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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값 치솟는데…한국은행은 금 쳐다도 안본다?

SBS Biz 정동진
입력2025.02.13 08:25
수정2025.02.13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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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은 금을 사들이는 데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국제 금 가격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지만, 안전성·유동성·수익성을 추구하는 외환보유액 운용 기조에 따라 금 매입을 서두르지 않는 분위기입니다.

오늘(13일) 한은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한은은 김중수 전 총재 시절이던 지난 2013년 20t의 금을 추가로 사들인 뒤 12년째 금 보유량을 총 104.4t으로 묶어왔습니다. 

현재 한은이 보유한 금은 매입 당시 가격으로 표시되는데, 지난달 말 기준 47억9천만달러 규모로 전체 외환보유액의 1.2%에 그쳤습니다.

한은의 기조는 다른 나라 중앙은행들이 적극적으로 금을 사들이는 흐름과도 거리가 있습니다.

세계금위원회는 "각국 중앙은행이 3년 연속으로 총 1천t이 넘는 금을 매입했다"며 "지난해 연간 투자액은 1천186t으로 4년 만에 최고였고, 특히 4분기에만 333t에 달했다"고 전하기도 했습니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한은의 금 보유량 순위는 2013년 말 세계 32위에서 지난해 말 38위로 여섯 계단 떨어졌습니다.

최근 금값 상승으로 인해 시중에서 골드바 품귀현상까지 벌어지는 상황이라, 한은의 전략을 의아해하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다만 한은 관계자들은 금 매입에 신중한 이유로 먼저 낮은 유동성을 언급합니다.

금은 주식이나 채권과 비교해 유동성이 매우 낮아 즉시 현금으로 바꾸기 어려우며, 상시 현금화가 필수인 외환보유액 성격상 매력이 떨어진다는 것이 한은의 판단입니다.

특히 요즘처럼 환율 방어를 위한 시장 개입이 자주 이뤄지고 외환보유액이 4천억달러 밑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높아진 상황에는 유동성이 더 큰 고려 요소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한편 높은 변동성도 취약점도 고려 대상입니다. 대표적 안전자산으로 불리는 금은 가격이 꾸준히 오르는 것 같지만, 단기적으로 급등락하는 경우도 빈번하다는 것입니다.

이런 인식에는 금값 폭락에 진통을 겪은 학습 효과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입니다. 앞서 한은은 지난 2011∼2013년 금을 총 90t 사들인 적이 있는데, 2000년대 초 온스당 200달러대였던 국제 금 가격이 2011년 1천900달러에 육박할 만큼 치솟자 금 매입 요구가 높아진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나 이후 금 가격은 2015년 온스당 1천달러대로 곤두박질쳤고, 이후 금 시세의 높은 변동성을 경계하는 기류가 강해진 것입니다.

현재 금값이 온스당 3천달러를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지만, 언제 하락세로 돌아서 외환보유액에 막대한 타격을 줄지 알 수 없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이 밖에 금은 이자나 배당이 없고 보관 비용까지 발생한다는 단점이 있다 보니 수익성 역시 금이 주식에 못 미칠 수 있습니다.

다만, 한은 관계자는 "시장 여건을 주시하면서 중장기적 관점에서 금 추가 매입을 고려하고 있다는 기존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고 전하는 등 금 추가 매입 여지를 아예 닫아놓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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