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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은 조각상 도심 곳곳에…철거는 '한세월' ['절제'의 미학, '착한' 규제 리포트]

SBS Biz 최윤하
입력2025.07.30 17:46
수정2025.07.30 18:28

 
시장경제에서 규제는 참 말이 많은 화두입니다. 공정, 안전 등을 위한 장치지만, 성장의 발목을 잡는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습니다. 보는 시각에 따라 무엇을 더 우선시 해야 할지에 대한 저마다의 의견도 다양합니다. 규제는 긍정적 효과를 기대하며 만들어지지만 시행한 뒤에는 예상하지 못한 부작용을 낳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정작 규제를 만드는 주체인 정부 내에 '규제개혁위원회'를 두고 있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저희는 규제를 통해 발생한 '결과적인 상황'을 거꾸로 되짚어 보며, 의도했던 목적과 '기대했던 가치'를 가늠해 보고자 합니다. 규제가 의도했던 결과로 이어지는 '좋은' 규제도 있습니다. 이 또한 어떤 것인지? 찾아 보고자 합니다. 이번 기획의 시작과 접근은 이미 이런 문제의식을 가지고 다양한 고민을 진행해 온 전문가들의 모임 '(사)좋은규제시민포럼'과 함께 합니다. 공동기획 : (사)좋은규제시민포럼


은평구 아파트 단지에 설치된 조각상인데, 곳곳이 갈라지고 파손됐습니다. 



작품 이름은 '물방울의 꿈'이지만 어울리지 않게 훼손된 모습입니다. 

[공희원 / 아파트 주민 : 미관상도 안 좋고 안전상으로 봐도 없어지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해요. 개인적으로는 그냥 아예 없고 나무 같은 걸 심는 게 조금 더 관리하기도 쉽고 예쁠 거라고 생각을 해요.] 

보다 못한 주민들이 민원을 제기했지만, 철거 명령을 내릴 수 있는 지자체에는 관련 인력이 보통 1명 남짓. 

심지어 조각상을 만든 작가가 연락이 두절돼 철거까지 얼마나 걸릴지 모르는 상황입니다. 



어떤 곳에서는 예술작품이 그 거리의 상징처럼 자리 잡기도 하지만, 이렇게 흉물이 된 채 이도저도 못 하는 미술품도 남게 되는 상황입니다. 

이 규제는 1970년대부터 시작돼 현재 전체 미술 시장의 15% 이상, 특히 공공미술 시장의 80%를 차지해 미술계의 캐시카우가 됐습니다. 

과거엔 비리도 적지 않았습니다. 

지난 2018년 미술품 가격을 부풀려 10억 원 넘는 차액을 챙긴 오피스텔 시행사 대표가 경찰에 붙잡히는가 하면, 작품 금액의 30%를 되돌려주는 게 관행이었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이에 제도 개선이 시도되긴 했습니다. 

2011년에는 미술작품 대신 설치 비용을 기금으로 낼 수 있도록 하는 제도가 도입됐습니다. 

2019년 경기도를 시작으로 위원회를 통한 작품 공모제가 도입돼 2022년에는 공공 발주 건축 전체로 확산됐습니다. 

[박경신 / 이화여대 교수 : 건축물에 설치가 되는 작품이라고 하더라도 심의를 거쳐야 되는 거고 실제로 미술 향유에 기여를 하는지, 접근성이 어떤지, 도시 미관에 기여를 하는지, 이제 이런 부분들이 다 감안이 되기 때문에 (긍정적으로 작동했습니다.)] 

하지만 규제의 취지를 지키기 위해 규제를 더 강화한 꼴이 되면서 또 다른 문제가 생겼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홍경한 / 미술평론가 : 작가는 제안서를 작성해서 내고 심의위원 앞에서 프레젠테이션도 하고 이거(작품)를 어떻게 세우겠다는 시공 계획안도 내야 돼요. 그러다 보니까 업체와 개인을 연결해 주는 거간꾼이 만들어지게 되고, 이익분의 일부가 나가야 되는 거죠. 영세작가에게는 부담이죠.] 

건축주가 미술품을 고르는 구조 자체를 없애고 기금을 의무화하거나, 최소한 미술품의 설치 과정에서 시민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SBS Biz 최윤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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