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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은 6.8%인데…퇴직연금 2% 쥐꼬리 수익률, 대안은?

SBS Biz 김성훈
입력2025.03.18 09:24
수정2025.03.18 09:24

국민연금과 비교해 퇴직연금의 수익률이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오늘(18일) 정부 당국에 따르면 2005년 12월 도입돼 시행 20년을 맞은 퇴직연금의 10년간 연 환산 수익률은 2023년 말 기준으로 고작 2.07%에 불과합니다.
 
5년으로 기간을 줄여도 연 환산 수익률은 2.35%에 그칩니다. 

2023년 물가 상승률인 3.6%에도 미치지 못해 물가상승률을 고려한 실질수익률은 마이너스입니다.

퇴직연금 수익률을 연도별로 살펴보면 2019년 2.25%, 2020년 2.58%, 2021년 2%, 2022년 0.02%, 2023년 5.26%였습니다. 

제도 시행 이후 5%대 수익률은 2010년과 2023년뿐입니다.

이렇게 물가상승률조차 좇아가지 못할 정도로 수익률은 극히 저조하지만 수익률과는 무관하게 금융사가 가입자한테서 떼가는 수수료는 매년 급증하고 있습니다.

수수료 규모는 2018년 8천860억4천800만원, 2019년 9천995억7천800만원, 2020년 1조772억6천400만원, 2021년 1조2천327억원, 2022년 1조3천231억6천100만원, 2023년 1조4천211억8천600만원, 지난해 1조6천840억5천500만원으로 늘었습니다.

이처럼 형편없는 수익률을 보이는 우리나라 퇴직연금과는 달리 퇴직연금이 발달한 서구 대부분 국가의 퇴직연금은 상당히 안정적인 수익률을 실현해 노후 소득의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호주의 경우 5년과 10년 평균 수익률이 각각 5.2%, 7.2%를 기록하는 등 우수한 투자실적을 거두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한국과 서구 국가가 각각 채택한 퇴직연금 운용 거버넌스의 차이에서 원인을 찾습니다.

퇴직연금을 운용하는 방식은 크게 '기금형'과 '계약형' 두 가지로 나뉩니다.

기금형은 투자전문가 집단으로 구성된 별도의 중개 조직이 투자정보가 부족한 가입자(회사 또는 근로자 본인)를 대신해 적립금을 관리하고 집합적으로 투자합니다.

다시 말해 전문성과 규모의 경제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달성할 수 있습니다.

반면, 계약형은 투자 실력이 떨어지는 가입자가 민간 금융기관인 퇴직연금 사업자와 직접 계약을 맺고 각자 스스로 알아서 투자 상품을 선택해서 적립금을 굴려야 합니다.

위험성과 변동성이 높은 실적 배당형 상품에 투자했다가 자칫 원금마저 까먹지 않을까 걱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렇다 보니 대부분 원리금 보장형 상품에 장기간 방치해놓기 일쑤고 수익률도 낮은 겁니다.

우리나라 퇴직연금 적립금의 약 89%가 원리금 보장형 상품에 쏠려있습니다.

이처럼 우리나라 퇴직연금은 대부분 계약형입니다. 

기금형으로 근로복지공단이 2022년 9월부터 운영하는 '푸른씨앗'(중소기업퇴직연금기금)이란 공적 퇴직연금 기금이 있긴 하지만 규모가 작습니다.

푸른씨앗은 퇴직연금 가입률이 낮은 30인 이하 중소기업 근로자의 노후 준비를 위해 사용자와 근로자가 납입한 부담금으로 공동의 기금을 조성·운영해 근로자에게 퇴직 급여를 지급하는 구조입니다.

기금형 퇴직연금은 계약형보다 장점이 많습니다.

기금형은 공공이나 민간의 대형 중개조직이 가입자의 적립금을 모아서 기금을 만들고, 이를 가입자의 이익을 위해 운용합니다. 

그런 만큼 정보 비대칭에 따른 가입자의 투자정보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규모의 경제 이익을 실현해 투자 수익률을 높일 수 있습니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기금형 연금인 국민연금의 수익률은 상대적으로 낫습니다.

국민연금 기금의 2024년 운용 수익률은 15%로 1988년 기금설치 이후 역대 최고를 기록했습니다. 

지난해 한 해 160조원의 수익금을 올려 국민연금 기금 적립금은 지난해 말 기준 1천213조원으로 늘어났습니다.
 
국민연금 기금의 누적 수익률은 연평균 6.82%로 올랐고, 누적 운용수익금은 737조원에 달했습니다.

국내 퇴직연금 유형 중에서 유일하게 기금형 제도에 해당하는 푸른씨앗의 성과도 좋습니다.

지난해 푸른씨앗의 누적수익률은 14.67%, 연간수익률은 6.52%를 달성했습니다.
 
일반 퇴직연금 수익률과 비교해 현저히 높습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우리나라도 기금형 퇴직연금을 하루빨리 도입해야 한다고 주문합니다.

상명대 글로벌금융경제학부 김재현 교수는 "우리나라 퇴직연금 수익률이 낮은 가장 큰 원인은 계약형 지배구조만 허용되기 때문"이라며 "수익률을 제고하려면 국민연금과 같이 수탁자가 책임을 지고 합리적 투자원칙 아래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는 기금형을 시급히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자본시장연구원의 남재우 연구위원도 '사적연금 구조개혁과 퇴직연금 지배구조 개편' 보고서에서 "제도 도입 20년을 맞는 퇴직연금의 당면한 현안 과제는 수익률 제고"라며 "현행 계약형 지배구조는 비효율적인 만큼, 효율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기금형 지배구조를 도입해 퇴직연금의 저조한 수익률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퇴직연금이 발달한 대부분 서구 국가는 기금형만 있거나 기금형과 계약형을 둘 다 가지고 있고, 둘 다 있는 경우에도 기금형이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퇴직연금 제도를 운용하는 전 세계 주요 국가치고 전체 근로자를 대상으로 하는 기금형 퇴직연금이 없는 국가는 우리나라가 유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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