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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선사 공동행위 어쩌나…해운업계 900억대 과징금 결국 물게 됐다

SBS Biz 류정현
입력2025.04.25 14:43
수정2025.04.25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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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테이너 선박.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 관계가 없습니다.]

지난 2022년 한-동남아 항로 해상운임 담합으로 공정위 과징금 처분을 받은 대만 에버그린이 법정 다툼에서 끝내 패소했습니다. 같은 사건으로 20개 선사가 공정위와 법정 공방을 벌이고 있는데 줄줄이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대법원 3부는 어제(24일) 대만 선사 에버그린이 공정거래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시정명령 등 취소 소송에서 원고 손을 들어 준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습니다.

사건은 공정위가 지난 2022년 12개 국적선사와 11개 외국적 선사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총 962억원을 부과하면서 시작됩니다.

이들은 지난 2003년 12월부터 15년간 해상운임을 부당하게 담합한 혐의를 받았습니다. 기본운임의 최저수준, 기본운임 인상 규모 등 제반 운임을 총체적으로 논의한 것으로 공정위 조사 결과 드러났습니다.

선사들은 담합을 위해 아시아 항로 운항선사 간 해운동맹(IADA), 한-동남아 항로 운항 국적선사 간 해운동맹(동남아정기선사협의회) 등을 통해 총 541차례 모임을 가졌습니다. 이메일이나 카카오톡 채팅방 등을 통해서도 합의를 진행했습니다.

또 이들은 서로 다른 선사의 합의 위반사항을 감시하고, 세부 항로별 주간선사, 차석선사를 선정해 합의 이행 여부를 주도적으로 모니터링하기도 했습니다.

대외적으로는 '개별 선사의 자체 판단으로 운임을 결정했다'고 알리며 담합 사실도 숨겼습니다. 의심을 피하기 위해 운임 인상 금액은 1천원, 시행일은 2∼3일씩 차이를 뒀습니다.

그런데 공정위 제재 이후 선사들은 운임 협의를 공정거래법으로 제재할 수 없다고 반박하며 사건이 법원으로 넘어갔습니다.

해운법 제29조에 따르면 외국항로에서 운송사업을 하는 선사들은 운임 등을 결정할 때 공동행위를 할 수 있습니다. 또 공정거래법 제28조에 따르면 다른 법령에 따라 행하는 정당한 공동행위는 공정거래법을 적용하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단 협의를 할 때 지켜야 하는 요건이 있습니다. 협의 결과 도출된 운임 수준을 해양수산부 장관에게 보고해야 합니다. 또 운임을 지불하고 화물을 맡기는 화주단체들와 관련 정보를 충분히 교환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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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첫 재판을 맡았던 서울고등법원은 선사들 손을 들어줬습니다. 공정위의 제재는 그 자체로 1심과 같은 효력을 갖기 때문에 곧바로 고등법원 재판으로 넘어갑니다.

당시 재판부는 "해운법 29조에 따라 외항 정기 화물운송사업자들의 공동행위에 대해서는 해양수산부 장관만이 규제 권한을 가진다"며 "공정위는 이를 제재할 권한이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하지만 대법원에서 이 판단이 뒤집혔습니다. 대법원 재판부는 해운법에서 공정거래법의 적용 배제를 명시하고 있지 않는 한 두 법률의 동시 적용이 모순되거나 서로 저촉되지 않는다면 가능하다고 봤습니다.

또 재판부는 현재 해운법이 신고되지 않은 협의에 대해 명시적인 제재 규정이 없는 상황에도 주목했습니다. 현행 해운법은 해수부장관이 신고를 받은 협의 내용이 국제협약을 위반하거나 시장 질서를 문란하게 하는 경우에 한해서만 조치를 내릴 수 있다고 나와 있습니다. 그 외의 사례에 대해 별도 규정이 없는 상황에서 공정거래법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겁니다.

현재 같은 사건으로 고려해운, 팬오션, 장금상선 등 공정위와 재판을 벌이고 있는 곳은 모두 20곳입니다. 이번 대법원 판단이 공정위 손을 들어주면서 현재 서울고등법원에 묶여있는 이들 재판도 공정위가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됐습니다.

또 한-일, 한-중 항로 컨테이너 정기 선사의 해상운임 담합 제재가 부당하다며 벌이고 있는 법정 공방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입니다.

공정위는 지난 2022년 6월, 이들 항로에서 해상운임을 담합한 혐의로 고려해운, HMM, 팬오션 등에 대해 과징금 또는 시정명령을 내렸습니다. 이 사건에 대해서는 한-일 항로 운임 담합 사건에서 15개 선사가, 한-중 항로의 경우 16개 선사가 소송을 진행 중입니다.

공정위 관계자는 "대법원 파기환송 취지를 잘 검토할 것"이라며 "향후 남은 소송에서도 처분이 적법했다는 점을 설득할 예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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