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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일 'AI 삼각 동맹' 구축되나…이재용의 고민

SBS Biz 임선우
입력2025.02.07 10:48
수정2025.02.07 11:21

[앵커]

챗GPT 개발사 오픈 AI의 샘 올트먼 CEO가 이번 주 광폭 행보를 펼쳤습니다.



우리나라를 포함해 주요 아시아 국가들을 방문해 이른바 '큰손'들과 만남을 가졌는데요.

중국 AI모델 '딥시크'의 등장으로 위기감이 부각된 상황에서 동맹 네트워크를 구축하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됩니다.

임선우 캐스터와 자세히 짚어보겠습니다.

샘 올트먼 CEO, 이번 주 매우 바빴습니다.



[기자]

먼저 일본을 찾은 올트먼 CEO는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과 만나 일본판 스타게이트 투자계획을 발표했고요.

이어 우리나라를 찾아 카카오와 협업을 발표하고, 최태원 SK회장과도 만나 HBM을 포함한 반도체 분야와, AI 비서 서비스 협력 등에 대한 폭넓은 논의를 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가장 큰 관심은 삼성전자 이재용 회장과의 대화였는데요.

이 자리엔 깜짝 손님도 등장했습니다.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회장이 참석한 건데, 한미일 '3자 AI 회동'이 됐습니다.

올트먼 CEO는 이어 인도 뉴델리로 날아가 주요 투자자들과 만났고, 다음 주에는 파리에서 열리는 AI 서밋에 참석할 예정입니다.

[앵커]

지구를 한 바퀴 도는군요.

국내에선 이재용, 손정의 회장과의 만남에 시선이 집중됐는데, 어떤 분석이 나오나요?

[기자]

세 사람이 한자리에 모인 건 이번이 처음인데요.

업계에선 한미일 AI 동맹 구축이라는 의미를 부여하고 있습니다.

AI 분야에서 확실한 역할 분담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인데요.

오픈 AI는 챗GPT를 필두로 AI 시대를 연 주인공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고요.

소프트뱅크는 200조 원에 달하는 비전펀드를 운영하며 첨단 기술에 투자하는 글로벌 테크 업계 큰손입니다.

삼성전자는 최근 반도체 사업에서 고전하고 있지만, 여전히 세계 최대 메모리 생산 업체이자, AI 칩을 만들 수 있는 파운드리도 갖추고 있고, AI 모델을 실생활에 녹여낼 수 있는 스마트폰과 가전까지 만들어내죠.

최근 중국의 딥시크 쇼크 이후 AI 산업이 요동치는 가운데, 서로의 협력이 절실한 상황입니다.

[앵커]

회동에선 어떤 얘기들이 오갔습니까?

[기자]

3자 회담의 주요 주제는 '스타게이트'였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오픈 AI와 소프트뱅크, 오라클의 주도로 대규모 미국 내 데이터 센터와 발전소 등을 짓는 초대형 AI 인프라 프로젝트입니다.

투입되는 자금만 5천억 달러, 우리 돈으로 730조 원에 육박하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식 바로 다음날 백악관에서 직접 발표할 정도로 미국이 공을 들이고 있는 사업입니다.

이번 3자 회동에서 삼성의 합류 가능성이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1시간 30분간 이어진 면담 후 손정의 회장은 "AI 전략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고, 매우 좋은 논의를 했다"면서, "앞으로도 계속 이야기를 나눌 것"이라고 말했고요.

계획대로 삼성전자가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되면, 한미일 AI 동맹이 결성되게 되는 겁니다.

[앵커]

앞서 협력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하셨는데, 실제로 동맹이 결성된다면, 각자 어떤 역할을 하게 되는 건가요?

[기자]

AI 산업을 위해선 AI 모델과 이를 움직이는 AI 반도체, 그리고 운영을 위한 데이터센터를 건설할 막대한 투자금이 필수적입니다.

세 기업은 이 분야에서 확실한 자기 역할을 가지고 있는데요.

오픈 AI는 현재 세계에서 가장 앞선 AI 모델을 가지고 있습니다.

지난해 9월 출시한 'o1'은 스스로 추론을 하고, 인간 수준의 범용 인공지능(AGI)에 가장 가까운 것으로 평가받습니다.

