속 하락하며 장중 3,100선이 무너졌던 이달 20일에는 전일 대비 76.3%와 109.8%의 증가율을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코스닥의 경우 이런 경향이 더 명확했습니다. 코스닥 지수 시가가 전일 종가와 0.50% 이상 차이 나는 거래일(총 16일)의 프리마켓 거래량과 거래대금은 전날보다 평균적으로 13.0%와 21.8% 많았습니다.

넥스트레이드 이용자의 90%가 개인 투자자라는 점에 비춰볼 때 대형주가 많은 코스피보다 코스닥 움직임과 더 밀접하게 연동되는 양상을 보인 것으로 풀이됩니다.

결과적으로 넥스트레이드는 개장 직후 발생했던 일부 증권사의 전산오류 등 초기 진통을 이겨내고 안착에 성공한 것으로 분석됩니다.

최근 공개된 2분기 영업보고서를 보면 상반기 전체로는 14억 원 순손실이 났지만, 순손실이 71억 원에 이른 1분기와 달리 2분기에는 57억 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며 흑자전환한 것도 긍정적입니다.

그러나 넘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는 지적입니다. 너무 급격한 성장으로 인해 '거래량 15% 제한'에 걸릴지 모를 처지가 된 것이 대표적입니다.

자본시장법 시행령상 넥스트레이드와 같은 대체거래소는 최근 6개월 일평균 거래량이 시장 전체 거래량의 15%를 초과하면 안 되기 때문입니다. 해당 규정은 다음달 30일 처음 적용됩니다.

넥스트레이드는 지난 20일 26개 종목의 거래를 일시 중지한데 이어 내달 1일에는 53개 종목을 추가로 매매체결대상 종목에서 제외하는 고육지책을 써가며 거래량을 조절하고 있습니다.

종목별로도 6개월간의 일평균 거래량이 해당 종목 시장 전체 거래량의 30%를 넘어선 안 된다는 제한이 걸려있습니다.

일각에선 일부 종목 거래량이 이미 30%를 초과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앞으로 한 달 사이 특단의 조처가 없다면 해당 규정에 저촉될 가능성이 크다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이와 관련해 증권가에선 투자자 혼란을 초래할 수 있고 규제의 실익이 크지 않다면서 금융당국이 9월 초·중순께 이를 완화하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다만, 한국거래소가 이르면 올해 말부터 넥스트레이드와 동일한 12시간으로 거래시간을 연장할 계획이고, 주식거래 수수료를 넥스트레이드와 같은 수준으로 낮추는 방안도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시간이 흐르면 이러한 문제가 자연히 해소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강소현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대체거래소를 출범시켜 국내 주식시장에 복수 경쟁체제를 도입한다는 시도가 전반적으로 원활하게 진행되고 있다"라고 평가했습니다.

그는 "다른 국가에선 5년에서 10년, 20년까지도 걸렸던 변화가 우리나라에선 새 정부 들어 거래량이 늘고 시장 상황이 좋아지는 변화의 시기와 맞물려 빠르게 진행됐다"면서 "이제는 시장이 잘 정착됐느냐를 넘어 활발히 거래되고 있는 시장에 어떤 스탠스를 취해야 할지를 고민해야 하는 단계"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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