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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로' 안 보이는 미중 무역전쟁…'묻고 더블로 가' 언제까지?

SBS Biz 김성훈
입력2025.04.11 10:42
수정2025.04.11 13:48

[앵커]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물러설 수 없는 레이스를 펼치고 있죠.



이겨도 이긴게 아닌, 패하면 치명상을 입게 되는 관세 때리기를 이어가면서 세계 경제가 볼모로 잡혀있습니다.

어느 쪽이든 한쪽이 물러서야 하는데, 아직은 각자 버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숨 가쁘게 전개되고 있는 미중 무역전쟁, 그리고 한숨 돌리게 된 미국의 상호관세, 김성훈 기자와 분석해 보겠습니다.

먼저,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주 상호관세로 전 세계를 들쑤셔놨어요?



[기자]

미국은 현지시간 9일 0시를 기해 상호관세를 발효했습니다.

불공정무역 관행을 갖고 있다고 본 57개국에 기본 10% 관세에 더해 추가 관세를 매긴 건데요.

트럼프 대통령은 "많은 나라가 우리를 엄청나게 갈취했다, 이제는 우리가 갈취할 차례"라고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불과 13시간 만에 중국을 제외한 나머지 국가들에 대한 관세 부과를 90일 유예하고 일단은 기본관세 10%만 부과한다고 전격 발표했습니다.

[앵커]

갑자기 상호관세에 급제동을 건 이유는 뭔가요?

[기자]

트럼프 대통령은 "75개가 넘는 나라들이 협상을 위해 미 행정부에 연락을 해왔고, 이들이 보복을 하지 않겠다고 해 유예기간을 뒀다"고 밝혔습니다.

상대국들과의 개별 협상 시간을 벌기 위해 관세 부과를 잠시 미뤘다는 겁니다.

보복 관세 위협을 최소화하면서 개별 국가들과의 협상 주도권을 쥔 채 최대한의 협상 결과를 이끌어내겠다는 의도로 풀이됩니다.

미국은 향후 조정 여지가 있는 관세율 범위도 제시했는데요.

스콧 베센트 미 재무장관은 "지난 2일 발표한 국가별 상호관세율이 상한"이라며, "이번 유예 발표를 통해 일시적으로 적용되는 10%가 하한"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베센트 장관은 관세 유예가 "처음부터 트럼프 대통령의 전략이었다"며, 미리 짜놓은 시나리오란 점을 강조했는데요.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일부 사람들이 겁을 먹고 불안에 해 정책 유연성을 발휘했다"며, 최근 폭락 흐름을 보인 증시와 국채금리 상승 등 금융시장 상황도 결정에 일부 영향을 미쳤음을 시사했습니다.

[앵커]

그 유연성이 중국에는 해당되지 않았어요?

[기자]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상호관세율을 125%까지 높였습니다.

지난 2일 미국의 34% 상호관세 부과 발표에 반발해 중국도 미국산 수입품에 34% 관세로 맞대응했는데요.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50% 보복관세를 추가해 84%로 상호관세율을 높였고요.

여기에 다시 중국이 똑같이 50% 관세로 대응해 34%에서 84%로 관세율을 높였고, 트럼프 대통령은 재차 관세율을 125%까지 높였습니다.

앞서 부과된 펜타닐 관련 20% 관세까지 더하면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추가 관세율은 145%에 달합니다.

중국과 그 외 다른 나라들을 분리해 접근하는 관세 투 트랙 전략을 더욱 노골적으로 구사하는 모습인데요.

트럼프 대통령 얘기 들어보시죠.

[도널드 트럼프 / 美 대통령: 보복하면 (관세율을) 두 배로 늘리겠다고 말했죠. 중국이 보복했기 때문에 그렇게 했습니다.]

이를 통해 다른 국가들에는 '보복에는 더 큰 보복이 따른다'는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보내고, 다른 국가와 연합전선을 구축하려는 중국을 고립시키는 결과도 노린 것으로 풀이됩니다.

[앵커]

앞으로 양국의 대치 상황은 어떻게 전개될까요?

[기자]

일단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과 협상을 하고 싶다"는 뜻을 내비쳤습니다.

