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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원-웨스팅하우스 굴욕 계약의 진실은? [산업 막전막후]

SBS Biz 최지수
입력2025.08.21 16:51
수정2025.08.21 17:15

[앵커] 

지난 정부에서 수주한 체코 두코바니 신규 원전 건설. 

26조 원 해외 원전 수주라며 떠들썩했는데, 이 사업을 따내기 위해 미국 원전기업 웨스팅 하우스와 굴욕적인 불평등 계약 맺었다는 논란 뜨겁습니다. 

그러나 한편에서 원천 기술이 없는 상황에선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그 진실에 대해 산업부 최지수 기자와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우선 체코 원전 사업부터 짚어보죠.

수주 규모가 어마어마했죠? 

[기자] 

우리나라가 수주한 체코 신규 원전 건설사업은 총 사업비 26조의 대규모 프로젝트입니다. 

올해 6월에 최종 계약이 체결됐습니다. 

체코 두코바니 지역에 1기가와트(GW)급 신규 원전 2기를 새로 짓는 사업입니다. 

한수원이 주 계약자고 한전, 두산에너빌리티, 대우건설이 '팀 코리아' 컨소시엄을 이뤄 수주에 성공했는데요.

설계·구매·시공, 핵연료 공급까지 모두 도맡아 진행합니다. 

우리 기업의 원전 수출은 UAE 바라카 원전 수주 이후 16년 만이라서 큰 관심을 모았습니다. 

[앵커] 

최지수 기자, 그런데 최종계약 어렵게 이뤄졌죠? 

[기자] 

최종 계약까지 과정이 순탄하지는 않았습니다. 

지난해 7월에 미국과 프랑스 기업과의 경쟁 끝에 한수원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는데요. 

하지만 이를 두고 미국 기업인 웨스팅하우스가 지난해 8월에 체코 당국에 진정서를 제출하며 크게 반발했습니다. 

한국이 개발한 원자로가 과거 본인들이 개발한 기술을 토대로 만들어졌다는 건데요. 

따라서 우리나라가 체코나 제3국에 수출하려면 미국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미국의 태클이 계속되며 체코와의 계약이 미뤄지자 결국 윤석열 정부는 올해 초 웨스팅하우스와의 일종의 비밀 합의를 한 뒤에, 글로벌 원전 시장에서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고 밝히면서 사건은 일단락됐습니다. 

[앵커] 

최지수 기자, 단순 협력인 줄 알았는데 구체적인 협약 내용이 알려지면서, 사태가 일마판파 커지고 있습니다. 

[기자] 

한 언론사에서 한수원·한전과 웨스팅하우스 간의 계약 문서를 확보하면서 알려지게 됐는데요. 

가장 큰 논란은, 원전 지을 때마다 웨스팅 하우스에 큰돈을 지불해야 한다는 겁니다. 

우리나라가 원전 1기를 수출할 때마다 기술 사용료 부품 구매비용으로 1조 원 이상을 그것도 50년 동안 웨스팅 하우스에 지급하기로 했습니다. 

이런 조건들이 비밀리에 체결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웨스팅하우스 몫으로 너무 많은 것을 떼어준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석광훈 / 에너지전환포럼 전문위원 : 기술 협정에 따르면 건설비의 10% 정도를 웨스팅하우스에 무조건 지급을 해야 되는데 특히 체코 현지 업체들의 사업 참여도 보장을 해야 되지 않습니까? 그게 있기 때문에 한수원이나 건설업체들의 마진이 굉장히 낮을 거거든요.] 

그런데 원천 기술이 없는 상황에선,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습니다. 

[유승훈 / 서울과기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 : 사실은 UAE 바라카 원전도 웨스팅하우스에 일정 부분을 떼주고 있거든요. 그래서 그 비율하고 비교하면 이번이 더 안 좋고 그러지는 않아요. 우리가 원천 기술을 확보하지 못한 원죄가 있는 거죠.] 

[앵커] 

또 다른 논란 소형모듈원자료, SMR을 독자적으로 수출하려면 웨스팅하우스의 승인이 있어야 한다는데 사실인가요? 

[기자] 

웨스팅 하우스 기술이 포함돼 있냐 없냐에 따라 다릅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우리나라는 원전 관련 완전히 독자적인 원천 기술은 없고 웨스팅 하우스 기술을 일부 차용하고 있는데요. 

