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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막전막후] '오너 3세' 시대 연 한화…지분매입·유상증자 논란은 '진행형'

SBS Biz 류정현
입력2025.04.03 16:43
수정2025.04.03 17:11

[앵커] 

한화그룹이 김승연 회장에서 세 아들로 경영권을 승계하는 작업을 전격 단행했습니다. 

김 회장이 지주회사 격인 ㈜한화 지분 일부를 삼 형제에 증여하는 식으로 진행됐는데요. 

한화그룹은 경영권 승계를 둘러싼 여러 오해를 해소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설명했지만 여전히 설명해야 하는 부분은 많습니다. 

자세한 이야기, 산업부 류정현 기자와 나눠보겠습니다. 

한화그룹 지배구조가 어떻게 변화됐는지 먼저 구체적으로 살펴보죠. 

[기자] 

김승연 회장이 지난달 31일 ㈜한화의 지분을 삼 형제에게 나눠줬습니다. 

장남 김동관 부회장에게 4.86%, 차남 김동원 사장과 삼남 김동선 부사장에게 각각 3.23% 증여했는데요. 

증여 후 세 아들의 ㈜한화 지분은 모두 합해 20.51%에 달하게 됐습니다. 

여기에 세 아들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한화에너지가 ㈜한화의 지분 22.16%를 갖고 있는데요. 

결과적으로 세 아들이 현재 한화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한화의 지분 42.67%를 차지하면서 경영권 승계가 이뤄진 겁니다. 

김 회장은 경영권 승계 이후에도 회장 직함은 유지하고 경영 자문 등의 역할을 수행할 방침입니다. 

[앵커] 

증여를 통한 경영권 승계, 시기적으로 전격적으로 이뤄진 배경이 뭔가요? 

[기자] 

본래는 삼 형제가 지분 100%를 들고 있는 한화에너지와 ㈜한화를 합병하는 방식이 가장 유력하다는 전망이 지배적이었습니다. 

이 시나리오가 채택되면 삼 형제에 유리하도록 상장사인 ㈜한화의 주가를 의도적으로 낮추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한화의 지분을 직접 넘기면서 이런 우려를 해소하려 했다는 게 한화그룹 설명입니다. 

[앵커] 

증여에 앞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유상증자에 나서면서 모회사인 ㈜한화 주가가 급락했었죠. 

증여세 부담이 줄어든 것도 전격적인 증여의 배경이 됐다는 분석도 나오는데, 이건 어떻게 봐야 할까요? 

[기자] 

지난달 19일 4만 8천 원선이던 ㈜한화 주가가 다음날인 20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유상증자를 발표한 이후 4만 원 초반대까지 떨어지긴 했습니다. 

의혹이 나오는 것도 이런 대목 때문인 건데요. 

하지만 그런 의도가 있었다고 단정 짓기는 어렵습니다. 

한화그룹은 이번 증여로 발생하는 증여세가 김동관 부회장이 952억 원, 김동원 사장과 김동선 부사장이 각각 633억 원으로 모두 2천218억 원 규모라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3월 한 달 평균 ㈜한화의 주가를 기준으로 추산한 금액이고요. 

실제 증여세는 증여 예정일인 4월 30일 기준으로 앞뒤 2개월 평균 주가에 따라 최종 과세 기준 가격을 설정한 뒤에 나올 예정입니다. 

따라서 3월부터 6월까지의 ㈜한화 주가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에 앞으로의 주가 추이에 따라 증여세 규모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앵커] 

유상증자 얘기를 조금 더 하면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계열사 지분매입과 유상증자 논란이 커지면서 한화그룹은 경영권 승계와 관련이 없다며 증여까지 결정했죠.

이렇게까지 유상증자를 해야 하는 이유가 있는 건가요? 

[기자] 

시장도 그 부분에 대한 의문을 계속 제기해 왔습니다. 

유상증자 발표 당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유상증자 관련 컨퍼런스콜을 열었는데요.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신용등급이 양호한데도 주주 배려 없이 유상증자를 강행했다"거나 "시기와 규모가 예상을 벗어났고, 사용처에 대한 설명도 부족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유럽 등을 중심으로 무기 수요가 높아지고 있어 기민한 대처가 필요해 유상증자를 결정하게 됐다고 설명합니다. 

방산업계의 상승 사이클에 올라타기 위해 자금조달이 필요하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지만 방식이 꼭 유상증자였는지에 대한 논란이 불거졌습니다. 

사실 기업 입장에서 가장 부담 없이 자금 조달에 나설 수 있는 게 유상증자입니다. 

차입이나 채권 발행과 달리 이자도 들지 않아서 저렴합니다. 

최근 야당 주도로 추진되는 상법 개정안을 의식한 측면도 있어 보입니다. 

