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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여담] KT 김영섭 대표 연임 사전포석?…사외이사 이례적 전원 재선임

SBS Biz 조슬기
입력2025.03.17 12:33
수정2025.03.17 16:07


KT가 이달 말 예정된 정기 주주총회에서 사외이사 8명 중 임기가 조만간 만료되는 4명을 모두 재선임하기로 결정한 것을 두고 뒷말이 무성합니다.

통신사를 넘어 인공지능(AI) 회사로 체질 전환에 박차를 가하며 관련 신사업 추진을 위해 이사진을 대폭 강화하는 경쟁사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의 행보와 달리 빠르게 변모하는 경영 환경에 적극 대처하지 않고 있단 지적이 나오고 있어서입니다.

보통 임기 종료를 앞둔 기업의 사외이사진을 교체하지 않고 전원 재선임하는 경우가 흔치 않은 것도 KT의 행보는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경영진의 독단적 의사결정에 대한 견제와 감시 기능을 강조하고 장기 재직으로 형성되는 유착관계를 막기 위해 사외이사 연임을 제한하는 움직임을 감안하면 KT 사외이사진의 연임은 이례적이란 평이 나옵니다. 

물갈이 없다…사외이사 4인 전원 재선임 
17일 통신업계와 KT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안에 임기가 마무리되는 KT 사외이사는 김용헌 법무법인 대륙아주 변호사, 곽우영 전 현대자동차 차량 IT개발센터장, 이승훈 한국투자공사 운영위원, 김성철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 등 4명입니다. 

오는 31일 열리는 KT 정기 주총에서 사외이사 재선임 안건이 의결되면 이들은 사외이사로서 3년의 임기를 더 보장받게 됩니다. 

현행 상법상 사외이사 임기가 6년이란 점에서 재선임이 의결돼도 상법 규정을 벗어나는 것은 아니지만, 이들의 이력을 보면 최근 통신사들이 공들이고 있는 AI 분야와는 다소 거리가 있습니다.

그나마 정보통신기술(ICT) 전문가로 평가받는 곽 전 센터장을 제외하면 대체로 법률·재무 전문가, 미디어 출신 인사들로 구성됐습니다. 임기가 남은 나머지 4명 역시 법률 전문가와 관료 출신, 학계 인사들입니다. 

기업전문 연구기관 한국CXO연구소 오일선 소장은 "미국 기업은 경영진 견제라는 제도 취지에 충실해 사외이사 대부분이 기업에서 일한 경험을 갖추고 있을 정도로 비재계 인사를 찾기 쉽지 않다"며 "기업 경영에 관한 지식이 있어야 경영진을 견제하고 감시할 수 있다는 공감대가 널리 자리 잡았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러한 지적은 경쟁사인 SKT와 LG유플러스가 이번 정기 주총에서 강동수 SK그룹 포트폴리오매니지먼트(PM) 부문장, 권봉석 LG 부회장을 각각 신규 기타 비상무이사 후보에 올리며 AI 사업 전략을 강화하는 움직임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KT도 AI 사업 가속화를 위해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 팔란티어 등과 협력을 강화하는 등 힘을 쏟고 있지만 기업 지배구조의 핵심인 이사회 구성원으로서 의사결정에 참여하고 조언과 자문을 해줄 수 있는 AI 전문가가 없다는 점은 아쉬운 대목으로 꼽힙니다. 

김 대표 연임 목적 우군 확보?…거수기 반복  
물론 기존 사외이사가 재선임되면 경영의 연속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안정적인 거버넌스를 구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들이 현 김영섭 대표이사가 이끄는 KT 이사진 멤버로 활동해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물갈이' 없는(?) 전원 재선임은 하반기 대표이사 후보 선정 절차를 앞둔 김 대표 연임 준비 작업의 일환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KT 이사회 정관에 따르면 김 대표 연임 여부는 올해 하반기 이사회의 후보 선정 절차에 좌우됩니다.

차기 대표 후보 육성·관리 계획과 승계 후보 임면에 관한 사항을 8명의 사외이사로만 구성된 이사후보추천위원회에 보고해야 하는데, 이는 차기 대표 선임 과정에서 이사회가 사실상 주도권을 갖고 있단 뜻입니다.

다시 말해 이번에 새로 선임되는 4명의 사외이사는 내년 김 대표의 연임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만큼 이번 사외이사 재선임을 통해 연임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했단 시각에서 김 대표는 자유롭지 않은 상황입니다. 

이 때문에 사외이사에게 필요한 경영진에 대한 감시와 견제 기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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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모두 15차례 열린 이사회에서 논의된 66개의 주요 경영 안건 중 보고 안건 11개를 제외한 55개 안건 중 50개가 만장일치로 가결됐고 나머지 5개 안건도 결국 시차를 두고 의결돼 거수기 역할에 그쳤던 것으로 파악됐기 때문입니다. 

김 대표는 현재 연임 의사를 공식화적으로 밝히지 않은 상태입니다. 

그러나 지난해 말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과 올해 계열사 및 부동산 매각 추진 등으로 실적 개선을 꾀하는 동시에 글로벌 빅테크들과 AI 비즈니스 강화를 위해 잇따라 파트너십을 체결하는 등 왕성한 경영 행보에 비춰보면 연임에 도전할 것이라는 게 현재 통신업계 안팎의 대체적인 분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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