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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막전막후] 결국 대법원行…끝나지 않은 이재용 '사법리스크'

SBS Biz 김한나
입력2025.02.13 16:43
수정2025.02.13 17:15

[앵커] 

풀리는 듯했던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사법 리스크 족쇄가 좀처럼 풀리지 않고 있습니다. 



부당합병·회계부정 의혹 관련 법원 1, 2심 재판에서 모두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검찰은 대법원 상고를 결정했습니다. 

산업부 김한나 기자와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일단 이재용 회장 재판 관련 상황부터 다시 정리해 볼까요? 

[기자] 



지난 3일 서울고등법원은 이 회장에게 제기된 23개 혐의에 대해서 모두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2심에서 큰 쟁점이었던 부분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부정회계 여부였는데요. 

검찰은 두 회사 합병 과정에서 제일모직의 기업가치를 올리기 위해 바이오젠이 가진 콜옵션을 의도적으로 공시하지 않았고, 2015년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대한 지배력 상실 회계처리를 통해 에피스 가치를 부풀렸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재판부는 "바이오젠의 콜옵션이 계약 초기부터 실질적 권리라고 볼 수 없다"라며 "바이오젠의 에피스에 대한 지배력을 인정하기 어렵다"라고 판단했습니다. 

이 회장에게 유리한 경영권 승계 작업을 위해 에피스의 가치를 4조 5천억 원으로 부풀렸다는 검찰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은 겁니다. 

재판부는 "문서를 조작하는 등 부적절한 행위가 개입됐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인정했는데요. 

다만 "처리 결과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에피스에 대한 지배력 상실이라는 경제적 실질에 부합한다"며 문제가 없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기업 가치가 올라가면 바이오젠이 콜옵션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회계기준을 변경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경제적 실질이 늘어났고 재평가한 자산 가치가 높아졌는데 이는 합당한 절차였다는 겁니다. 

[홍기용 /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 : 콜옵션은 부채보다 자산이 늘 많게 되기 때문에 콜옵션 보유자가 행사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콜옵션에 대해서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주석 공시는 했으면 좋지 않았느냐' 얘기를 하지만 회계 기준에 의하면 가치가 없는데 공시를 할 필요가 없거든요.] 

이에 검찰은 2심 판결에 대해 불복하며 대법원에 상고했습니다. 

[앵커] 

김한나 기자, 대법원에서 앞선 판결 흐름이 뒤집힐 수도 있나요? 

[기자] 

대법원 상고심은 법리적 문제를 따지는 법률심입니다. 

사건의 사실관계를 다시 심리하는 것이 아니라 법리적용이 제대로 적용됐는지 여부를 중심으로 검토하는 겁니다. 

이에 법조계에서는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23개 혐의에 대해 모두 무죄를 선고받은 이 회장이 3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아 들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다만 검찰이 3심에서 증거 능력이 인정되는 자료를 확보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황동혁 / 법무법인 린 변호사 : 1심에서부터 되게 많은 증거가 위법 수집 증거로 판단이 됐어요. 위법 수집 증거가 맞냐, 틀리냐라는 거는 법리 오해의 영역이니까 (3심에서) 다툴 수 있는 것이고 뒤집어질 수 있죠.] 

대법원 판단이 나오는 데까지 3, 4년 이상 소요될 수 있는 만큼 이 회장의 사법리스크는 길어질 전망입니다. 

[앵커] 

이런 가운데 이 회장을 기소했던 전직 검사,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최근 사과를 해 눈길을 끌었어요? 

[기자] 

2심에서도 무죄 판결이 나오자 검찰의 무리한 수사가 아니었냐는 비판이 커졌는데요. 

이에 당시 수사 검사 가운데 처음으로 이 원장이 사과했습니다. 

들어보시죠. 

[이복현 / 금융감독원장 : 법원을 설득할 만큼 충분히, 단단히, 결과적으로 준비돼 있지 못했다는 점에서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 국민들께 사과드리겠습니다.] 

