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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3일 상호관세 발표…트럼프발 관세전쟁 확대

SBS Biz 오서영
입력2025.03.30 10:04
수정2025.03.30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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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관세 발표가 사나흘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오는 4월 3일 트럼프 대통령이 철강·알루미늄·자동차 등 개별 품목관세에 이어 전 세계 국가들의 대미 관세와 비관세 무역장벽을 고려해 '상호관세'를 발표할 방침입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 중국을 상대로 기존 관세에 추가로 10%씩 두 차례에 걸쳐 관세를 물렸습니다. 이번에 트럼프 행정부가 상호관세를 발표하게 되면 거대 소비시장인 미국에 제품을 수출하는 전 세계 거의 모든 나라가 그 대상이 됩니다. 
 
일단 세계 각국은 트럼프 대통령이 자국에 부과하는 관세율이 어느 정도일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상호 관세는 무역 상대국이 미국에 부과하는 관세만큼 상호적 차원에서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말하는 상호관세는 미국에 대한 관세뿐 아니라 상대국의 조세나 법률, 검역 등 각종 제도 같은 비관세 장벽까지 고려하겠다는 겁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전쟁의 목적에 대해 지난 대선 때부터 꾸준하게 36조 달러(약 5경2천671조원)에 달하는 국가 부채를 해소하고 쇠락한 미국 제조업을 부흥시키는 것이라고 강조해 왔습니다. 

미국의 상호관세에 맞서 각국이 미국을 상대로 보복 조치를 하고 이와 동시에 어려움에 처한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미국 외 다른 나라의 제품에도 관세를 부과하거나 수입 물량을 제한할 경우 글로벌 통상에 대혼란이 빚어질 수 있단 우려도 커지고 있습니다.

자동차·철강 등 韓기업들 초비상
국내 산업계에도 전운이 감돌고 있습니다.

이미 품목별 관세 직격탄을 맞은 자동차·철강 업계는 관세율이 '25%+α'로 높아질 수 있는 상황이라 더욱 노심초사하는 분위기입니다.

반도체, 배터리 등 업계도 글로벌 공급망 불확실성 확대 등으로 인한 직간접 타격을 우려하며 현지 생산 확대를 포함한 피해 최소화 방안을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습니다.

우선 국내 차 업계는 최근 공식화된 외국산 자동차 25% 관세율에 더해 상호관세가 추가로 얹어질 경우 경영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한미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무관세로 101만5천5대를 미국에 수출했습니다. 향후 현지 캐파를 최대한 끌어올리더라도 50만∼70만대는 관세 영향권에 남습니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관세율 20∼25%만으로도 현대차그룹 수익성이 크게 악화할 것이라고 우려하는 상황이었습니다.

S&P 글로벌은 관세 20% 부과 시 현대차·기아 영업이익이 최대 19% 감소할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멕시코·한국 수입차에 관세 25%가 부과되면 현대차·기아 EBIT(영업이익)가 34% 축소될 것으로 추산했습니다.

최근 현대차그룹은 2028년까지 미국 자동차, 부품·물류·철강, 미래 산업·에너지 분야에 총 210억달러(약 31조원)를 투자한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이를 두고 상호관세율을 낮추는 데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과 함께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속단할 수 없다는 신중론이 교차합니다.
 
[현대제철 당진공장.]

가장 먼저 품목별 관세 25% 관세를 맞았던 철강 업계도 추가로 상호관세가 부과될지 촉각을 곤두세우며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습니다.

현대제철은 미국 현지에 자동차 강판 제품 등을 생산하는 대형 제철소를 새로 짓는 대규모 투자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포스코 역시 미국에 '상공정' 분야 투자를 검토하고 있습니다. 상공정은 고로나 전기로를 통해 철광석을 녹여 반제품을 만드는 공정을 말합니다.

아울러 트럼프 신정부가 드라이브를 거는 조선 및 알래스카 가스전 개발 사업 등에서 한국이 최우선 파트너로 거론되면서 철강재 수출 등 신사업 기회가 늘어날 것을 기대하는 분위기도 감지됩니다.

반도체 업계는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으로 들어오는 반도체에 최소 25%의 관세를 물리겠다고 예고한 만큼 정책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 대미 반도체 수출 비중은 작은 편입니다. 지난해 기준 7.5%로 중국(32.8%), 홍콩(18.4%), 대만(15.2%), 베트남(12.7%)보다도 낮았습니다. 특히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첨단 반도체 생산을 한국이 주도하는 만큼 한국산 반도체의 대체재가 없어 관세로 인한 피해는 크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예고한 대로 품목별 25% 이상의 관세에 상호관세도 더해지면 어떤 형태로든 영향을 받을 수 있습니다. 또 반도체는 조립·가공 등의 이유로 대만 등 다른 국가를 거쳐 미국에 수출되는 경우가 많아 관세 부과 기준과 범위에 따라 직간접적인 영향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관세 대응 방안으로는 미국 현지 생산 확대가 꼽힙니다. 그러나 신규 공장 설립에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들고 절차가 까다로워 업계에서는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이미 각각 미국에 대규모 반도체 생산 공장을 짓고 있거나 지을 예정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타깃이 된 캐나다와 멕시코에 생산 기지를 운영하는 배터리 업계와 가전 업계도 대책 마련에 고심 중입니다.

북미 최대 핵심 광물 생산지인 캐나다에는 LG에너지솔루션, 포스코퓨처엠, 에코프로비엠 등 전기차 배터리 기업이 활발하게 진출해 왔습니다. 관련 기업들은 미국의 관세 정책 기조에 촉각을 곤두세우면서 경영 불확실성을 최소화할 방안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관세 부과로 캐나다산 리튬, 니켈 등 소재 가격이 오르면 배터리 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제품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저렴한 인건비가 강점인 멕시코에서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가전과 TV 등의 공장을 운영 중입니다. LG전자는 현재 미국 테네시 공장에서 세탁기와 건조기를 생산하는데, 멕시코 관세가 현실화하면 주요 가전 생산지를 미국 현지로 옮겨 즉각 대응한다는 방침입니다. 삼성전자의 황태환 DA사업부 전략마케팅팀장도 지난 28일 비스포크 출시 행사에서 "다양한 공급망을 준비하고 있고,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어 미국 관세 정책에 적기에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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