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美 민감국가 해제 '감감무소식'…연구·안보 강화방안 곧 나온다
SBS Biz 안지혜
입력2025.08.05 17:17
수정2025.08.05 17:39
한국이 미국 에너지부(DOE)가 지정한 민감국가 명단에 오른지 넉 달이 지난 가운데,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종합적인 내용의 '연구안보 강화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중국과 러시아, 북한 등으로의 기술유출에 대한 미국측 우려를 불식시켜 민감국가 해제를 앞당기기 위한 차원입니다.
SBS Biz가 이정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정부는 우선 연구안보 강화를 위해 보안과제와 일반과제의 중간 보안등급인 '민감과제'를 신설합니다. 현재 연구개발(R&D) 과제는 일반과제와 보안과제로만 분류됩니다. '국가안보 등을 위해 보안이 필요한 과제'만 '보안과제'로 규정해 집중적으로 관리하고 그 외 '일반과제'는 국가의 중요 기술로 분류될 잠재력이 있더라도 특별한 보호 조치가 없는 실정입니다.
중간 단계인 '민감과제' 신설은 보안과제에 해당하지 않는 주요 과제에 대해서도 선제적으로 보안을 강화할 수 있는 방안으로 꼽힙니다. 민감과제 역시 보안과제와 마찬가지로 ▲외국인의 과제 참여 시 사전승인 ▲외국정부·기관 접촉 시 보고 등의 강화된 보안 의무를 부과하기 때문입니다. 국회에서도 지난 2월 같은 골자의 '국가연구개발혁신법 개정안'이 발의된 바 있습니다.
장항배 중앙대학교 산업보안학과 교수는 "정부 전체 R&D 예산 32조원 중에 보안과제로 분류되는 건 비율(%)로 따지면 한 자릿수대 밖에 안되는 실정"이라면서 "보안 과제 아니면 일반 과제, 이런 이분법 때문에 일반 과제의 경우 '이거 내가 개발한 건데 내가 발표하는 게 무슨 상관이냐'하는 연구원들도 많다. 민감과제 분류 신설시 연구 보안에 대한 이슈를 조금 더 연구자들도 이해할 수 있는 수준으로 정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습니다.
더불어 과학기술 국제 협력에 국가 경제안보를 고려할 수 있도록 제도적 근거('과학기술국제협력촉진법' 제정)를 마련하고, 제3국으로의 기술 유출과 관련된 리스크 관리를 위해 심의·자문 기능을 맡는 '연구안보특별위원회'도 설치합니다. 정부출연연구기관의 보안책무도 강화됩니다. 출연연 '연구보안 책임관'의 직급을 부서장급에서 부기관장으로 높이고, 보안 평가주기 역시 기존 3년에서 단축해 보안평가 결과의 이행을 촉진한다는 계획입니다.
한편으로는 미국과의 소통 채널도 강화합니다. 미 에너지부가 지난 1월 한국을 민감국가에 추가했는데도, 정부가 두 달 간 모르다가 3월에야 뒤늦게 공식 확인하면서 한미 간 소통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기 때문입니다. 9월 중으로 고위급 밀착 소통을 위한 '美대사관 과기정통주재관' 신설을 추진하고, 향후 미 국무부나 백악관 과학기술정책실(OSTP) 등 연방정부 기관과의 연구보안 채널 역시 신설한다는 계획입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이달 말 APEC 에너지 장관회의를 계기로 에너지부 고위급 방한이 검토되고 있다"면서 "고위급 방문이 결정되면 민감국가 이슈를 논의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미국이 우리나라에 대해 지정한 민감국가 효력은 지난 4월 15일 발효됐습니다. 미 에너지부는 국가 안보나 핵 비확산, 지역 불안정, 경제안보 위협, 테러 지원 등 정책적 이유로 특별한 고려가 필요한 국가를 '민감국가 및 기타 지정국가 목록(SCL)'에 넣어 특별 관리합니다. 이에 따라 현재 한국 연구원이 미국 연구소를 방문하려면 방문 45일 전에 관련 자료 제출 후 별도 승인이 필요합니다. 미 에너지부 직원이나 산하기관 소속 연구자를 만날 때도 추가 보안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미국과의 원자력·AI 등 첨단 기술 정보 공유에도 제한을 받을 수 있습니다.
다행히 현재까지 민감국가 지정으로 인한 연구진 출입국상 애로나 한미 연구개발 협력 간 차질은 없는 것으로 과기정통부는 파악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언제든 중대한 장애물이 될 수 있는 만큼 산업·연구 현장에서는 신속한 해제를 요청하고 있습니다. 최종화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당장은 지장이 없더라도 앞으로 미국과 계속 다른 형태로 협력을 확장하려고 할 때 민감 국가로 지정돼 있다는 사실이 검토대상이 될 수 있다"면서 "한미 간 상호 협동 연구만큼이나 연구 보안 문제에도 경각심을 가지고 모니터링 할 수 있는 체제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실제 한미간 R&D 협력사업은 2022년 525억7천만원 규모에서 2025년 3천6억3천800만원으로 3년새 6배 가까이 확대되며 중요성이 커진 상황입니다.
이정헌 의원은 "윤석열 정부의 안이한 대응이 불러온 '민감국가' 지정 사태가 넉 달째 이어지고 있는데 지금까지도 미국 측의 해제 움직임은 전무하고, 지정 사유조차 명확히 규명되지 않은 상황"이라면서 "현재 과기정통부를 포함한 관계 부처가 연구안보 제도 개선, 고위급 협력 채널 구축 등 민감국가 지정 해제를 위한 구체적인 방향을 찾아나가고 있는 만큼 국민에게 성과로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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