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연 6회…HIV 알약 대신 주사로 치료
SBS Biz 오정인
입력2025.06.17 16:48
수정2025.06.17 17:26
[17일 롯데호텔 서울서 열린 한국GSK 기자간담회에서 (왼쪽부터) 구교승 한국GSK 의학부 이사, 최재필 서울의료원 감염내과 교수, 김연숙 충남대학교병원 감염내과 교수, 양유진 한국GSK HIV 사업부 전무가 질문을 받고 있다. (자료: 한국GSK)]
장기 지속형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주사 요법이 국내에 출시된 지 두 달이 지난 가운데, HIV 감염자들의 치료 편의성과 삶의 질이 개선될 것이란 관측이 나옵니다.
17일 한국GSK는 장기지속형 HIV 주사제 보카브리아·레캄비스 주사요법 국내 출시를 기념해 기자간담회를 진행했습니다.
보카브리아·레캄비스 주사 병용 요법은 지난 2022년 2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바이러스학적으로 억제돼 있고 ▲치료 실패 이력이 없으며 ▲카보테그라비르 또는 릴피비린에 알려진 또는 의심되는 내성이 없는 성인환자의 HIV-1 감염 치료요법으로 승인을 받았습니다.
이후 올해 4월부터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됨에 따라 국내 임상 현장에서도 본격적인 처방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양유진 한국GSK HIV 사업부 전무는 "2개월 주기 유지 주사요법 기준 연 6회 투여로 기존에 매일 먹던 알약 대비 감염인의 치료 편의성과 삶의 질을 개선한 보카브리아·레캄비스 주사요법이 급여 적용으로 본격 출시되며 국내 HIV 치료 여정에 새로운 옵션을 제시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매일 약을 복용하는 것은 감염인으로 하여금 공개된 장소에서 알약을 복용할 때 얻게 되는 사회적 시선으로 인한 심리적 부담감, 매일 반복되는 질병에 대한 상기에 따른 정신적 스트레스, 더불어 규칙적인 복약에 대한 물리적 어려움을 야기해왔다"며 "이런 요인들은 감염인의 삶의 질과 치료 순응도 저하로 이어져 결국 장기적 치료를 지속하는 데도 걸림돌이 돼 왔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주사요법으로 이와 같은 감염인들의 치료 부담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는 게 한국GSK 측의 설명입니다.
양 전무는 "연간 6회 투여로 치료를 유지할 수 있는 보카브리아·레캄비스 주사요법은 HIV 감염인은 물론 치료 결과 향상과 환자의 치료 만족도를 목표로 하는 의료진 입장에서도 그간 느껴온 미충족 수요를 해소할 수 있는 새로운 치료 옵션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국내 HIV 치료 환경 및 HIV 감염인의 삶의 질 개선을 위한 보카브리아·레캄비스 주사요법의 임상적 가치'를 주제로 최재필 서울의료원 감염내과 교수와 김연숙 충남대학교병원 감염내과 교수가 각각 연사로 참여해 발표를 맡았습니다.
먼저 최 교수는 HIV 질환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낙인으로 인한 치료의 어려움, 기존 치료에도 지속되는 치료 미충족 수요와 함께 보카브리아·레캄비스 주사요법의 기대 역할에 대해 소개했습니다.
그는 "HIV는 다양한 치료제 발전으로 바이러스가 효과적으로 억제됨에 따라 이미 당뇨나 고혈압처럼 평생 관리 가능한 만성질환이 됐다"며 "더욱이 감염인들이 6개월 이상 규칙적으로 치료제를 복용하면 바이러스가 검출불가 상태에 이르러, 타인에게 성접촉을 통해서도 HIV를 전파시키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유엔에이즈계획(UNAIDS)은 전 세계 HIV/AIDS 대응을 위한 바이러스의 효과적인 억제인 '진단율 95%-치료율 95%-바이러스 억제율 95%' 목표를 넘어 HIV 감염인의 삶의 질 개선을 함께 고려하고 있고, 여기에 ‘HIV 감염인 삶의 질 향상’을 네번째 95% 목표로 추가해야 한다는 안도 제안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최 교수는 "이처럼 HIV 치료 상황이 개선됐음에도 한국에서는 여전히 감염인에 대한 사회적 차별과 낙인이 만연하다"며 "HIV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감염인의 치료 순응도에 영향을 미쳐, 많은 감염인들이 적극적인 조기 치료를 망설이게 하는 요인임은 물론 지속적인 치료를 하지 못하게 하는 걸림돌로 작용한다"고 우려했습니다.