시진핑 중국 주석에 대해선 "내 친구이고 그를 좋아하며 존경한다"고 평가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신경전은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데요.

들어보시죠.

[도널드 트럼프 / 美 대통령:중국은 협상을 원합니다. 방법을 잘 모를 뿐입니다. 시진핑 주석은 자존심이 센 사람입니다. 그를 매우 잘 알고 있습니다.]

양측 다 대화할 뜻을 밝히고는 있지만, 보복 조치를 유지하며 상대가 먼저 꼬리 내리기를 바라는 분위기인데요.

자칫 먼저 양보하는 모습으로 비춰지면 패권국으로서의 위신이 깎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관세 충격을 상쇄하기 위해 "환율을 조작하고 있다"며 맹비난을 퍼붓기도 했는데요.

중국의 위안화 절하와 미 국채 매각 등의 추가 대응 움직임 속에 무역전쟁의 전선이 확대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습니다.

세계무역기구, WTO는 미중 간 무역갈등이 이어질 경우 양국 간 상품 교역이 최대 80% 감소하고, 전 세계 실질 GDP가 장기적으로 7%가량 감소할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앵커]

어쨌든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을 뺀, 나머지 국가들의 상호관세는 미루면서, 우리 입장에선 한숨 돌리게 된 것 아닌가요?

[기자]

우리나라는 이번 유예 결정으로 25%였던 관세 부담이 일단 10%로 낮아졌습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 문제를 콕 짚어 거론하면서, 또 다른 고민을 안게 됐습니다.

미국 정부는 향후 각국과의 협상에서 관세뿐 아니라 다양한 의제들을 맞춤형 패키지 형태로 한꺼번에 다루겠다는 계획인데요.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과의 통화 소식을 전하면서, 조선업과 대규모 미국산 LNG 구매, 알래스카 가스전 개발 참여 등을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일본과 우리나라 등 '동맹국들과 우선 협상하겠다'는 방침인데요.

상대적으로 대화가 수월한 동맹국들을 상대로 양보를 얻어내 협상의 성과로 홍보하는 한편, 다른 나라와의 협상에서도 일종의 기준점으로 삼겠다는 구실로 보입니다.

이 때문에 사실상 비관세 혜택을 보고 있는 한미 자유무역협정, FTA의 새 협정 가능성도 제기되는 가운데, 다른 나라들의 대응을 참고할 틈도 없이 쫓기듯 협상에 임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앵커]

문제는 상호관세뿐만 아니라 다른 품목별 관세가 살아있다는 거잖아요?

[기자]

그렇습니다.

품목별 관세가 여전히 시한폭탄처럼 남았습니다.

앞서 부과한 철강과 자동차 등에 대한 25% 품목별 관세는 그대로 유지되고 있고요.

트럼프 대통령은 제약사들의 미국으로 이전을 주장하며, "수입 의약품에 대한 관세도 곧 발표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았습니다.

여기에 반도체와 목재, 구리 등에 대한 관세도 줄줄이 대기 중인데요.

특히 반도체와 관련해선 대만 TSMC를 겨냥해 미국에 새 공장을 약속대로 짓지 않으면 "최대 100%의 관세를 내야 할 것"이라며, 위협하기도 했습니다.

우리나라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보조금 지원 약속을 받고 현지 공장을 짓고 있는 가운데, 반도체 산업 자체가 여러 나라의 공급망 문제가 얽혀 있는 만큼 자동차 관세 못지않게 반도체 관세도 전 세계에 큰 충격을 줄 것으로 보입니다.

여기에 유럽연합이 철강·알루미늄 관세에 대한 맞대응 차원에서 준비하고 있는 보복관세도 여전히 불씨로 남아 있습니다.

오는 15일부터 부과하려다 일단 90일간 보류하기로 했지만, EU 측은 "미국과의 협상 결과가 만족스럽지 않으면 보복조치를 발효할 것"이란 입장입니다.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트럼프 대통령의 변칙 전술에 관세 불확실성은 쉽사리 걷히지 않고 있습니다.

[앵커]

김성훈 기자,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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