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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관세 합의에 독일 웃고 프랑스 울고

SBS Biz 송태희
입력2025.07.29 08:00
수정2025.07.29 21:5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이 27일(현지시간) 스코틀랜드에서 만나 대화하는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유럽연합(EU) 지도부가 미국과 관세 협상에서 15% 관세율을 합의해오자 주력 산업이 다른 회원국 간 반응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자동차 관세가 낮아진 독일은 반기는 분위기지만 와인, 뷰티, 럭셔리 제품에 대한 관세가 현실화된 프랑스는 반발하고 있습니다.

우선 자동차가 수출 주력 업종인 독일은 15% 관세에 크게 안도하는 모습입니다.

독일은 지난해 해외에 총 340만대(약 1천350억 유로 규모·218조여원)의 차량을 수출했습니다.

미국은 이 가운데 13.1%를 수입한 해외 최대 시장입니다.



독일로서는 27.5% 관세가 반토막 수준인 15%로 인하됐으니 최악은 피한 셈입니다.

독일자동차산업협회(VDA) 힐데가르트 뮐러 회장은 "원칙적으로 잘된 일"이라면서도 "15% 관세가 독일 자동차 업체들에 연간 수십억 유로의 비용을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를 감추지 않았습니다.

반면 EU의 또 다른 축인 프랑스는 이번 합의에 격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프랑스의 주력 산업군 중 하나인 항공산업은 지난 4월부터 미국 수출에 부과된 10% 관세에서 벗어나 무관세라는 성과를 얻게 됐지만 역시 주력 수출업종인 뷰티, 럭셔리 산업은 관세 부과를 피하지 못하게 됐습니다.

프랑스는 매년 미국으로 40억 유로(6조여원) 이상의 와인과 증류주를 수출하는 데 전날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이 발표한 관세 면제 대상에는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증류주(코냑)는 추가 협상이 잘 될 경우 무관세 혜택을 받을 가능성도 있지만 와인이나 샴페인은 면세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중론입니다.

프랑스 와인 업계는 미국의 소비가 침체한 터라 관세 부과에 따라 가격이 인상될 경우 소비가 급감할 것으로 우려합니다.

프랑수아 바이루 총리는 이날 엑스(X·옛 트위터)에 "자유로운 국민의 연합이, 자신들의 가치와 이익을 지키기 위해 뭉친 그 공동체가 결국 굴복한 날로, 참으로 암울한 날"이라고 맹비난했습니다.

로랑 생마르탱 대외무역 담당 장관도 이날 라디오 프랑스앵테르에 출연해 이번 합의가 "불균형하다"며 "어제 결정된 일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이는 유럽이 경제 강국이 아니라는 걸 인정하는 셈"이라고 비판했습니다.

EU의 다른 회원국들은 대체로 최악의 무역 전쟁은 피하게 됐다는 데 애써 안도하는 분위기입니다.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유럽과 미국의 갈등이 격화했다면 예측 불가능하고 잠재적으로 파괴적인 결과를 초래했을 것"이라며 "합의가 이뤄진 것은 긍정적"이라고 반응했습니다.

라르스 뢰케 라스무센 덴마크 외무장관은 "무역 조건은 이전보다 좋지 않겠지만 이건 우리의 선택이 아니다"라며 "하지만 상황을 안정시키고 양측이 수용할 수 있는 균형을 찾아야 한다"고 입장을 냈습니다.

베냐민 두사 스웨덴 대외무역 장관도 "이 무역 합의는 누구도 더 부유하게 만들지 않지만 가장 나쁜 대안 중 가장 나은 것일 수 있다"며 "초기 평가에 따르면 스웨덴에 긍정적인 건 합의가 어느 정도 예측 가능성을 제공한다는 것"이라도 말했습니다.

사이먼 해리스 아일랜드 무역장관도 "15% 기본 관세가 포함된 점을 유감스럽게 생각하지만 일자리, 성장, 투자에 필수적인 확실성을 확보한 것은 중요하다"고 평가했습니다.

루마니아와 핀란드도 이번 합의가 대서양 무역의 불확실성을 제거하게 됐다고 긍정적으로 언급했습니다.

미국 시장에 대한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스페인에선 냉소적인 반응이 나왔습니다.

페드로 산체스 총리는 "EU 집행위원장의 건설적이고 협상적인 태도를 높이 평가한다"며 "어쨌든 이 무역 합의를 지지하지만, 열의 없이 지지한다"고 말했습니다.

EU 집행부에 사사건건 비판을 제기해 온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는 영국이 맺은 협정보다 "더 나쁘다"고 비판하며 "이것은 합의가 아니다. 트럼프가 폰데어라이엔을 아침 식사로 먹어 치웠다"고 비난했습니다.

이어 "미국 대통령이 협상에 강한 인물인 반면 마담 프레지던트(집행위원장)는 약한 인물이기 때문에 이런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예측했다"고 비꼬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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