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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쟁의·통상임금' 노조 잇단 승소…기업들 벼랑 끝

SBS Biz 조슬기
입력2025.02.12 16:39
수정2025.02.12 16:48


최근 사법부가 각종 노사관계 관련 소송에서 잇따라 노조 측 손을 들어주는 판결을 내리면서 기업들이 느끼는 위기감이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지난해 말 11년 간 유지됐던 통상임금 판례를 뒤집은 데다, 노조의 쟁의행위로 사측에 피해가 발생하더라도 손해배상 책임이 없다는 판결이 나오면서 기업들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12일 법조계와 노동계에 따르면 부산고등법원은 지난 10일 현대자동차가 금속노조 현대차 비정규직지회 및 지회 노조원들에 대해 불법 쟁의행위로 비롯된 손해를 배상하라며 낸 소송의 파기환송심에서 현대차 측의 청구를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현대차 비정규직지회가 지난 2012년 8월 사내하청 비정규직 근로자의 직접 고용을 요구하며 울산공장 의장라인 등을 불법으로 멈춰 세웠으나, 해당 기간 초래된 매출 감소 및 고정비용 손실 등 회사 측 손해에 대해 배상 책임이 없다고 본 것입니다.

앞서 법원은 1심과 2심에서 현대차 측의 일부 승소를 판결했으나, 대법원은 지난 2023년 6월 손해배상액을 재산정하라며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한 바 있습니다.



재계에서는 부산고법의 이번 판결에 대해 불법 쟁의행위로 입은 기업의 피해 회복을 명시한 기존 법리와 배치되는 것으로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분투하는 기업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일각에서는 민사소송법의 기본 원칙인 '입증책임의 원칙'을 외면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파업 후 추가 생산으로 부족분이 만회되었는지 여부를 노조 측이 증명해야 함에도 노조 측이 재판 내내 자신들의 일방적 주장을 뒷받침할 객관적 자료를 전혀 제시하지 못했다는 이유에서입니다.

아울러 노조 측의 불법 쟁의행위로 생산하지 못한 부족 생산량을 만회하기 위한 추가 생산도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한 재계 관계자는 "불법 파업 종료 후 상당 기간 내 추가 생산을 통해 부족분이 만회되었는지 여부를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는 대법원의 파기환송 취지와도 배치되는 것으로 재판부가 민법의 기본 원칙을 도외시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라고전했습니다.

법원이 증거 및 사실을 인정하는 과정에서 지켜야 할 ‘채증법칙(採證法則)’에 충실하지 않았다는 불만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재판부는 불법 쟁의행위가 일어났던 2012년 8월에는 당초 계획 생산량보다 1만2천700대가 적게 생산됐지만, 연간 계획 생산량 기준으로 3천300대가 더 생산됐다며 파업 이후 추가 생산이 이뤄진 것으로 결론지었습니다.

이에 대해 현대차 측은 매년 초 세우는 ‘계획 생산량’은 미확정 단순 목표치에 불과하며, 시장 상황에 따라 매월 탄력적으로 운영되는 실제 ‘운영계획’ 상으로는 2012년 연간 목표 대비 1만6150대가 적게 생산됐다는 점을 적극 입증했습니다.

심지어 피고 측 증인도 실제 운영계획은 계획생산량 대비 수정된다는 취지로 증언했습니다.

하지만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고, 불법 쟁의행위로 인한 부족 생산량이 모두 만회됐다고 결론지었습니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이번 파기환송심 판결은 법리를 오해하고 채증법칙을 위반해가며 생산시설 점거와 같은 불법 쟁의행위에 사실상 면죄부를 줬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며 "향후 다양한 불법 변칙 쟁의행위를 조장할 우려가 크다"라고 말했습니다.

이번 부산고법 판결에 앞서 이뤄진 대법원 통상임금 판례 변경에 따른 후폭풍도 국내 기업들의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습니다. 

지난해 12월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통상임금을 정하는 기준에서 고정성을 폐기했습니다. 소정근로 제공에 대한 대가로 지급받는 정기성과 일률성이 있는 임금은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판결하면서 통상임금 범위를 확대했습니다.

일한 대가로 조건 없이 지급되는 '고정성'이 있어야 통상임금이라는 지난 2013년 판례를 11년 만에 뒤집은 것입니다.

대법원 판결 이후 노조의 과도한 요구로 경영계에는 후폭풍이 불어닥치고 있습니다.

일부 대기업 노조는 과거 소급분까지 받아내겠다는 입장을 천명했고 노조 지도부가 주도하는 소송전에 수만 명이 참여하는 사례도 등장했습니다.

대법원은 판결 당시 소급적용을 인정하지 않았지만, 일부 대기업 노조는 과거 소급분까지 받아내겠다는 입장을 천명하고 있고, 노조 지도부가 주도하는 소송전에 수만명이 참여하는 실제 사례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한 산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 기업들은 보호무역주의 강화와 경쟁심화 등으로 힘겨워하고 있고, 국내에서는 저성장 속 고금리·고물가·고환율 등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다"며 "사법부의 노사관계 관련 최근 판결들은 가뜩이나 어려운 처지에 놓인 기업들을 더욱 힘들게 만들 것으로 우려된다"라고 내다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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