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 中우시 제치고 세계 3위로…에피스 분할 득일까?
SBS Biz 정광윤
입력2025.05.26 12:45
수정2025.05.26 15:03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세계 시장에서 경쟁사인 중국 우시바이오로직스를 제치고 지난해 매출 기준 글로벌 3위 CDMO업체로 한 계단 뛰어올랐습니다.
올 들어 수주액도 지난해 연간 수주액의 60%를 벌써 넘어섰습니다.
최근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와의 인적분할을 선언한 가운데 그동안 이해충돌 문제로 수주하지 못한 글로벌 빅파마들에 대한 공략을 본격화 할 것으로 보입니다.
수주 고공행진…미중 갈등 반갑다
오늘(26일) 삼성바이오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위탁개발생산(CDMO) 업체 매출 순위는 1위 론자(10조9800억원), 2위 캐털런트(6조273억원), 3위 삼성바이오(4조5473억원), 우시바이오로직스(3조5700억원) 순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재작년까지 1위 론자 2위 우시바이오, 3위 캐털런트, 4위 삼성바이오 순이었지만 지난해 우시가 2계단 미끄러지며 삼성바이오가 3위로 올라선 겁니다.
지난해 미국에서 중국 바이오기업들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내용의 생물보안법 입법이 추진되며 우려가 커지자 고객사들이 대거 이탈한 영향입니다.
반면 해당 고객사들 물량을 흡수한 삼성바이오는 수주 규모가 큰 폭으로 늘며 반사이익 누렸습니다.
올해 역시 가파른 성장세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삼성바이오는 이날 유럽 소재 제약사와 2천420억원, 아시아 소재 제약사와 1천985억원 규모 의약품 위탁생산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습니다.
올 들어 5개월 간 누적 수주액은 3조2525억원으로 지난해 연간 수주 금액 5조4035억원의 60%를 넘어섰습니다.
삼성바이오는 현재 글로벌 상위제약사 20곳 중 17곳을 고객사로 확보한 상태입니다.
다만 향후 실적을 낙관하기엔 의약품 관세 등 남아있는 미국발 불확실성이 걸림돌입니다.
대표적으로 최근 발표된 미국 약가 인하 정책이 현실화되면 삼성바이오 고객사들 매출이 감소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유승호 삼성바이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 22일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와의 인적분할을 결정한 배경과 관련해 "관세 이슈로 CDMO 수주 경쟁이 심화됐다"며 "삼성에피스와의 이해 충돌 문제가 부각될 수 있다고 판단해 분할을 결정했다"고 말했습니다.
에피스와 또 다시 분리…왜?
삼성바이오는 지난 22일 인적분할을 통해 삼성바이오의 '위탁생산(CDMO)'과 삼성에피스의 '신약개발', 두 사업을 확실히 분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삼성바이오가 에피스와의 관계를 두고 '우리냐', '남이냐' 태도를 바꾸는 건 최근 10년 사이 이번이 세 번째입니다.
출발점이 된 건 이재용 삼성그룹 회장을 재판정에 서게 만든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논란입니다.
당시 문제가 된 건 삼성바이오 자회사였던 에피스를 지난 2015년에 관계회사로 바꿔서 회계처리 했다는 점이었습니다.
당시 미국 파트너사인 바이오젠이 에피스 지분 49.9%를 사들일 수 있는 권리 즉, 콜옵션을 갖고 있었는데 이를 행사할 경우 지배력을 잃을 수 있다는 게 이유였습니다.
다만 이때 삼성바이오가 에피스와 선을 그은 건 사업적인 영역이 아니라 회계처리 문제였습니다.
시간이 흐르고 지난 2022년, 삼성바이오는 바이오젠이 보유한 에피스 지분을 전량 매입했습니다. 100% 자회사로 만들어 '우리 식구'라는 점을 확실하게 한 겁니다.
