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산 소고기, 한우 위협하나...농산물 美에 협박당할 판
SBS Biz 김성훈
입력2025.03.15 14:20
수정2025.03.15 18:56
미국 정부가 그동안 문제삼아온 한국의 검역 제도가 통상 쟁점의 하나로 부상해 실제 한미 간 협상으로까지 이어질지 예의주시하는 분위기입니다.
오늘(15일) 정부에 따르면 정인교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앞서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 등과 만나 무역 정책을 논의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미국 측은 미국산 농축산물에 대한 한국의 위생·검역(SPS)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미국에서 개선을 요구하는 주요 사례로는 한국의 미국산 소고기 월령 제한 검역 규정이 꼽힙니다.
광우병 발생 우려에 따라 지난 2008년부터 한국은 미국산 소고기의 경우 30개월령 미만인 것만 수입하고 있습니다.
30개월령 미만인 소는 광우병 발생 위험이 적다고 보고, 일종의 '안전장치'로 수입에 월령 제한을 둔 겁니다.
그러나 미국 축산업계는 중국과 일본, 대만 등 다른 국가는 이 같은 월령 제한을 해제했다면서 한국도 규정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미국 전국소고기협회(NCBA)는 이달에도 미국무역대표부에 월령 제한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고 요청했습니다.
미국 무역대표부 역시 지난 수년간 '국가별 무역장벽보고서'를 통해 이 문제를 지적해 왔습니다.
그러나 국내 축산농가들은 미국산 소고기의 월령 제한을 해제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입니다.
월령 제한이 폐지되면 국내 소비자들 사이에서 광우병에 대한 우려가 커져 소고기 시장 자체가 위축되고, 한우 소비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겁니다.
전국한우협회 성명을 통해 이를 언급하면서 "국회와 정부는 농민의 생존권과 국민의 건강권을 생각해서 결코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고 요구했습니다.
정부는 현재 미국과 관련 논의를 진행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미국산 소고기 수입의 월령 제한과 관련해 트럼프 행정부의 공식적인 요청은 없었고, 미국 측 입장도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습니다.
농업계 일각에선 미국이 소고기와 함께 과일류 검역 문제를 제기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농식품부는 농산물 검역은 '전문가들의 영역'이라며 "과학적 증거에 기반해 수입 위험 분석 절차를 진행한다"며 신중한 입장입니다.
농산물 수입 시 외래 병해충 유입 위험이 있기 때문에, 위험성을 평가하고 이를 관리할 방안을 마련하는 절차가 필수라는 겁니다.
이 밖에 GMO(유전자 변형 생물) 농산물 수입과 관련한 규제 완화를 요구할 가능성도 점쳐집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앞선 보고서에서 수입 농산물에 대한 안전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며 "안전성 평가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채 수입 GMO 농산물의 비율이 증가할 우려가 있다"며 "주의와 관심이 요구된다"고 지적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는 유전자 변형 작물의 경우 사료용과 식용으로 콩과 옥수수 등을 수입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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