[박주근 / 리더스인덱스 대표 : 유상증자를 하게 되면 주가가 떨어지고 그게 이제 주주 가치 훼손이지 않습니까? 상법 개정되면 (유상증자가) 당연히 주주의 이익에 반하는 거니까 소송을 걸 수가 있는 거죠. 그러니까 이거는 상법 개정 전에 해야 된다고 생각하겠죠.] 

[앵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유상증자 전에 한화에너지에 1조 원 넘게 주고 한화오션 지분을 사들이기도 했죠, 이것도 경영권 승계와 연관이 있나요? 

[기자] 

일단 한화그룹은 별개의 사안이라며 부인하고 있는데요. 

시점이 미묘합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유상증자 공시 일주일 전인 지난달 13일 한화에너지와 한화임팩트가 보유한 한화오션 지분 7.3%를 1조 3천억 원에 매입했습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현금성자산 1조 3천750억 원에 거의 맞먹는 규모입니다. 

일주일 뒤 투자금이 필요하다며 유상증자에 나선 건데 그럼 굳이 한화오션 지분을 거액을 들여 산 이유가 무엇이었는지에 대해선 논란의 소지가 분명히 있습니다. 

한화에너지는 삼 형제가 지분 100%를 들고 있는 비상장사이고 또 그룹 중간지주사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오너일가 가족회사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자금이 흘러들어 간 모양새인데요. 

한화그룹은 증여세 재원으로 활용하지는 않을 거라고 일단 선을 긋고 있습니다. 

[앵커] 

금융감독원도 유상증자와 계열사 지분매입 등 일련의 과정을 유심히 보고 있죠? 

[기자] 

그렇습니다. 

금감원은 현재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제출한 유상증자 증권신고서에 대해 정정 요구를 한 상태입니다. 

왜 유상증자를 선택한 건지 그리고 전후 계열사 지분 정리와 어떤 관계인 건지 설명하라는 건데요. 

직접 들어보시죠. 

[함용일 / 금융감독원 부원장 : 증자 전후 한화그룹이 계열사 지분 구조를 재편한 배경과 증자와의 연관성, 그리고 동 재편이 회사에 미치는 영향 등을 증권신고서에 충분히 기재하여 투자자에게 알릴 필요가 있습니다.] 

금감원은 설명이 부족할 경우 재정정을 요구할 수도 있다고 밝혔는데요. 

지난해 11월 반도체 기판을 제조하는 이수페타시스가 이차전지 사업 진출을 위해 유상증자 계획을 발표했다가 금감원에 6번의 정정신고서를 제출했지만 결국 사업 진출을 철회하고 유증 규모도 대폭 줄인 사례가 있습니다. 

[앵커] 

한화그룹 경영권 승계 어느 정도 윤곽이 나왔지만 아직 정리할 게 더 남았다고요? 

[기자] 

현재 오너 일가인 삼 형제가 비상장사 한화에너지를 통해 지주사 격인 ㈜한화를 지배하는 형태인데요. 

일종의 옥상옥 구조입니다. 

적은 지분만으로도 그룹에 대한 지배력을 행사할 수 있지만 그만큼 경영 투명성과 책임성이 약하다는 비판을 받는 구조입니다. 

㈜한화와 한화에너지의 합병 시나리오가 여전히 거론되는 배경입니다. 

한화그룹은 두 회사의 합병 가능성은 없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습니다. 

[앵커] 

한화의 입장에도 불구하고 합병 가능성이 계속 거론되는 건 과거 다른 대기업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기 때문이죠? 

[기자] 

SK가 비슷한 상황이었는데요. 

2015년 초까지 SK그룹은 최태원 회장에서 SK C&C, 그리고 SK㈜에서 주요 계열사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갖추고 있었습니다. 

한화와 같은 옥상옥 구조인 건데요. 

2015년 8월 SK C&C와 SK㈜가 합병하면서 이를 해소했습니다. 

SK C&C가 지난 2009년 상장에 나설 때부터 두 회사의 합병설은 꾸준히 제기됐었는데요. 

SK그룹은 현재 한화그룹처럼 단호하게 부인했지만 결국 합병은 이뤄졌습니다. 

한화그룹의 상황도 앞으로 더 지켜봐야 하는 이유입니다. 

[앵커] 

일단 큰 틀에서의 경영권 승계는 이뤄졌는데, 삼 형제간 계열분리에도 속도가 붙겠네요? 

[기자] 

그렇습니다. 

이미 장남 김동관 부회장이 방산과 항공우주, 에너지 분야를 주도적으로 이끌고 있습니다.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은 금융을, 김동선 한화호텔 부사장은 유통과 로봇, 반도체를 담당하고 있는데요. 

앞서 말씀드린 대로 한화에너지의 상장 이후 ㈜한화와 합병, 그리고 인적분할로 삼 형제의 계열분리에 나설 가능성이 있습니다. 

[앵커] 

류정현 기자,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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