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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쉬어가는데...'불황 어쩌나' 한은 딜레마

SBS Biz 이민후
입력2025.01.30 18:00
수정2025.01.31 07:25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기준금리 인하를 멈추면서, 한국은행도 향후 통화 완화 속도를 늦출 가능성이 제기됩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가 다음 달 25일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는 계엄 사태로 소비 등 내수가 크게 위축된 상황을 반영해서 한 차례 금리를 내리더라도 이후 연속 인하를 결정하기 어려워진 탓입니다.

미국의 금리 인하 폭과 속도가 줄어들면 그만큼 '달러 강세-원화 약세' 흐름이 지속될 가능성이 커지고, 한은 입장에서는 금리 인하에 따른 미국과의 격차 확대와 원·달러 환율 급등을 내내 걱정할 수밖에 없는 좌고우면 사태에 놓였습니다.

연준은 28∼29일(현지 시각)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정책금리(기준금리) 목표 범위를 연 4.25∼4.50%로 유지했습니다.

지난해 9월(0.50%p↓), 11월(0.25%p↓), 12월(0.25%p↓) 연속 금리 인하 이후 네 차례만의 동결입니다.

이날 연준이 금리 인하에 제동을 건 것은 미국 경기 호조에 따른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잠재 위험 등을 고려한 결정으로 풀이됩니다.

연준은 이날 성명에서 "노동시장 상황은 견조한 상태지만 인플레이션은 다소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평가했고, "물가 상승률이 위원회의 목표치인 2%에 근접했다"는 표현을 아예 삭제했습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도 "현 연준의 통화정책 기조는 기존보다 현저히 덜 제한적이고 경제는 강한 상황"이라며 "통화정책 기조 변화를 서두를 필요가 없다"라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관세·이민·재정정책, 규제와 관련해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아직 알 수 없다"며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정책 불확실성도 언급했습니다.

새 점도표에 따르면 연준 위원들은 올해 말 기준금리 전망치로 3.9%를 제시했습니다. 기존 작년 9월 전망치(3.4%)보다 0.5%p나 높아진 것으로, 현재 금리 수준(4.25∼4.50%)을 고려하면 올해 당초 예상한 네 번이 아니라 두 번 정도만 더 내리겠다는 뜻입니다.

이번 연준의 결정으로 한국(3.00%)과 미국(4.25∼4.50%)의 기준금리 차이는 1.50%p로 유지됐습니다.

앞서 한은 금통위는 지난해 10월, 11월 연속 인하 이후 이달 13일 동결을 결정하면서, 환율 등 여러 위험 요소와 불확실성을 근거로 들었습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당시 "경기 상황만 보면 지금 금리를 내리는 게 당연하다"면서도 "계엄 등 정치적 이유로 원·달러 환율이 30원 정도 펀더멘털(경제 기초체력)에 비해 더 오른 것으로 분석된다. 두 차례 금리 인하 효과도 지켜볼 겸 숨 고르기를 하면서 정세에 따라 (금리 인하 여부를) 판단하는 게 더 신중하고 바람직하다"고 동결 배경을 밝혔습니다.

하지만 2월까지 두 차례나 금리를 묶기에는 경기·성장 부진의 정도가 발목을 잡고 있습니다.

지난해 한국 경제는 소비·건설투자 등 내수 부진에 비상계엄 이후 정치 불안까지 겹치면서 실질 국내총생산(GDP) 기준으로 당초 한은 전망치(2.2%)보다 0.2%p나 낮은 2.0% 성장하는 데 그쳤습니다. 특히 4분기 성장률(전분기대비)은 저조한 건설투자(-3.2%) 등의 영향으로 0.1%에 불과했습니다.

'저성장 고착'의 우려가 커지는 데다, 새해 들어 원·달러 환율까지 최근 1,430원대 안팎에서 비교적 안정된 만큼 한은은 다음 달 기준금리를 0.25%p 낮출 것으로 예상됩니다.

하지만 미국 연준이 인하에 '신중 모드'로 돌아선 만큼, 2월 이후에는 한은도 경기 부양만을 명분으로 계속 금리를 낮추는 데 부담을 느낄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의 금리가 시장의 기대만큼 빠르게 내리지 않는다는 것은 그만큼 중장기적으로 달러 가치가 높은 수준에서 유지되고, 원·달러 환율이 쉽게 하락하지 않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여기에 한은만 기준금리를 빠르게 낮추면, 원화 가치 하락과 함께 환율 급등과 외국인 자금 유출 등을 부추길 위험도 배제할 수는 없습니다.

이날 한은 워싱턴 주재원은 "FOMC 결정문이 노동시장 여건과 인플레이션에 관해 미세 조정되는 데 그쳤다"면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기자회견에서 향후 정책금리 경로에 대해 높아진 불확실성으로 인해 신중히 접근하겠다고 재차 강조했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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