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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기판 시장 치고 나가는 SK…뒤쫓는 삼성·LG

SBS Biz 조슬기
입력2025.02.12 13:26
수정2025.02.12 17:19

[ SKC 미국 자회사 앱솔릭스 유리기판 (사진=SKC 제공)]

인공지능(AI)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차세대 반도체 인쇄회로기판(PCB)으로 꼽히는 유리기판 개발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습니다. 



고성능 반도체일수록 칩과 부품을 받쳐주는 기판이 전기신호를 더욱 빠르게 전달해야 하는데, 유리기판은 이러한 성능을 뒷받침할 차세대 AI 반도체 소재로 사용되기 좋은 특징을 갖고 있기 때문인데요. 

무엇보다 유리기판은 열에 강하기 때문에 발열에 따른 휨 현상(warpage) 걱정 없이 더 많은 반도체 칩을 위로 쌓을 수 있다는 장점을 갖고 있습니다. 

기존 플라스틱기판은 표면이 거칠어 미세 회로를 새기기 어렵지만 유리기판은 표면이 매끄러워 기판 자체에 수많은 미세 회로를 새길 수도 있습니다. 

때문에 기판 표면에 설치해야 했던 적층세라믹콘덴서(MLCC)를 내부에 넣고 더 큰 중앙처리장치(CPU),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장착해 더 많은 메모리 투입도 가능합니다.



시장조사기관 마켓앤마켓에 따르면 전세계 유리기판 시장 규모는 2023년 71억 달러(10조4400억원)에서 오는 2028년 84억 달러(12조3500억원)로 18% 가량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인텔, 엔비디아, AMD 등에서 AI 가속기와 서버용 CPU 제품에 선제적으로 유리기판을 적용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적용 시기 역시 빠르면 내년부터라는 관측이 나오는 등 올해가 유리기판 산업 수요가 생기는 원년이 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미 SK그룹을 필두로 삼성과 LG 등 국내 주요 그룹들도 앞다퉈 유리기판 시장에 진출해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본격적인 기술 개발 경쟁에 뛰어든 상태입니다.

특히, 올해부터 이들 기업의 유리기판 사업 윤곽이 드러나면서 차세대 유리기판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경쟁은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SK, HBM 이어 유리기판 시장 경쟁 우위   
현재 유리기판 시장에서 가장 앞서 있는 기업은 지난달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IT·전자 전시회인 CES 2025를 통해 해당 제품을 선보였던 SKC입니다.

SKC 투자사 앱솔릭스는 이미 미국 조지아주에 유리기판 공장을 준공한 상태로 이르면 올해 말부터 양산에 돌입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CES 2025 행사 기간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를 만난 직후 SK 부스를 찾아 SKC 유리기판 모형을 들어 "방금 팔고 왔다"며 기술 경쟁력을 뽐낸 바 있습니다. 

업계에서도 앱솔릭스가 유리기판 제조사로서 기판 내 코어 레이어뿐만 아니라 기판은 물론 반도체 패키징에 활용되는 인터포저까지 유리로 대체하는 기술 로드맵을 제시할 정도로 유리기판 기술 경쟁에서 한 발 앞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또한 글라스 기판 내 MLCC(전력량 조절 소자) 등의 칩 이외의 부품을 내장하는 임베디드 구조의 디자인을 앞세워 전체 칩 높이 중 기판의 높이를 낮춤으로써 여유 공간에 웨이퍼를 더 쌓아 올릴 수 있는 기술력을 구현했는데요. 

해당 디자인은 과거 AMD 의 사내 스타트업이 었던 패키징 팹리스 업체 Chipletz 와 협업한 디자인으로 관련 특허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임소정 유진투자증권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담당 연구원은 "SKC는 현재 유리기판 관련 GPU 제조사부터 고성능 서버 운영이 필수적인 인터넷 플랫폼사, 그리고 통신 챕 팹리스 업체들을 잠재적 고객사로 확보한 상태"라며 "상반기 중 샘플 제작을 완료하고 고객사에 납품한 후 기존 패키징 기술 대비 뛰어난 성능이 증명될 경우 추가적인 고객사 확보를 통한 매출처 확대를 기대해 볼 수 있다"라고 내다봤습니다. 

삼성·LG도 유리기판 사업 속도 
삼성전자는 계열사 삼성전기를 중심으로, LG그룹도 LG이노텍을 통해 각각 유리기판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삼성전기는 이미 세종 사업장에 유리기판 파일럿(시범) 생산 라인을 구축하고 올해 시제품을 출시해 고객 샘플 프로모션에 나설 계획입니다.

이와 함께 유리기판 제조를 위한 국내외 소부장 회사들과의 협력도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장덕현 삼성전기 사장은 이와 관련해 CES 2025에서 "특정 고객을 언급할 수는 없지만 여러 고객과 협의하고 있다"며 "올해 2~3개 고객에게 시제품을 공급할 계획"이라고 설명한 바 있습니다. 

나아가 삼성전자는 계열사 삼성전기가 만든 유리기판을 통해 자사의 고대역폭메모리(HBM)까지 한꺼번에 패키징하는 서비스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이종욱 삼성증권 반도체 담당 연구원은 "HBM의 경우 메모리 용량과 속도를 올리는 게 더 효율적이지만 이게 어렵다면 한 패키지 안에 여러 개를 붙여서 높은 속도를 유지하게 해야 한다"며 "이처럼 많은 반도체를 어떻게 하나의 기판 안에 담느냐가 앞으로의 화두가 될 텐데, 이것이 유리기판의 존재 이유"라고 설명했습니다. 

LG이노텍도 지난해 3월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유리기판 사업 착수를 공식화했고, 구미사업장에서 시험 생산에 돌입할 것으로 관측됩니다. 

문혁수 LG이노텍 대표이사도 지난달 CES 2025 행사에서 올해 말부터 시제품 양산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는데요.  

그는 "2~3년 후에는 통신용 반도체에서 유리 기판이 쓰이기 시작하고, 5년 뒤에는 서버용에서도 주력으로 활용될 것이다. (유리기판 시장은) 무조건 가야 하는 방향"이라며 강한 의지를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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