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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표류하는 반도체법…정쟁 발묶인 '52시간 예외'

SBS Biz 조슬기
입력2025.02.07 10:34
수정2025.02.07 14:33


반도체 연구개발(R&D) 종사자에 한해 주 52시간 근로제 특례를 인정하는 내용을 담은 반도체특별법 처리 논의가 막판 조율 과정에서 진통을 겪고 있습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주 52시간 근로제 적용 예외 문제에 전향적인 태도를 보였음에도 당내에서 이견이 표출되자 결론을 내지 못한 채 혼란이 가중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급기야 걸림돌로 지적돼 온 52시간 근로 규제 완화(화이트칼라 이그젬션) 조항 논의를 차후로 미루고 나머지 내용을 담은 법안을 먼저 처리할 수 있다는 뜻을 밝히자 여당인 국민의힘에서 반대 입장을 피력하는 등 법안이 표류할 조짐마저 일고 있습니다. 

7일 정치권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급물살을 타는 듯 했던 반도체특별법 논의는 현재 이번 주 초 국회에서 열린 정책토론회 이후 답보 상태에 놓인 상태입니다. 

앞서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지난 6일 정책 현안 간담회에서 "반도체특별법을 미룰 수 없다. 정말 시급하고 절실한 국가적 지원 문제는 여야 간 이견이 없으니 먼저 처리해야 한다"며 "여야 간 이견, 노사 간 입장차가 큰 노동시간 제외 문제는 별도로 논의를 지속해서 합의되는 대로 처리하면 될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최근에 산업통상자원부가 특별 연장 근로를 기업이 신청해서 정부가 승인해줄 때 반도체 산업의 특성을 적극적으로 반영하도록 하자는 그런 안을 내놨다고 한다"며 "이것 역시나 기존 근로기준법 체계에 구멍을 내고, 노동자의 건강권을 침해할 소지가 크기 때문에 노동계가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라고 밝혔습니다.

나아가 그는 "빠른 시간 내 처리가 안 되는 상황이라면 국회법의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해서 시한 내에 처리할 수 있는 방안도 검토돼야 한다"라고 덧붙였습니다. 

미국이나 일본처럼 기업이 반도체 시설에 투자할 때 정부가 보조금을 기업에 직접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우선 처리하고, 쟁점인 52시간 근로 규제 완화는 일정 기간 논의를 거쳐 합의를 이루자는 뜻으로 해석됩니다. 
 
반도체특별법이 재차 표류할 기미를 보이자 산업계에서는 아쉬움을 드러내며 주요국들의 경우 반도체 R&D 인력의 근로 시간을 탄력적으로 운영하고 있다며 노동 유연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거듭 피력하고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반도체 R&D 과정에서 고객사의 납기 변경이나 제품 오류 발생 등 돌발 변수가 잦아 유연한 근로 시간 운영이 필요하지만, 한국 기업들은 주 52시간제에 가로막혀 업무 효율을 높이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일본, 대만 등 우리나라 경쟁국들은 천문학적인 보조금을 지급하며 자국 내 반도체 산업 부흥에 나서고 있는데 한국은 근로시간에 발목이 잡혀 반도체 특별법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며 "해외 기업 유치, 대기업들의 신규 팹 투자 진행 등을 위해 반도체 특별법의 조속한 국회 통과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중국의 스타트업 '딥시크'가 저사양 고대역폭메모리(HBM)로 만든 고성능 AI(인공지능)가 안긴 신선한 충격은 우리 반도체 산업의 현주소를 재조명하며 반도체특별법 통과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는 공감대를 형성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정부도 주력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먼저 반도체 특별법 제정을 최우선적으로 추진한다는 방침인 만큼 패키지 딜 형식을 빌어 2월 임시국회에서 법안 통과에 총력전을 펼친다는 계획입니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반도체특별법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는데 대해 환영한다"며 "세계 각국의 첨단 반도체 분야 경쟁이 가속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특별법은 필수불가결하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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