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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新확장주의...파나마운하·그린란드 이어 가자까지

SBS Biz 김종윤
입력2025.02.05 14:48
수정2025.02.05 14:51

[기자회견 나선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워싱턴 EPA=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으로 폐허가 된 가자지구를 미국이 장악해 개발하는 구상을 천명하면서 또다시 '신확장주의' 논쟁에 불을 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회담한 뒤 개최한 기자회견에서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 주민을 다른 지역에 재정착시켜야 한다면서 "미국이 가자지구를 장악할 것(take over)"이라고 밝혔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가자지구를 소유할 것이며 현장의 모든 위험한 불발탄과 다른 무기의 해체를 책임지고, 부지를 평탄하게 하고, 파괴된 건물을 철거하고, 지역 주민에게 일자리와 주거를 무한정으로 공급하는 경제 발전을 일으킬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대외 확장주의 논쟁 소재는 그다지 진지해 보이지 않는 '캐나다 편입 추구' 건을 제외할 경우 파나마운하 운영권 반환 요구와 그린란드 획득 의지 표명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입니다.

단순히 자기주장에 그치는 수준이 아니라는 점에서 국제사회도 심각하게 이를 바라보는 모습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를 그린란드에 보냈고, 이달 들어선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을 파나마로 보냈으며, 가자지구 '접수' 구상에 대해서는 이날 공동 기자회견 때 네타냐후 총리로부터 긍정적인 반응을 유도했다.

그러나 문제는 정당성과 실현 가능성입니다.

'상대'가 있는 국제관계에서 초강대국인 미국이 자국 이익을 위해 상대의 반대는 전혀 개의치 않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 만만치 않습니다.

미국-이슬람 관계 위원회의 니하드 아와드 이사는 성명을 통해 가자지구에서 팔레스타인인을 강제로 추방하면 분쟁이 촉발되고 미국의 명성이 훼손되며 국제법이 무의미해질 것이라고 비판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습니다.

또 워싱턴포스트(WP) 칼럼니스트 이샨 타루르는 "트럼프에게 가자지구는 미국의 '명백한 운명'의 최신 타깃이 됐다"는 제목의 글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가자지구 장악 및 재개발 구상에 대해 "비용이 많이 들고, 치명적이며, 정치적으로 폭발력이 크다"고 썼습니다.

실현 가능성 면에서도 부동산 사업자로서는 자본과 의지가 있으면 매물로 나온 물건을 사들이거나 상대에게 물건을 팔도록 설득할 수 있지만 주권과 영토 완전성이라는 유엔 헌장의 기본 원칙이 작동하는 국가 간 관계에서의 '거래'는 훨씬 복잡하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습니다.

가자지구 문제만 해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이스라엘과 타 중동 국가들간의 갈등과 반목의 역사가 얽혀 있고, 팔레스타인인들의 민족적 정서가 걸려 있기에 미국과 이스라엘 만의 합의로 '인수'를 추진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것이 중론입니다.

파나마에서도 반미 정서가 심상치 않게 제기되고 있습니다.

그와 같은 현실적 문제를 모르지 않을 트럼프 대통령이 확장주의적 언행을 이어가고 있는 것은 자신과 지지층을 만족시키며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것 자체를 즐기는 측면과 함께, 설사 애초 원하던 바를 손에 넣지 못하더라도 그것을 빼앗기지 않으려 애쓰는 상대로부터 '이익'을 취할 수 있다는 판단이 개입됐을 수 있어 보입니다.

예를 들어,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선 파나마운하의 경우 미국 선박의 운하 통행료 인하 또는 운하와 관련한 중국의 영향력 배제 등을 '플랜 B'로 요구할 수 있습니다.

그린란드 문제도 관할권을 가진 덴마크에 그린란드의 자원 개발 등에서 미국의 우선권을 보장해 줄 것을 요구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경제력'과 '위력'을 활용해 팽창주의적 요구를 채우려는 행보가 중장기적으로 미국의 국익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도 만만치 않습니다.

중국이 일대일로(一帶一路: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육상·해상 실크로드)를 추진하고, 남중국해를 '내해'로 만들기 위해 무리수를 둘 때 자유 진영 국가들은 중국을 경계하는 만큼 미국 쪽으로 다가갔습다.

하지만 미국이 진영의 리더 역할을 내려 놓고 국익 우선을 내세운 확장주의적 행보를 보일 경우 그 국제적 리더십의 공백에 중국 등이 치고 들어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일각에서는 보고 있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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