하지만 최근 중국의 딥시크가 저비용·고효율의 AI 모델을 내놓으면서, 오픈 AI로서는 확실한 기술적 주도권을 잡아야 하는 상황이고요.

소프트뱅크는 200조 원 규모의 '비전 펀드'를 운영하며 신기술에 투자했지만, AI에선 상대적으로 늦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최근 오픈 AI에 대규모 투자를 하며 따라잡기에 나섰고, 특히 비전 펀드가 소유한 반도체 설계 기업 'ARM'은 데이터센터에 들어갈 맞춤형 AI 반도체를 설계할 수 있습니다.

AI 칩을 전담할 별도 조직도 구성했고요.

손 회장은 이와 별도로, 초고성능 AI 반도체를 개발하기 위해 1천억 달러, 우리 돈 146조 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는 프로젝트 '이자나기'도 추진 중입니다.

삼성전자는 AI 반도체에 들어가는 고대역폭 메모리(HBM)와 CPU(중앙 처리 장치) 등의 반도체를 만듭니다.

ARM이 설계한 AI 반도체를 생산할 파운드리도 갖고 있고요.

최근 이 분야에서 경쟁사보다 뒤처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기술력을 회복한다면 새로운 AI 생태계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특히 AI 모델을 소비자들에게 직접 녹여낼 수 있는 스마트폰과 가전제품도 직접 생산하고 있다는 점도 큰 강점이고요.

현재 삼성전자 스마트폰에는 구글의 AI 모델이 사용되고 있지만, 오픈 AI 모델을 탑재하는 방안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정리해 보자면 오픈 AI는 기술 개발, 소프트뱅크는 칩 설계와 자금, 삼성은 생산, 이렇게 분업화가 가능하단 얘깁니다.

[앵커]

특히 삼성전자에겐 '스타게이트'가 터닝 포인트가 될 수 있겠어요?

[기자]

삼성 입장에선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엔비디아에 5세대 HBM을 납품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뚜렷한 성과가 없는 데다, 엔비디아 이외 다른 거래처도 필요한 상황인데요.

이를 위해 삼성전자가 직접 스타게이트에 투자하는 방안도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전문가들은 "현재 AI 생태계는 엔비디아와 TSMC가 주도하고 있는데, 세 기업이 힘을 합치면 또 다른 생태계가 만들어질 수도 있다"며, "특히 엔비디아의 높은 독점력에서 벗어나려는 빅테크가 많은 것을 감안하면 수요는 많은 상황"이라고 평가하고 있고요.

블룸버그는 최근 "손 회장이 TSMC를 선호하지만, 기술 지원과 제조 규모를 맞추기 위해 다른 파트너를 찾을 수도 있다" 전하는 등, 삼성에게 또 다른 기회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을 키우기도 했습니다.

다만 우려의 목소리도 나옵니다.

소프트뱅크와 오픈 AI가,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를 두고 필요한 자금을 실제로 조달할 수 있을지 회의적인 시각이 있는데, 이 때문에 트럼프 정부의 제재를 받지 않는 한국과 일본 정부, 또 기업 핵심 관계자를 직접 만나 대미 투자 유치에 나섰다는 해석이 나옵니다.

이 점에서 약 234조 원 규모의 임의적립금을 보유한 삼성전자는 소프트뱅크와 오픈 AI 입장에서 놓칠 수 없는 대어일 텐데, 문제는 현재 AI 산업에서 삼성전자의 애매한 위치입니다.

스타게이트가 현실화하면 메모리 반도체 기업들도 막대한 낙수효과를 누리게 될 텐데, 현재 엔비디아 GPU용 HBM 대부분은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이 공급하고 있고요.

서버용 D램 시장에선 삼성의 입지는 탄탄하지만, HBM 같은 고부가가치 상품은 아닙니다.

삼성전자 입장에선 자금을 투자했는데 경쟁사만 좋은 일을 시켜줄 수 있는 상황이 될 수도 있고요.

또 투자가 성사되어 스타게이트 데이터센터와 오픈 AI의 AI 서비스 사용권을 직접적으로 얻는 방안도 있는데, 다만 이 경우 AI·클라우드 사업을 하는 오픈 AI와 오라클보다는 활용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재용 회장의 고민이 깊은 이유입니다.

[앵커]

임선우 캐스터,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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