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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멍 난 금감원 내부통제 '시끌'

SBS Biz 이한승
입력2025.03.20 16:46
수정2025.03.20 17:25

[앵커] 

우리금융지주가 전 회장 일가의 부당 대출 등 내부통제 문제로 금융감독원의 경영실태평가에서 3등급으로 강등됐습니다. 

그러나 비공개가 원칙인 평가 결과가 언론을 통해 유출되면서, 금감원의 내부통제 역시 논란의 중심에 섰습니다. 

특히 이번 정보 유출이 우리금융의 보험사 인수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기업의 리스크 관리를 강조해 온 금감원이 기업의 리스크가 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까지 나오는데요. 

자세한 내용, 금융권 취재하는 이한승, 오수영 기자와 짚어보겠습니다. 

[앵커] 

금감원의 내부통제 논란이라는 게 무슨 말인가요? 

[이한승 기자] 

지난 17일 금융감독원이 낸 보도 설명자료를 봐주시죠. 

우리금융지주에 대한 경영실태평가등급은 아직 우리금융 지주에 통보되지 않았지만 곧 통보할 거라는 내용입니다. 

우리금융 경영실태평가 결과 기존 2등급에서 3등급으로 강등됐다는 일부 언론 보도에 대한 해명인데요. 

해명보다는 사실상 '인정'이었습니다. 

이틀 뒤엔 '참고자료'를 내면서 우리금융 경영실태평가가 강등된 이유가 내부통제와 리스크 관리가 미흡했기 때문이라고 상세히 설명했습니다. 

이렇게 참고자료까지 낸 이유는 '기자들의 문의가 많아서'였습니다 

[앵커] 

금감원이 경영평가를 서둘러 낸 건 우리금융의 보험사 인수를 위한 금융위의 인허가에 필요한 자료이기 때문인데 금융위 결론 전에 경영평가를 공개하는 게 자주 있는 일인가요? 

[이한승 기자] 

아주 이례적이고 검사업무 절차에 맞지 않습니다. 

경영실태평가가 내려지면 금감원이 평가 결과를 해당 금융사와 금융위에 보내는데요. 

이번에는 보내기도 전에 평가 결과가 언론을 통해 알려졌습니다. 

금감원 검사제재규정에는 제재가 확정되기 전에 직무상 알게 된 정보를 누설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이 있어 규정 위반 가능성이 있습니다. 

[앵커] 

결과가 알려지는 게 뭐가 문제인 거죠? 

[이한승 기자] 

금융위가 금융사의 인허가 여부나 제재 수위를 판단하는 과정에서 외부적인 영향이 작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서지용 /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 : (금감원이) 그것을 발설하지 말았어야 하는 건데, 관리 감독에 소홀했다는 점에서 피해 갈 수 없을 것 같고, (우리금융이) 보험사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실제 결정도 안 된 상황에 피해봤다고 할 수도 있긴 한데….] 

정부 고위 관계자도 "평가 등급을 공개하지 않는 것으로 아는데, 이번에는 금감원에서 일방적으로 공개했다"면서 당혹감을 나타냈습니다. 

또 다른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인허가 심사 단계에서 나온 평가등급을 이례적으로 공개하는 게 적절한 방식인지 공론화할 필요가 있다"고도 지적했습니다. 

단순한 절차적 문제가 아니라 감독기관이 기업의 불확실성을 키우고, 스스로 신뢰를 무너뜨리고 있다는 비판에 대해 수장인 이복현 금감원장은 이렇게 해명했습니다. 

[이복현 / 금융감독원장 (19일 기자간담회) : 그런 보도가 없었으면 훨씬 더 조용하고 저희가 기준을 만들고 차분하게 업무 처리를 할 수 있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은 있고요. 저희 내부통제 실패의 문제인지, 다양한 소통 과정에서의 관리의 부재의 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것들을 다시 한번 잘 챙겨보겠다고 이 자리를 빌려 약속드리겠습니다.] 

경영실태평가는 통상 1년가량 소요되지만, 이번에는 이례적으로 석 달 만에 결론이 나왔습니다. 

이미 결과를 정해놓고 평가한 것이 아니냐는 논란이 나오는 가운데, 절차적 하자가 확인될 경우 감사원 감사를 받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앵커] 

금감원이 우리금융 경영평가 등급을 내린 결정적 이유는 전 회장 부당대출 사건 아니겠습니까? 

오수영 기자, 비리가 수년간 지속됐다는 점에서 금감원이 제대로 감독한 게 맞냐는 책임론 나오는데요? 

그간에 검사 안 나갔나요? 

[오수영 기자] 

금융감독원이 지난해 현장 검사 직후 우리금융 전 회장에게 의심스러운 대출이 나갔다고 밝힌 기간은 2020년 4월 3일부터 지난해 1월 16일입니다. 

이 기간 동안 금감원은 석 달이 넘는 종합검사와 수시 현장검사를 각각 진행했습니다. 

2번의 기회가 있었지만 놓친 것입니다. 

