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본부장 "공공기관, 美 수입 가능 목록 작성해 관세협상 활용할 것"
SBS Biz 류정현
입력2025.03.19 16:45
수정2025.03.19 16:47
[정인교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 (한국중견기업연합회 제공=연합뉴스)]
정인교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19일 전방위적인 관세 압박을 가하고 있는 트럼프 2기와의 대미 통상협상과 관련, "정부가 개입해 공공기관이 미국으로부터 수입할 수 있는 것은 계속 리스트업 하고 있다"며 "언젠가는 이 (리스트) 숫자를 갖고 미국과 협상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정 본부장은 이날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한국중견기업연합회 초청으로 '글로벌 관세 전쟁 속 중견기업 생존 전략'을 주제로 한 강연회에서 이같이 밝혔습니다.
이날 강연은 다음 달 2일 트럼프 2기가 전 세계를 상대로 상호관세 부과를 예고한 상황에서 통상 당국의 대미 통상 대응과 협상 전략에 대해 중견기업계에 설명하는 자리였습니다.
정 본부장은 미국의 보호무역주의가 향후 지속될 것으로 내다보면서 급변하는 통상 질서 속에 한국의 국익을 최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지금은 세계 통상 질서와 판이 바뀌는 시기로, '미국이 대충 하다가 넘어가겠지'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라며 "한국으로선 판을 바꿀 순 없으니 이 판을 제대로 읽고 국익을 최대화할 전략을 모색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미국이 우리에게 미국의 무역 적자를 어떻게 줄이느냐고 직간접적인 질문을 던진다"며 "무역수지를 줄이는 건 어려운 과제임이 틀림없는데, 그렇다고 정부가 민간 기업에 '수출은 좀 적게 하고 수입을 늘리라'고 얘기할 수도 없고 효과를 기대하기도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정부로선 정부 조달 등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대미 수입을 늘리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는 뜻입니다.
정 본부장은 이와 함께 21개 국가는 4월 2일부로 미국의 상호관세 조치를 피할 수 없을 것이란 전망을 내놨습니다.
앞서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지난달 20일 공고한 '불공정 무역 관행 및 상호적이지 않은 무역 협정으로 인한 피해 조사를 위한 의견 요청' 문서에서 무역 규모가 큰 G20(주요 20개국) 국가 등에 대해 살펴보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다만 다음 달 2일 예고된 상호관세 부과가 '최종 관세'는 아니며, 상호관세 부과 이후 미국 측과의 협상 내용에 따라 관세율 등이 조정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4월 2일 상호관세 부과는 대미 협상의 시작에 불과하다는 것입니다.
그는 "미국은 4월 2일 국가별로 상호관세를 때린 뒤 개별국가와 협상하게 될 것으로 보이며, 따라서 4월 2일 관세가 최종 관세가 아니다. 조정될 여지가 있다"며 "우리가 어떤 패키지를 준비하느냐에 따라 관세율이 달라질 수 있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과거에는 5∼10% 관세여도 놀라운 수준이었지만, 트럼프 2기는 25% 관세를 수시로 언급해서 우려스럽다"며 "트럼프 행정부 대외 정책의 핵심 중 핵심이기 때문에, (관세율이) 낮게 책정되기에 여러 가지 어려운 문제가 걸려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정 본부장은 미국이 관세 부과 기준으로 밝힌 ▲ 미국 상품에 대한 평균 관세율 ▲ 비관세 조치 ▲ 환율 ▲ 부가가치세 등 국내 세제 ▲ 불공정 무역 관행 등을 거론하면서 "한국 정부가 설명할 수 있는 것은 다 했고, 다음 주에도 (미측에) 설명할 기회를 만들려고 한다"고 말했습니다.
한미 양국이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이미 대부분 품목에 무관세를 적용하고 있는 현실도 미국 측이 잘 인지하고 있다고 정 본부장은 전했습니다.
그는 "방미 시 제가 얘기하기 전에 미국 측에서 양국의 무관세 얘기를 했다"며 "온라인 플랫폼 등 미국 측이 관심을 가질 만한 비관세 장벽에 대해 관계부처들과 협의하면서 본격적인 협상에 대비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미국에 보복조치 등으로 맞대응하고 있는 유럽연합(EU) 등과의 '공동 대응' 가능성에 대해선 선을 그었습니다.
그는 "최근 벨기에 브뤼셀에서 EU 통상장관과 회담했을 때 사담을 나누는 자리에서 '한국도 EU의 보복에 동참했으면 좋겠다'는 직접 요청을 받았지만, '현재로선 한국이 고려할 수 있는 카드가 아니다'라고 답했다"며 "일본과는 대미 접촉 관련 정보 공유를 원활하게 하고 있고, 함께 협력해 대응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우리로서는 최대한 미국과 부드럽게 가려는 전력을 구사하고 있다"라고도 덧붙였습니다.
한편, 정 본부장은 이 같은 통상환경 변화 속 중견기업이 겪는 어려움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상반기 내 중견기업 지원 방안을 수립하겠다고 밝혔습니다.
5년 단위 법정 계획인 '제3차 중견기업 성장 촉진 기본 계획'으로, 여기에는 공급망, 인공지능(AI), 환경·사회·지배구조(ESG) 등에 관한 대응 방안이 포함됩니다.
최진식 중견련 회장은 정 본부장의 강연에 앞선 환영사에서 "무역·통상 애로 해소를 위한 현장의 구체적인 의견이 통상 정책에 충실히 반영될 수 있도록 정부와 지속적으로 소통해 나아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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