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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 리포트, 5년간 투자의견 '매수'는 93%…'매도'는 0.1%"

SBS Biz 이민후
입력2025.07.22 17:37
수정2025.07.22 17:42

[여의도 증권가 (연합뉴스 자료사진)]

'매수' 일색이라는 비판을 받는 국내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의 투자의견 실태가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는 자본시장연구원의 연구결과가 나왔습니다.



지난 10년간 주식시장 시가총액이 900조원 이상 증가하고 상장사 수는 700개 이상 늘었지만, 애널리스트 수는 600명에서 400여명으로 줄면서 양적·질적으로도 퇴보를 면치 못한 결과로 풀이됩니다.

자본시장연구원은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발표된 국내 애널리스트 보고서의 투자의견을 집계한 결과 '매수'와 '적극매수' 의견이 차지하는 비중이 전체의 93.1%에 이르렀다고 오늘(22일) 밝혔습니다.

'매도' 의견은 0.1%에 불과했습니다. 한번 제시한 투자의견을 바꾸는 데도 소극적이어서 투자의견 변경 건수는 전체의 2.5%에 그쳤습니다.

2000~2009년에는 투자의견에서 '매수'와 '적극매수'가 차지하는 비중이 67.3% 수준이었는데, 2010∼2019년 사이에는 89.6%로 치솟았고, 급기야 2020년대부터는 90% 초반대로 올라섰던 걸로 나타났습니다.



이번 연구를 진행한 김준석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각 증권사가 지난 10년간 연 4회 이상 꾸준히 투자의견을 제시한 기업들만 별도로 살펴보면 오히려 매수의견 비중이 더 크고 변경 비중은 더 작아진다"고 짚었습니다.

투자의견이 매수 일색이 되는 가장 큰 원인으로는 이해상충 가능성이 지목됐습니다.

증권사 직원으로서 수익 창출 압박에서 벗어날 수 없는 까닭에 투자은행(IB) 업무의 고객이 될 수 있는 상장사 및 기관투자자가 보유한 주식에 부정적 의견을 내기 힘들다는 이야기입니다.

김 연구위원은 "국내에선 이런 이해상충 요소 중 중개업무와 관련된 요소가 강하게 작용할 것으로 평가된다"면서 "애널리스트에 대한 보상은 대부분 기관투자자 증개업무 담당 부문에서 나오기 때문"이라고 분석했습니다.

기관투자자 대상 세미나 등 중개업무 지원활동이 애널리스트 성과평가에 중요하게 반영되고, 경력에 큰 영향을 미치는 '베스트 애널리스트' 선정도 기관투자자 평가에 좌우되는 현실이 객관적인 분석을 내놓기 어렵게 한다는 것입니다.

실제 증권사들은 중개업무를 통해 얻는 수익성이 큰 편일수록 매수 의견을 제시하는 비율이 높았지만 해당 기업이 목표주가를 달성할 확률은 낮아지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김 연구위원은 전했습니다.

지나치게 낙관적인 목표주가를 설정한다는 점도 문제로 꼽혔습니다. 2020년 이후 증권사들이 제시한 목표주가가 현실화했을 때의 예상수익률은 36.1%로 집계됐지만, 실제 실현된 수익률은 11.5%에 그쳤다는 것입니다.

그나마도 코로나19 팬데믹의 영향으로 주가가 급등한 2020년을 제외한다면 실현수익률이 -2.9%로 떨어지고 예측오차는 39.7%로 치솟았습니다.

김 연구위원은 "애널리스트 한 명이 담당하는 종목이 많아질수록 매수의견 제시 확률이 높아지고 예측오차도 증가한다"면서 상장사 분석보고서를 발간하는 증권사가 10년새 36개사에서 30개사로 감소한 현실도 이러한 결과에 일부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평가했습니다.

그는 "자본시장 인프라의 한 축으로서 기업성과를 분석·예측하고 기업경영을 감시하는 애널리스트의 신뢰성 저하와 영향력 감소는 결코 바람직한 현상이 아니다"라면서 "중개수수료와 리서치 수수료를 분리하는 등 정책 대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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