기존 경구제(먹는 약)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매일 복용해야 하는 약의 특성상 복약 순응도와 삶의 질에 대한 미충족 수요가 여전한 이유로 꼽힙니다. 실제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 HIV 감염인들은 감염 사실 노출 방지를 위해 치료제를 숨기거나 심지어는 치료제 복용을 거르기도 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국내 HIV 감염인 단체 ‘러브포원’이 HIV 감염인 164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온라인 설문조사인 ‘2024 HIV 치료제에 대한 HIV 감염인의 인식조사 연구’에서도 유사한 결과를 보였습니다.
조사 결과 감염인들은 "치료제를 복용하면서 현실적인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특히 10명 중 7명(73%)은 '약 복용 시 다른 사람의 시선 의식'을 주요 어려움으로 꼽았습니다. 또 '매일 정시에 복용하거나 공복에 복용해야 하는 등 복용 방법의 불편함'(53%), '치료제 복용 때마다 감염 사실이 상기되어 우울감이나 불편함을 느끼는 점'(51%) 등도 언급했습니다.
최 교수는 "최초 개시 요법으로 2개월 동안 매달 1회씩 주사 후, 유지요법으로 2개월에 1회씩 투여해 기존 경구제 대비 치료 간격을 늘린 보카브리아·레캄비스 주사요법은 국내 HIV 감염인에서 감염 사실 노출에 대한 불안을 낮추고 매일 복용하는 경구제로 인한 일상의 불편과 걱정을 해소해, 높은 치료 순응도와 치료 만족도를 제공하는 치료 옵션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이어 발표에 나선 김연숙 교수는 임상연구 결과를 통해 주사요법의 임상적 혜택에 대해 설명했습니다.
김 교수는 “국내 HIV 감염인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HIV 치료 시 '장기간 지속되는 치료에서 적은 빈도로 투약하는 것'에 대한 니즈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SOLAR 임상연구를 통해 보카브리아·레캄비스 주사요법은 3제 경구제 대비 치료 12개월 시점에 비열등한 바이러스 억제 효과를 보였음은 물론, 기존 경구제에 대한 만족도가 높았음에도 ▲치료제를 매일 복용하지 않아도 되는 점(85%) ▲편리함(83%) ▲감염 사실을 매일 상기할 필요 없음(61%) ▲타인에 감염 사실 노출 걱정 없음(59%) 등의 이유로 주사요법으로 치료를 받은 감염인의 90%에서 기존 경구제보다 주사제 치료를 선호했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보카브리아·레캄비스 주사요법 3b 상 임상연구(FLAIR, ATLAS-2M 3b 상)에서 한국 HIV 감염인 16명을 포함한 아시아 HIV 감염인 41명의 자료 분석에서도 치료 96주차에 참가자의 83%가 바이러스 억제를 유지했으며 정의된 바이러스학적 실패는 발견되지 않았다"며 "이는 국내 HIV 감염인에서 역시 보카브리아·레캄비스 주사요법이 효과적인 치료 옵션이 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말했습니다.
일각에선 주사요법에 따른 통증과 내성 등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감염인들의 치료에 대한 부담 완화 수준 대비 크게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고 입을 모았습니다.
김 교수는 "임상연구 진행하면서 3년 이상 맞는 환자들 있는데, 첫해에만 좀 주사를 맞고 2~3일정도 통증이 지속됐고 지금 현재는 주사 맞을 때만 따끔한 정도라고 말한다"며 "처음 6개월까지만 해도 많이 아팠다고 말하는 경우도 있었고, 당일만 아픈 정도라는 환자들도 있었는데 주사요법이 주는 사회적 낙인에 대한 우려 해소 등에 대한 만족감이 더 커 통증을 덜 느끼는 부분도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내성에 대한 우려에 대해선 "내성이 발생할 수 있는 대표적인 요인 3가지로 ▲내재된 릴피비린 내성 ▲HIV a1, a6 등 아형 ▲BMI 30 이상 등이 알려져 있지만, 이런 요인들이 없다면 내성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며 "국내서는 릴피비린 내성을 가진 환자들이 거의 없고, HIV 바이러스 서브타입도 없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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