SMR에 대해 간단히 설명하면 원전을 소형화해서, 모듈에 담아낸 장치입니다. 

비용은 적게 들고, 안전성을 높다는 장점 있어서 우리 정부와 기업들이 개발에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결국 우리나라가 SMR을 독자 기술로 잘 만들었다면 수출할 때 웨스팅하우스의 간섭을 받을 이유가 없습니다. 

하지만 그 반대라면 간섭을 피할 수 없게 되는 겁니다. 

웨스팅 하우스 측이 기술을 검증한다면서 딴지를 걸 수도 있고, 아예 수출을 못하게 할 수 있는 상황입니다. 

[앵커] 

논란 중 가장 큰 게 유럽, 북미, 일본 등에서 독자 원전 수주를 못한다 이 내용인데 사실인가요? 

[기자] 

한수원과 웨스팅 하우스가 원전 시장을 나눠서 진출하기로 한 것은 맞습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우리나라가 북미·유럽·영국·일본 등에 대해 단독으로 원전 수주를 할 수 없다는 내용이 포함됐습니다. 

결국 우리는 중동·동남아시아·아프리카 등만 가능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체코 수주를 위해 기타 다른 국가에서의 수주 가능성이 박탈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면서도, 동시에 불가피한 조치였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유승훈 / 서울과기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 : 우리가 유럽에 공을 많이 들이고 있는 상황에서 그런 합의를 했다는 건 다소 속상하기는 하고, 그나마 다른 지역에 진출할 때는 태클을 걸지 않겠다는 확답을 받은 걸로 위안을 삼아야 될 것 같습니다.] 

[앵커] 

마치 시장을 포기한 듯 보이는데,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 이야기도 있어요? 

무엇이 진실인가요? 

[기자] 

따져보면 실상은 다른데요. 

웨스팅 하우스와 손을 잡고 해당 국가에 동반 진출하는 것은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단독 수주를 못한다는 뜻이지, 이 시장 자체를 완전히 포기한다는 게 아니라는 의미입니다. 

또 포기한 지역들을 살펴보면, 주로 우리나라의 단독 진출이 어려운 곳들입니다. 

일본만 해도 자국 기업의 선호도가 강하고, 북미는 웨스팅하우스가 버티고 있습니다. 

유럽도 체코 원전 수주 과정에서 알 수 있듯이 프랑스, 독일의 입김이 강합니다. 

그런데 웨스팅하우스는 여러 가지 이유로 북미시장에서 30년간 신규 원전을 짓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웨스팅하우스는 세계 어디에서 원전 사업을 하더라도, 우리나라와 같이 시공능력 갖춘 나라와 협업할 수밖에 없습니다. 

때마침 웨스팅하우스와 한수원이 합작법인 설립을 검토 중이라는 이야기 나왔는데, 이런 점을 감안하면 두 기업 간 협력이 강화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앵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논란 정치화되는 움직임이죠? 

[기자] 

일단 대통령실은 이번 협정에 대해 산업부에 진상 조사를 지시했습니다. 

불이익은 없는지, 지나치게 퍼주기 한 것은 아닌지 따져보라는 겁니다. 

여당도 이전 정부가 원전 주권을 팔아먹고 매국 행위 했다며 비판하고 나섰습니다. 

[앵커] 

계약 당사자인 한수원 입장은 어떤가요? 

[기자] 

황주호 한수원 사장은 지난 19일 국회 현안질의에서 '굴욕 계약' 논란에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내비쳤습니다. 

합의 내용이 불합리적이란 여당 의원 지적에 "원전 산업의 구조 속에서 보면 불리한 협상으로만 볼 수 없다"라며 "수출 시장 확대를 위한 현실적인 선택이었다"라고 반박했습니다. 

또 한수원 사측은 "웨스팅하우스와의 타협 협정서 내용은 비밀유지가 필요한 사안으로 구체적인 설명을 드리기가 어렵다"라고 말을 아꼈습니다. 

결국 원천 기술이 없는 상황에서 이번 협약은 굴욕계약이라고 단정하는 것은 억울하다는 건데요. 

정리해 보면, 웨스팅 하우스와의 협약이 우리에게 불리한 계약인 것은 분명하지만, 원천 기술이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아예 불합리한 계약이라고 몰아가는 것은 지나치다는 게 중론입니다. 

[앵커] 

최지수 기자,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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