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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무대에서 청와대로, 종로에서 용산으로…'푸른기와집' 역사

SBS Biz 지웅배
입력2025.06.11 08:41
수정2025.06.11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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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청와대 집무실 복귀를 예고하면서 당분간 용산 대통령실을 쓰기로 하자 온라인 커뮤니티와 관련 뉴스 댓글에서 청와대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습니다.



오늘(11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대통령 집무실은 대한민국 건국 이후 약 70년간 서울 청와대 본관에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이승만 대통령을 비롯해 문재인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청와대 본관에서 공식 집무를 수행해 왔습니다. 청와대는 대통령 비서실과 의전실, 경호처 등 핵심 권력 기능이 집약된 공간으로 정치적 상징성과 행정 효율성을 동시에 추구한 장소였습니다.

초대 이승만 대통령은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 관저를 '경무대'로 명명하고 대통령 관저 및 집무실로 사용했습니다. 1955년 4월 이승만 대통령 재임 시 경무대 경내 일부가 일반에 공개되기도 했습니다. 이는 매년 벚꽃 개화 시기에 경내를 개방하는 관례로 정착됐고 시민들은 대통령의 집무실이자 생활 공간인 본관 바로 앞에서 사진 촬영도 자유롭게 할 수 있었습니다.

1968년 1·21사태(김신조 사건)가 발생하면서 청와대 앞길이 막히게 됐고 연례적인 경내 개방도 중단됐으며 청와대 주변 도로와 인왕산, 북악산 출입도 전면 차단됐습니다. 

이후 1960년 12월 윤보선 대통령이 대통령 집무실을 한국 고유의 미를 담아 '푸른 기와집'이라는 이름의 청와대로 명칭을 바꿨습니다. 박정희 대통령 집권 때는 1층에 대통령 집무실, 2층은 가족생활 공간으로 사용됐으며, 건물이 협소하고 노후화돼 대대적인 개보수를 진행했습니다. 1975년 박정희 대통령이 만들었던 전시 대피 시설은 노무현 대통령 때인 2003년 수리돼 국가위기관리센터 상황실(지하 벙커)이 됐습니다.



노태우 대통령은 전문가 자문위원회를 통해 1991년 9월 현재의 본관, 관저, 춘추관을 신축했습니다. 이는 업무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취지에서 기존 본관 1층 집무실, 2층 관저 구조에서 벗어나 관저를 별도로 만들었습니다. 구 본관은 1993년 김영삼 대통령 때에 철거됐고, 그 터는 옛 지형대로 복원돼 수궁터로 불리고 있습니다.

청와대 이전 역사를 보면 김영삼 대통령이 재임 기간 광화문 근처 정부서울청사로 집무실 이전을 약속했으나, 실현되지 않았습니다. 대신 청와대 앞길과 인왕산을 개방하고, 궁정동 안가를 철거해 무궁화동산을 조성했습니다. 김대중 대통령 역시 서울·과천청사 이전을 추진했으나 중단됐고, 대신 칠궁 개방 및 청와대 관람 대상을 확대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참모와 소통 강화를 위해 본관 구조 변경을 시도했으나 실현되지 않았습니다. 또한 청와대를 포함한 모든 정부 부처를 세종시로 옮기고자 했으나, 헌법재판소의 신행정수도법 위헌 결정으로 실현되지 않았습니다. 대신 경복궁 북문과 북악산 성곽로를 개방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 시절에도 집무실·비서실·경호실 이전이 검토됐으나, 중단됐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취임하면서 '광화문 집무실'로 이전을 공약했으나, ▲경호·보안·행정 효율성 ▲리모델링 비용 ▲행정상 혼란 등의 이유로 이전하지 못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2022년 취임한 뒤 용산 국방부 청사를 새 대통령 집무실로 지정하며, 대한민국 역사상 처음으로 대통령 집무실을 청와대 밖으로 이전한 사례가 됐습니다. 윤 대통령 취임과 동시에 청와대는 일반 시민에게 공개된 관광지로 활용돼 지난 3월 기준 누적 관람객 수가 700만명을 돌파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후 청와대 집무실로 복귀하겠다는 뜻을 밝혔으며, 청와대 보수 작업이 완료될 때까지는 당분간 용산 대통령실을 사용할 예정입니다.