다만 이 원장은 법원의 판단은 존중하지만 법이 미흡했다는 취지의 답변을 내놓으면서 책임 회피성 발언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습니다. 

이복현 당시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경제범죄형사부장은 지난 2020년 9월 부당합병·회계부정 의혹으로 이 회장을 기소했는데요. 

같은 해 6월 대검찰청 수사심의위원회가 10 대 3의 의견으로 수사 중단과 불기소를 권고했지만 이 원장의 주도로 기소까지 이어졌습니다. 

[앵커] 

삼성 입장에선 10년 가까이 이어지는 사법 리스크가 버거울 것 같은데요? 

[기자] 

이 회장은 지난 2016년 국정농단 사건부터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합병·회계부정 재판까지 마주하면서 10년간 사법리스크에 발목 잡힌 상황인데요. 

사실상 삼성은 이재용이라는 리더를 잃게 되면서 중요한 의사결정 역시 뒷전으로 밀렸습니다. 

삼성은 지난 2017년 독일 전장·오디오 기업인 하만을 인수한 이후 대규모 인수합병(M&A)에 손을 뗐는데요. 

인공지능(AI) 위주로 시장이 급격하게 재편되는 흐름도 예측하지 못하면서 계속해서 뒤처졌습니다. 

삼성 경영진들이 소극적으로 기업을 운영하는 것이 관례화됐기 때문입니다. 

[서용구 /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 : 사법리스크가 중대했기 때문에 기업의 미래에 대한 의사결정을 할 만큼 여유가 없었던 거죠. M&A라든지 신사업에 대한 의사결정을 할 수 없었던 게 안타까운 거죠. (이것들을) 포기하면서 미래 가치에 타격을 입게 된 것(입니다).] 

[앵커] 

사법 리스크가 지속되는 동안 삼성은 주력인 반도체 사업의 경쟁력을 잃어버렸다는 평가가 많죠? 

[기자] 

메모리 반도체 선두주자였던 삼성전자는 고대역폭메모리(HBM)를 등에 업은 SK하이닉스에 추월당했습니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을 살펴보면 SK하이닉스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는데요. 

삼성전자는 연간 기준으로도 SK하이닉스 영업이익에 밀리면서 반도체 1위 기업의 자존심을 구겼습니다. 

삼성전자가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 든 이유는 엔비디아에 HBM 납품을 실패한 데 있습니다. 

결국 삼성전자는 5세대 HBM을 건너뛰고 HBM4에서 승부를 보겠다고 밝힌 가운데 올해 하반기를 목표로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에서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데요.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10% 아래로 주저앉으면서 대만 TSMC와의 격차는 50%포인트 넘게 벌어졌습니다. 

동시에 2개 분기 연속 반도체 공급사 매출 1위도 TSMC에 뺏겼습니다. 

[앵커] 

결과적으로 사법 리스크를 계속 안고 가야 하는 상황인데 이 회장의 등기이사 복귀는 쉽지 않을 거란 관측이 많죠? 

[기자] 

삼성은 이 회장이 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으면서 경영 전면 복귀를 추진했을 것으로 전망되는데요. 

이번 검찰의 상고 결정으로 이 회장이 다시 사법리스크에 묶이면서 등기이사 복귀는 불투명해졌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 회장은 지난 2019년 10월 사내이사 임기가 만료된 이후 지금까지 미등기임원 신분인데요. 

4대 그룹 중 등기이사에 이름을 올리지 않은 총수는 이 회장이 유일합니다. 

[김용진 /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 : 등기이사라고 하는 것은 회사의 최고 의사 결정 기구거든요. 이사회에 들어가서 공식적인 책임을 지고 해야 합니다. 책임이 없는 권한이라는 거는 안 되는 거거든요.] 

삼성전자가 핵심 현안에 빠르게 대응하고 중장기 사업 전략을 짜기 위해 컨트롤타워를 다시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됩니다. 

이찬희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위원장도 이 회장의 등기이사 복귀와 컨트롤타워 재건 필요성을 강조하는 가운데 이러한 방안들이 현실화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입니다. 

[앵커] 

김한나 기자,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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