그런데 이로부터 불과 3년이 지난 현재 또 다시 에피스와의 선을 그은 셈입니다.
이와 관련해 삼성바이오 측은 기자간담회에서 "(바이오젠 콜옵션) 인수 당시엔 에피스의 (신약개발) 사업이 성장 초기 단계였기 때문에 삼성바이오 고객들의 우려가 별로 크지 않았다. 그래서 '내부 격벽' 시스템으로 고객들을 설득할 수 있었지만 최근 에피스가 성장하면서 고객사들 우려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위탁생산'에 방점
제약업계에선 신약개발 등을 통해 한 의약품 분야를 선점·독점하느냐에 따라 기업의 실적, 나아가 존망까지 좌우됩니다.
특허분쟁이 이례적인 게 아니라 매우 흔하고, 그 자체로 중요한 사업의 일부일 정도입니다.
이런 업계에서 삼성바이오는 글로벌 대형 제약사들을 주 고객으로 유치하고, 의약품을 대신 생산해주는 CDMO 사업을 합니다.
특성상 고객들 신약 관련 정보 등 기밀유지가 생명인데, 자회사에서 신약개발을 한다면 고객사들 입장에선 혹시 뭐라도 귀띔해주진 않을지 경계할 수 밖에 없습니다.
삼성바이오의 주요 경쟁사들을 보면 이 점은 더욱 분명해집니다.
글로벌 CDMO업체 1위 론자는 자체 신약개발을 하지 않고, 후지필름 다이오신스, 캐털란드 등 다른 주요 업체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거침없는 수주행보를 이어온 삼성바이오에서도 자회사인 에피스가 발목을 잡는다는 식의 얘기가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존림 삼성바이오 대표는 지난해 7월 "시가총액 기준 빅파마 상위 20곳 중 16곳을 고객사로 확보했다"며 "자회사와의 경쟁 관계 때문에 수주가 불가능한 곳을 제외하면 상위 업체 대부분을 확보한 것으로 1~2곳만 남았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바꿔 말하면 에피스가 아니면 대형 고객사 2~3곳을 더 공략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2~3곳이 아쉬울까 라는 의문이 들 수 있지만 지난해 삼성바이오가 대형 고객사에서 큰 계약 하나 수주했을 때, 그 액수만 전년도 전체 수주액의 40%에 달했습니다.
이를 감안하면 삼성바이오가 에피스와 각자의 길을 가겠다는 결정한 배경에 '신약개발'보다 'CDMO사업' 성장에 방점을 찍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에피스의 홀로서기 '난제'
다만 자회사는 아니더라도 그룹 내 계열사로서 삼성바이오와 에피스가 여전히 밀접한 관계로 남아있는 만큼 그동안 공략하지 못했던 고객사들을 설득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입니다.
이번 분할이 전체적인 기업가치를 높이긴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나옵니다.
위해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바이오시밀러 사업의 개발 진입장벽이 점차 낮아지고 가격 경쟁이 치열해지는 국면에서 관세와 약가 인하 리스크가 불거지고 있다"며 "삼성에피스홀딩스의 기업가치에 대한 불확실성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발표된 분할 비율인 65대 35를 현재 시가총액 77조원에 적용하면 삼성바이오 50조원과 삼성에피스홀딩스 27조원 수준인데, 에피스홀딩스의 가치는 큰 폭으로 하락할 것이란 분석도 있습니다.
미래에셋증권은 분할 이후 삼성바이오의 기업가치는 88조원, 에피스홀딩스는 9조원으로 제시했습니다.
이선경 SK증권 연구원은 "(에피스홀딩스) 신설 법인의 27조원 가치는 단기적으로 부담스러울 수 있으나 다년간 시밀러 개발을 통해 확보한 자체 연구개발 역량과 미래 사업 발굴 사업과의 시너지를 통해 신약 개발 회사로 포지셔닝 가능하다"면서도 "신사업 진출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과 방향성은 확인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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