이처럼 청와대는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래 대통령의 공식 집무 공간으로 기능해 왔으나, 대통령 집무실의 위치를 명시적으로 규정한 헌법이나 법률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정부조직법 등 관련 법령에서도 대통령 집무실의 위치에 대한 명확한 규정은 없습니다. 이는 오랜 사회적 관행과 관습에 따라 '청와대가 곧 대통령 집무실'이라는 인식이 확립되어 온 결과로 볼 수 있습니다.

대통령 집무실은 법률적 강제 사항이 아니라 대통령의 국정 철학과 운영 전략에 따라 행정적으로 결정되는 관습적 공간입니다. 따라서 청와대든 용산이든, 어느 곳이든 대통령이 선택할 수 있으며 이는 국회의 동의나 법률 제정 없이도 가능합니다. 즉, 대통령 집무실을 어느 곳으로 하든지 법적인 '필수 요건'은 아니며 시대적 상징성과 효율성을 고려한 선택으로 보면 된다는 의미입니다.

나아가 세계 각국에서도 대통령 집무실의 위치는 단순한 공간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권력의 상징성과 행정 철학을 반영하는 지표로 여겨지기도 합니다. 해외 주요국은 각자의 역사적·제도적 배경 속에서 집무실의 위치와 구조를 정립해 왔습니다.

미국 대통령은 백악관의 웨스트윙에서 집무를 봅니다. 이 공간은 미국 민주주의의 상징이자 '국민과 함께하는 권력'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장소입니다. 백악관 웨스트윙은 대통령 집무실(오벌 오피스) 주변에 참모들이 밀집해 있고 바로 옆에 선임고문실, 부통령실, 국가안보보좌관실, 대변인실 등이 감싸고 있어 대통령과 참모 간의 원활한 의사소통이 가능하도록 설계돼 있습니다.

프랑스 대통령은 파리 중심부의 엘리제궁에서 업무를 수행하는데, 이 공간은 역사와 문화의 정체성이 결합한 정치적 상징으로 기능합니다. 엘리제궁은 대통령 집무실과 관저가 같은 건물에 위치하며, 참모의 공간 또한 같은 건물에 배치돼 수시로 마주하며 소통이 가능합니다. 엘리제궁은 매년 '문화유산의 날'을 맞아 일반인에게 개방되는 식입니다.

독일의 경우 총리는 베를린에 위치한 연방 총리 청사에서 업무를 봅니다. 연방 총리 청사는 2001년 베를린 도심 슈프레강변에 지어진 8층짜리 대형 건물로 총리실과 의회의 거리가 불과 500m로 도보 1분 거리에 있어 총리와 의회의 소통을 중시합니다.

영국 총리 집무실인 다우닝가 10번지는 1985년 마거릿 대처 총리가 "영국의 유산 중에서 가장 소중한 보배"라고 표현할 정도로 역사적 상징성이 강합니다. 이 건물은 1735년부터 총리 집무실로 사용됐으며, 겉보기에는 평범한 주택에 가까워 총리가 '보통 사람'이라는 이미지를 연출하는 데 기여합니다. 총리 가족의 거주 공간에서 집무실 건물로 통하는 복도가 있어 실무 공간과 연결성을 갖습니다.

일본 총리는 도쿄에 위치한 총리 관저에서 집무합니다. 일본 총리 관저는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고 상징성보다는 실용성과 효율성 중심으로 운영됩니다. 일본 특유의 절제된 정치 운영 방식이 공간에도 반영돼 있습니다. 이처럼 미국, 프랑스, 영국 등 주요국은 오랜 기간 대통령 또는 총리 집무실을 유지하며 역사적 상징성을 축적해 오고 있습니다. 아울러 대통령 또는 총리 집무실과 관저, 참모 공간이 같은 건물에 있거나 근접해 소통 효율성을 높이려는 경향도 보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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