특히 우리금융에 대한 금감원의 종합검사가 진행된 2021년 12월부터 2022년 2월은 문제가 된 부당대출이 본격적으로 실행된 시점이었습니다. 

검찰이 핵심 대출 건으로 지목한 전 회장 처남 관련 A법인의 대출이 2021년 11월 30억 원, 다음 달 4억 실행됐고 이듬해 봄에는 위조된 서류로 처남 회사에 19억 원의 부동산 담보대출이 나갔습니다. 

더군다나, 금감원이 우리금융 전 회장 일가의 부당의심대출이 시작됐다고 밝힌 2020년 4월은, 마침 DLF(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 불완전판매 사태로 금감원이 우리은행을 집중 검사하고 제재를 내리고 있던 시기였습니다. 

금감원이 우리은행을 면밀히 들여다보고 있던 그 시점에도, 거액의 부당대출은 버젓이 실행되고 있었던 셈입니다. 

[앵커] 

이에 대해 금감원은 뭐라고 하나요? 

[오수영 기자] 

당시 금감원은 개별 여신까지 직접 점검하진 않는 시기였다고 해명했습니다. 

금감원은 2014년 업무 관행 개혁을 통해, 50억 미만 개별 여신은 금융사가 자체적으로 관리하도록 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후 우리은행과 기업은행 등에서 전·현직 은행원들이 외부인과 공모해 '사고성 여신'을 받는 금융사고가 잇따르자, 금감원은 지난해부터 정기검사에서 개별 여신까지 직접 들여다보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앵커] 

알겠습니다. 

그런데 우리금융 전 회장 처남이 우리금융 인사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하고 다닌다는 이야기가 공공연하게 돈 건 훨씬 이전이었는데 금감원은 이걸 몰랐을까요? 

[오수영 기자] 

검찰의 지난 1월 자료에 따르면 손태승 회장에게 처남의 부당한 영향력 행사가 최초 보고된 시점은 2018년이었고, 당시 금감원에도 관련 제보와 민원이 수차례 접수됐던 것으로 전해집니다. 

지난해 8월 금감원의 첫 조사 결과 잠정 발표 직후 금감원 고위관계자는 SBS Biz 질의에 "처음 들어온 민원은 열흘 만에 취하된 바람에 조사 안 했다"면서 "두 번째와 세 번째 민원은 우리 관련이 아닌 세금 관련 사항이라 관계기관에 이첩하고 끝냈었다"라고 밝혔습니다. 

[앵커] 

알겠습니다. 

우리금융 이야기로 다시 돌아와서 이한승 기자, 앞으로 어떻게 되는 겁니까? 

이번 경영평가 결과가 우리금융의 보험사 인수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나요? 

[이한승 기자] 

우리금융에는 악재죠. 

우리금융은 지난 1월 금융위에 동양생명과 ABL생명에 대한 자회사 편입 신청서를 제출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받은 경영실태평가로 금융당국의 인허가가 불발될 수도 있습니다. 

금융지주회사 감독규정에 따르면 금융지주가 경영실태평가에서 2등급 이상을 받아야 다른 금융사를 자회사로 편입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3등급이 나온 겁니다. 

[앵커] 

우리금융의 보험사 인수는 물 건너갔다고 봐야 합니까? 

[이한승 기자]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금융지주회사 감독규정에는 등급에 미달해도 금융위가 인정하면 경영상태를 건전한 것으로 본다는 내용이 있고요. 

금융지주회사법에는 금융위가 건전성 개선 등 조건을 부여한 후 자회사 편입 승인을 내줄 수 있다는 내용도 담겨 있습니다. 

금융위가 어떻게 판단하느냐에 따라 우리금융의 보험사 인수여부가 갈릴 수 있다는 거죠. 

[앵커] 

금융위의 판단이 중요하다는 얘긴데, 과거에는 비슷한 사례가 없습니까? 

[이한승 기자] 

아니요, 있습니다. 

지난 2004년, 당시에도 우리금융은 경영실태평가 3등급을 받았습니다. 

그런데도 금융당국이 조건부로 LG투자증권 자회사 편입을 승인해 줬는데요. 

카드 사태로 부실화된 LG카드 자회사인 LG투자증권을 정상화하기 위한 목적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또 2014년엔 개인정보 유출 등 사고를 냈던 KB금융지주가 LIG손해보험을 인수하기도 했습니다. 

과거 금융당국이 대형 금융사의 인수·합병을 승인한 선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금융위가 내부통제 개선을 조건부로 해서 승인해 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는데요. 

결과는 이르면 5월쯤 나올 것으로 전망됩니다. 

[앵커] 

금융사를 사전에 감독해야 할 금감원이 뒷북 제재에 집중하며 시장을 흔든다는 비판이 거셉니다. 

'사후 저승사자'가 아니라 위험을 미리 다스리는 '방패'로서 금융 안정에 책임지는 본연의 역할을 다시 세워야 할 때입니다. 

이한승, 오수영 기자,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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