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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막전막후] 소비자 피해 없게 한다던 대한항공, 마일리지 통합안 '철퇴'

SBS Biz 최지수
입력2025.06.19 16:50
수정2025.06.19 18:17

[앵커] 

최근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과의 마일리지 통합안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출했습니다. 

그런데 공정위는 소비자 보호장치가 미흡하다는 이유로 바로 퇴짜를 놨는데요. 

최근 추진 중인 항공기 좌석 개편과 관련해서도 논란이 불거지면서 합병 이후 소비자 편익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감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산업부 최지수 기자와 짚어보겠습니다. 

공정위가 왜 퇴짜를 놓은 건가요? 

[기자] 

먼저 지난 12일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과의 마일리지 통합안을 공정위에 제출했습니다. 

그런데 공정위는 당일에 즉시 보완을 요구했는데요. 

"마일리지 통합비율에 관한 구체적인 설명이 부족하고 통합안이 아시아나 소비자들에게 불리할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이번에 대한항공이 제시한 구체적인 마일리지 합병 비율이 공개되지는 않았는데요. 

두 항공사 간 큰 차이가 없는 탑승 마일리지는 전환 비율이 1대 1이 될 것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논란이 될 수 있는 건 카드를 사용할 때 적립되는 제휴 마일리지입니다. 

1마일당 가치는 대한항공이 15원, 아시아나가 11원~12원 수준이어서, 약 30%가량 차이가 난다고 평가되는데요. 

따라서 아시아나 소비자를 만족시키면서 대한항공 소비자에 대한 '역차별' 얘기가 나오지 않도록 하는 것이 관건인데, 현실적으로 정교한 기준을 세우기가 어려워 통합 시 교환 비율에 따라 논란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공정위는 '소비자 보호'를 최우선으로 심사하고 있는데요. 

공정위는 "마일리지 통합은 국민적 관심 사항인 만큼 국민의 기대와 눈높이에 부합하는 수준으로 마련돼야 한다"라고 재차 강조했습니다. 

[앵커] 

통합비율 외에도, 공정위가 사용처 부족 문제에 대해 제동을 걸었죠? 

[기자] 

그렇습니다. 

공정위는 "대한항공이 제시한 마일리지 사용처가 기존 아시아나항공이 제공하던 것과 비교해 부족하다"는 설명입니다. 

비행기 표를 구매할 정도로 많은 마일리지를 갖고 있지 않은 소비자는 마일리지몰에서 상품을 사는 방식으로 소진해야 하는데요. 

이런 소규모 마일리지를 사용할 만한 사용처가 부족하다는 겁니다. 

현재도 대한항공 마일리지몰은 아시아나에 비해 상품 종류와 개수가 부족한데요. 

아시아나 마일리지몰에는 7개 부문, 총 90여 개의 상품이 올라와 있는데 대한항공 마일리지몰은 40여 개가 전부입니다. 

[이근영 / 한국교통대 항공운항학과 교수 : 중요한 건 뭐냐면 마일리지는 항공사하고 고객 간의 약속이잖아요. 자투리 마일리지를 쓸 수가 없으니까 어떤 대체 상품을 구입하든지, 어떻게 해서라든지 사용하고 싶은 게 소비자들의 욕구잖아요. 근데 이것을 충분하게 충족시켜 주려는 마음가짐이 부족한 것이 문제다.] 

올해 1분기 기준 잔여 마일리지 규모는 모두 3조 5천억 원이 넘는데요.

소비자 입장에선 성수기 때 비행기 표를 사고 싶어도 예약을 할 수가 없고, 또 마일리지몰에서 상품을 구매하자니 터무니없는 가격에 사야 할 때가 많습니다. 

항공사 입장에서도 마일리지는 회계상 부채로 잡히기 때문에 마일리지 소진을 최대한 독려해야 하는 건 마찬가지인데요. 

아시아나는 다음 달 3일까지 국제선 34개 노선에서 마일리지 항공권을 구매하면 최대 1만 마일리지를 할인해 주면서 잔여 마일리지를 최대한 줄이고 있습니다. 

[앵커] 

대한항공은 앞으로 어떻게 하겠다는 입장인가요? 

[기자] 

대한항공 역시 "소비자들 기대에 부합하는 통합방안을 마련할 수 있도록 향후 과정에 적극 참여하겠다"라고 밝혔고요. 

공정위 요청에 따라 지속적으로 협의를 해나간다는 입장입니다. 

공정위도 대한항공 측에 보완 자료를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다시 제출하도록 요청해 둔 상황입니다. 

지속적인 보완을 거친 후 적절한 시점에 다양한 이해관계자,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는 절차를 마련할 것으로 보입니다. 

최종적으로는 공정위가 내년 말에 마일리지 통합안의 승인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대한항공이 얼마나 소비자 친화적인 마일리지 통합안을 마련할지는 지켜봐야 될 것 같습니다. 

[앵커] 

그런데, 닭장 좌석 등 벌써부터 소비자 피해 조짐도 보이고 있죠? 

[기자] 

대한항공은 장거리 주력 비행기의 이코노미 좌석을 3-4-3 배열로 개조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기존 3-3-3 배열과 비교하면 좌석 좌우 간격이 2.6㎝ 줄어들게 되는 겁니다. 

3-4-3 배열을 적용하면 대한항공은 최대 37석 정도를 추가 확보하게 되는 건데요. 

항공사 입장에선 더 많은 승객을 태울 수 있어 수익성이 좋아지지만 당연히 승객들은 안 그래도 힘든 장거리 비행을 더 비좁은 좌석에서 할 수밖에 없습니다. 

가격을 올리기에는 국민 여론이 무서우니 다른 방식으로 수를 쓰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옵니다. 

커뮤니티 반응을 살펴봤는데요. 

'3-3-3도 좁던데 3-4-3으로 바꾸면 진짜 못 탈 듯', '합병하고 저러는 건 진짜 괘씸하다' 등의 반응이 대다수입니다. 

[이근영 / 한국교통대 항공운항학과 교수 : 충분히 예견돼 있던 사안이 아니었나, 합병이 되면 사실은 독점이 되는 거 아닙니까? "독점의 폐해는 없도록 하겠다"(라고 해놓고) 벌써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는 자체부터가 독점의 폐해라고 볼 수 있겠죠.] 

대한항공은 "해당 기종에 대해 고객 편의를 위해 프리미엄 이코노미 좌석 도입 등 업그레이드를 종합적으로 준비 중"이라면서 "아직 최종적으로 확정된 바 없다"는 입장입니다. 

[앵커] 

소비자들이 가장 우려되는 부분이 또 항공권 가격인데, 이 부분은 어떻게 될까요? 

[기자] 

국내에서 유일한 대형 항공사가 되는 만큼 가격 인상에 대한 우려가 꾸준히 나옵니다. 

특히나 사실상 장거리 국제노선을 독점하게 되는데 LCC 선택을 원치 않는 소비자들은 다른 선택지가 없어지는데요. 

공정위가 조건부 승인을 하면서 항공료를 물가상승률보다 더 많이 올릴 수 없도록 시정조치를 부과해 뒀고 국토교통부도 운임 급등을 상시 모니터링하고 있는데요. 

따라서 단기간 내 급격한 가격 인상은 어려울 거란 예측이 나옵니다. 

[김광옥 / 항공대 경영학과 교수 : 대한항공은 현재는 (가격 인상을)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는 그러는데 그 말도 믿을 수 없는 거고. 가격이라는 건 딱 정해진 게 아니고 그때그때 유가가 오른다든가 여러 가지 상황을 반영해서 할 수도 있는 거거든요.] 

[황용식 /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 : 운임 상승을 제한하는 그런 조건으로 공정위가 (합병을) 승인을 했거든요. 이를 위반했을 시에는 과징금이든 어떤 여러 가지 제재가 들어갈 겁니다. 어느 정도 가격 인상에 대한 어떤 운신의 폭이 매우 좀 적은 거고.] 

[앵커] 

내년 말에 최종 통합인데 공정위는 이외에도 또 어떤 부분을 중점적으로 봅니까? 

[기자] 

항공서비스 질 제고 등 소비자 보호사항과 운수권 반납 및 재배분, 공급 좌석 모니터링 등을 두루 살펴보게 보게 됩니다. 

지난 3월 공정위-국토부는 대한항공 기업결합의 시정조치 이행을 감시하기 위한 이행감독위원회도 구성했는데요. 

공정거래·소비자·항공·회계감사 분야 전문가들 9명이 위원으로 참여해 기업결합일로부터 10년까지 감독합니다. 

이밖에도 대한항공은 2026년 말까지 두 항공사 최종 통합을 위한 화학적 결합에도 집중할 예정인데요. 

인력 재배치 문제, 조직 문화 통합, 통합 LCC 출범 등도 구성원들과의 합의를 거쳐 최대의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입니다. 

[앵커] 

최지수 기자,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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